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과거시험의 추억

나 병 진 KCU 한국싸이버대학교 교수

지역내일 2007-08-30
과거제도는 고려 광종이 처음 시작했다. 후삼국 혼란시대를 마감한 태조 왕건은 각 지방의 호족세력을 하나로 통합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가 시행한 정책은 소위 혼인정책이었다.
그러나 태조의 후계자들은 이 태조의 정책 때문에 많은 시련을 겪게 된다. 태조의 왕자들은 단순히 어머니만 다를 뿐 아니라, 각 지방의 호족세력 이를테면 호남지방인 나주, 한강유역인 한성, 철원, 송악 등등의 각 지방을 대표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상태에서 중앙정부가 효과적으로 전국을 통치한다는 것은 매우 벅찬 과제였다. 태조의 뒤를 이은 두 아들 혜종과 정종은 이 문제로 씨름하다 결국 조기퇴진(사망)했고, 태조의 또 다른 아들인 광종이 이 무거운 짐을 지게 되는 것이다.
광종은 장차 고려 500년, 길게는 조선까지 포함한 우리나라 중세 1000년을 설계하게 되는데 그 핵심이 바로 과거제도이다. 중앙정부를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관료가 필요하게 되는데, 이 관료가 각 지방의 호족 자제들을 특별채용하는 형식(음서)으로 되어서는 인재의 질이나 행정 집행 등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그래서 그 당시의 선진국이었던 중국의 과거제도를 고려에 도입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 과거제도을 통해서 선발된 관료들, 이들이 사대부가 되고 조선의 양반이 되어서 고려, 조선 1000년을 지탱하게 되는 것이다.

로스쿨로 과거시험 시대 끝나
이제 이 과거제도가 막을 내리려 한다. 국회는 지난 7월 ‘법학전문대학원설치에 관한 법률(로스쿨 법)’을 제정해 그 긴 과거제도를 마감하려 하고 있다. 사람들은 어떤 행동을 반복하게 되면 이를 습관이라고 하고, 이 습관이 여러 사람들에게서 여러 세대에 걸치게 되면 관습이라고 한다. 사실 법이나 제도라는 것은 이러한 습관과 관습이 체계화된 것이다. 이러한 관습은 우리의 머리 속에 한번 각인이 되면 좀처럼 바뀌기 힘들게 된다. 1,000년 전의 과거제도가 오랜 세월 내려오면서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우리의 의식 속에는 과거시험 - 입신양명, 과거합격자 - 우수한 두뇌, 등등의 관습이 깊게 뿌리내려 있다.
고려시대의 예에서 보듯이 과거제도는 4분 5열 되어있던 국가를 통합하고, 우리 한민족이 한민족의 나라인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정체성을 지키는데 큰 몫을 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과거제도의 그늘이 너무 짙은 것이 문제다. 오직 고시를 합격하기 위하여 국가의 우수한 인재들이 10여년씩 감옥 아닌 감옥에 갇혀서 6법전서를 외우고 있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이제 로스쿨법에 따라 그 첫 번째 과제가 과연 그 정원을 몇 명으로 하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부딪치게 됐다. 사법시험을 단순히 로스쿨 입학시험으로 바꾸는 정도라면 로스쿨은 하지 않는 것이 옳다. 변호사 자격자의 숫자가 늘어난다면 변호사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은 완전히 전도된 생각이다. 양이 늘어나는데 왜 질이 떨어지겠는가 ? 시장경제에서 모든 독과점 업자들이 하는 공통된 의견과 다를 것이 없다. 수많은 민족, 종교, 가치관, 피부색이 다른 국민을 가진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고, 미국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은 결국 법의 힘이다. 그리고 이 법을 지탱하는 것은 미국의 사법질서이며, 그 핵심이 바로 로스쿨인 것이다.

정원보다는 엄격한 기준 세워야
법을 다루는 국회의 국회의원들 특히 법사위원회의 위원들은 대부분이 변호사들이다. 그들이 자신과 자신의 동료인 기존의 변호사들의 이익을 외면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그러나 개혁이라는 것은 항상 자신의 이익을 흔쾌히 버릴 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
이번 로스쿨의 정원 논쟁을 보면서 왜 굳이 정원을 논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로스쿨의 정원이 문제가 아니라 로스쿨의 기준이 문제이다. 시설기준, 교수기준, 장학생선발 비율기준 등 질관리를 위한 기준만 엄격히 세운다면 정원을 한정하지 않아도 로스쿨 제도는 성공할 것이다. 제대로 공부한 변호사 자격자가 많아진다는 것은 법률문화의 발전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그렇게 되면 변호사 자격자가 모두다 현재 변호사들이 하고 있는 송무업무(재판 관여)에만 매달리지는 않고 사회 각계 각층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것이 틀림 없을 것이고 우리사회는 한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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