‘군부 → 당·내각’ 북 권력이동
핵포기 결심이 정상회담 수용 배경 가능성 … ‘선군정치’도 변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핵 포기 결심’이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배경이라면 군을 우선으로 하는 ‘선군정치’의 위상변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선군정치를 기치로 북한 권력의 중심을 장악했던 군부가 퇴조하는 대신 당·내각의 합리적 인사들이 의사결정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대북 강경책이 군부 권력장악의 기반 =
부시 대통령 집권 이후 대북 강경자세를 강화한 미국의 영향으로 대외여건이 악화된 북한에서는 개혁개방정책에 대한 불만을 가진 강경론이 세를 얻어왔다. 강경론의 중심에 서있던 군부는 군사적 억제력 증강정책을 통해 자신들의 권력기반을 강화하고 재생했다. 2006년 10월 9일 핵실험이 절정이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 “10년 넘게 계속되는 선군정치의 결과로 인민군의 지배력이 비대해진 반면 조선노동당은 당 대회 조차 열 수 없을 정도로 약화되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위기극복의 이데올로기로 작동해온 선군정치는 북한 내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모순을 만들었다. 안보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군 우선의 자원배분이 북한 경제의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면서 오히려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 것이다.
이 같은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상시적인 위기관리체제’에서 ‘정상적인 사회주의’로 복귀시키는 일련의 조치들이 필요했다.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와 각종 법률의 재·개정 등은 당의 지배를 재건하는 한편 경제에 대한 내각의 책임을 강화하는 조치였다.
특히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은 선군정치의 재조정과 관련해 주목되는 부분이다.
◆핵포기로 군 편제 변화도 불가피 =
북한의 핵포기는 단순히 핵물질과 핵프로그램, 핵폭발장치 등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함께 추진된 핵 지휘계통 체제와 핵-재래식 병행전략도 변경하지 않을 수 없다. 2004년 군단급으로 격상된 미사일지도국을 전면적으로 해체하거나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탄두미사일을 운영하는 방공사령부 형태로 재편해야 한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군부의 동의가 없다면 추진 자체가 어렵다.
북한의 핵 개발이 재래식 군비경쟁에서 패배한데 따른 자구책인 만큼 핵을 포기할 경우 남북한 사이의 군사적 세력균형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북한 군부가 군사적 열세를 만회할 대책도 없이 단지 미국의 안전보장 약속만으로 핵폐기를 수용하고 핵전략 해체를 받아들이긴 힘들다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논의를 바탕으로 군부 설득에 나설 수 있다. 핵포기로 인한 남북간 전력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군비통제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로 올려놀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군부 설득 위한 김정일의 선택은 =
물론 재래식 전력에 열세를 느끼고 있는 북한 군부에게 핵을 포기하라고 설득하는 것은 아무리 유일지도체계의 김정일 위원장이라 할지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핵을 필두로 한 선군체제가 경제위기와 국제사회라는 압력을 오랜 기간 견뎌낼 만큼의 내구력을 가지지 못한 상황에서 ‘결단’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핵 포기를 결정했다면 핵 개발을 주도한 군부는 위축될 수밖에 없는 반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를 이끌어 낸 당 국제부와 외무성이 상대적으로 힘을 받게 된다. 정상회담을 통한 대규모 지원이 이뤄질 경우 경제재건을 책임지고 있는 내각의 중요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상회담 성사과정에서 북을 대표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이런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당 국제부장과 국방위원회 참사를 거치면서 대중외교와 6자회담을 주도해왔던 김양건 부장이 정책결정의 정점에 서있는 김정일 위원장을 근거리 보좌하는 것 자체가 당·내각의 합리적 인사들이 주도권을 쥐는 통치구조의 변화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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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포기 결심이 정상회담 수용 배경 가능성 … ‘선군정치’도 변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핵 포기 결심’이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배경이라면 군을 우선으로 하는 ‘선군정치’의 위상변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선군정치를 기치로 북한 권력의 중심을 장악했던 군부가 퇴조하는 대신 당·내각의 합리적 인사들이 의사결정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대북 강경책이 군부 권력장악의 기반 =
부시 대통령 집권 이후 대북 강경자세를 강화한 미국의 영향으로 대외여건이 악화된 북한에서는 개혁개방정책에 대한 불만을 가진 강경론이 세를 얻어왔다. 강경론의 중심에 서있던 군부는 군사적 억제력 증강정책을 통해 자신들의 권력기반을 강화하고 재생했다. 2006년 10월 9일 핵실험이 절정이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 “10년 넘게 계속되는 선군정치의 결과로 인민군의 지배력이 비대해진 반면 조선노동당은 당 대회 조차 열 수 없을 정도로 약화되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위기극복의 이데올로기로 작동해온 선군정치는 북한 내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모순을 만들었다. 안보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군 우선의 자원배분이 북한 경제의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면서 오히려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 것이다.
이 같은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상시적인 위기관리체제’에서 ‘정상적인 사회주의’로 복귀시키는 일련의 조치들이 필요했다.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와 각종 법률의 재·개정 등은 당의 지배를 재건하는 한편 경제에 대한 내각의 책임을 강화하는 조치였다.
특히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은 선군정치의 재조정과 관련해 주목되는 부분이다.
◆핵포기로 군 편제 변화도 불가피 =
북한의 핵포기는 단순히 핵물질과 핵프로그램, 핵폭발장치 등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함께 추진된 핵 지휘계통 체제와 핵-재래식 병행전략도 변경하지 않을 수 없다. 2004년 군단급으로 격상된 미사일지도국을 전면적으로 해체하거나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탄두미사일을 운영하는 방공사령부 형태로 재편해야 한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군부의 동의가 없다면 추진 자체가 어렵다.
북한의 핵 개발이 재래식 군비경쟁에서 패배한데 따른 자구책인 만큼 핵을 포기할 경우 남북한 사이의 군사적 세력균형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북한 군부가 군사적 열세를 만회할 대책도 없이 단지 미국의 안전보장 약속만으로 핵폐기를 수용하고 핵전략 해체를 받아들이긴 힘들다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논의를 바탕으로 군부 설득에 나설 수 있다. 핵포기로 인한 남북간 전력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군비통제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로 올려놀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군부 설득 위한 김정일의 선택은 =
물론 재래식 전력에 열세를 느끼고 있는 북한 군부에게 핵을 포기하라고 설득하는 것은 아무리 유일지도체계의 김정일 위원장이라 할지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핵을 필두로 한 선군체제가 경제위기와 국제사회라는 압력을 오랜 기간 견뎌낼 만큼의 내구력을 가지지 못한 상황에서 ‘결단’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핵 포기를 결정했다면 핵 개발을 주도한 군부는 위축될 수밖에 없는 반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를 이끌어 낸 당 국제부와 외무성이 상대적으로 힘을 받게 된다. 정상회담을 통한 대규모 지원이 이뤄질 경우 경제재건을 책임지고 있는 내각의 중요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상회담 성사과정에서 북을 대표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이런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당 국제부장과 국방위원회 참사를 거치면서 대중외교와 6자회담을 주도해왔던 김양건 부장이 정책결정의 정점에 서있는 김정일 위원장을 근거리 보좌하는 것 자체가 당·내각의 합리적 인사들이 주도권을 쥐는 통치구조의 변화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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