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이 급증하면서 아이를 출산하는 여성 결혼이민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몇몇 도시를 제외하고는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가 주택 밀집 지역에 위치하지 않아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이 쉽게 찾아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대부분 인력과 예산 부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기적으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센터의 새로운 방안 모색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남양주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는 지역 사회단체와 연계해 인력과 예산 부족의 한계를 극복해가고 있다. 또 센터를 통해 먼저 교육을 받았던 결혼이민자들이 처음 센터를 찾은 또 다른 여성들을 돕고 있다. 남양주 센터를 현장 취재해 민관협력의 현실적 극복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민관협력으로 결혼이민가족 지원 활성화
연계 활동 강화해 한계 극복 … 신생아 둔 결혼이민가족 대상 ‘찾아가는 서비스’
남양주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장미선 팀장
남양주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의 장미선 팀장은 “센터가 결혼이민자 가족들의 주거지와 멀고 아직까지 인력도 부족하다”며 “하지만 기존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서포터즈로 활동했던 ‘수호천사’등 자원 봉사자들과 연계해 결혼이민자를 찾아가는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양육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젊은 결혼 이민자들에겐 아이들을 키워 본 경험이 있던 자원 봉사자들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찾아가는 서비스의 대표적 활동은 결혼이민자 35가정과 20명의 도우미를 연계해 아이가 아플 때 병원으로 데려가는 이동 지원 방안이다.
또 △한국 요리와 문화를 이해하는 생활지도 △간단한 생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습지원 △결혼 이민자 가족과 학습 도우미를 일대 일로 연결해 미취학 어린이를 중심으로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는 가정 학습도우미지원사업이 있다.
장 팀장은 “서비스를 받으려는 결혼이민가족은 많은 데 여건 상 모든 이들에게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어 지역 사회와 연계해 다양한 문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구축한 지역 공공 단체들과의 끈끈한 연대의식이 결혼 이민자를 위한 문화 체험과 정서지원 사업을 전개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한 ‘한국음식만들기’ 프로그램의 경우 봉사단체 ‘생활 개선회’가 결혼이민자에게 매주 한국음식을 가르쳐 주고 있다. 장 팀장은 “한국 자원봉사자와 외국출신 결혼이민자가 소통하는 데 어려울 것 같아 걱정했는데 음식을 만들며 마음이 통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서포터즈 ‘늘 푸른 모임’은 결혼이민자들과 연계해 40여명이 직접 도자기를 만들고 굽는 도예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장 팀장은 “결혼이민자들이 직접 만든 도자기를 들고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모임이 활성화돼 세계 도자기 비엔날레를 관람하고 결혼 이민자들이 자국의 음식을 마련해 와 함께 나눠 먹었다”고 말했다.
결혼이민자들이 직접 참여해 출신 국가의 문화와 음식을 소개하는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남양주센터는 지난 5월 다문화를 소개하는 ‘세계 음식 만들기 대회’를 열었다.
중국 결혼이민자들은 물만두를, 베트남 출신들은 튀긴만두를, 일본 출신 여성들은 일본식 빵 등을 직접 만들어 팔았다. 나중엔 음식이 모자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장 팀장은 “이렇게 한 두 번 문화 체험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센터로 전화를 해 언제 또 행사를 하냐고 묻고 특히 남편들이 활동에 적극적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장 팀장은 성공적으로 정착한 결혼이민가족뿐만 아니라 문제점을 안고 있는 가정을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출한 아내를 찾아 달라’고 센터를 방문하는 한국인 남편들을 보면 안타깝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가출한 캄보디아 출신 신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한국인 남편이 센터를 찾아왔지만 언어를 통역해줄 사람을 수소문해도 찾을 수 없었다”며 “이런 문제점을 사전에 예방하고 사후 관리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부용 리포터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센터의 도움, 봉사활동으로 되갚아요”
교육 받으면서 아동양육지원도우미로도 활약 … 한국 생활 자신감 얻어
중국 출신 결혼이민자 김실매씨
중국출신 결혼이민자 김실매(34)씨의 별명은 ‘남양주의 행복 전도사’다.
김씨는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이지만 동시에 ‘아동양육지원도우미’ 활동도 하고 있다. 한국에 국제결혼 생활을 먼저 한 ‘선배’의 장점을 살려 중국에서 온 결혼이민자들을 적극 돕고 있다.
김씨는 2001년 한국인 정만식(41)씨와 결혼하고 다섯 살 난 딸 유정을 뒀다.
결혼 전에는 중국에서 아동복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친화력이 높았고 돈도 잘 벌었다.
하지만 결혼을 통해 한국에 오고 2년 동안 서울에서 살면서 하루 종일 집 안에 있을 정도로 위축됐다. 그는 “남편 하나 믿고 한국에 왔는데 그마저도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했다”며 “‘누군가 나를 도와줬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남양주로 이사 오면서 김씨의 삶은 달라졌다. 2006년 9월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교육’을 받으면서 공부에 몰두하고 학창시절로 돌아 간 것 같아 행복했다.
요즘에는 외출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남편이 “수업 잘 받고 왔냐?”고 먼저 물을 정도다.
김씨는 센터에서 지원하는 미술심리치료 서비스도 받았다. 잡지를 보면서 갖고 싶은 옷, 가방, 가구 등의 사진을 찢어 도화지에 붙이는 수업을 받을 때면 한국 생활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그는 “처음엔 한국 생활이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인 것 같고 다양한 물건을 갖고 싶다는 엄두도 못냈다”며 “하지만 하나 둘씩 사진을 붙이면서 어느새 도화지를 꽉 채웠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는 ‘내가 도움을 받았으니 다른 사람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결심했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이를 통해 아동양육지원도우미로서 중국에서 온 결혼이민자 네 가구를 맡아 일주일에 세 번, 한 달에 12회 가정을 방문하고 있다.
그는 “ 남편과 말이 통하지 않아 갈등이 많은 여성들을 위해 메모를 써주거나 통역을 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도우미를 하면서 김씨와 딸 유정이와 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속 깊은 남편도 김씨 활동을 응원해주고 있다.
엄마가 중국말을 하면 입을 막으며 싫어하던 유정이가 요즘엔 중국말을 곧잘 따라하는 것도 작지만 큰 변화다.
김씨는 “엄마가 똑똑해야 딸도 똑똑하다”며 “딸과 행복한 가정을 위해 더 열심히 배우고 어려운 사람을 도우면서 당당하게 살겠다”고 말했다.
홍부용 리포터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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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남양주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는 지역 사회단체와 연계해 인력과 예산 부족의 한계를 극복해가고 있다. 또 센터를 통해 먼저 교육을 받았던 결혼이민자들이 처음 센터를 찾은 또 다른 여성들을 돕고 있다. 남양주 센터를 현장 취재해 민관협력의 현실적 극복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민관협력으로 결혼이민가족 지원 활성화
연계 활동 강화해 한계 극복 … 신생아 둔 결혼이민가족 대상 ‘찾아가는 서비스’
남양주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장미선 팀장
남양주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의 장미선 팀장은 “센터가 결혼이민자 가족들의 주거지와 멀고 아직까지 인력도 부족하다”며 “하지만 기존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서포터즈로 활동했던 ‘수호천사’등 자원 봉사자들과 연계해 결혼이민자를 찾아가는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양육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젊은 결혼 이민자들에겐 아이들을 키워 본 경험이 있던 자원 봉사자들이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찾아가는 서비스의 대표적 활동은 결혼이민자 35가정과 20명의 도우미를 연계해 아이가 아플 때 병원으로 데려가는 이동 지원 방안이다.
또 △한국 요리와 문화를 이해하는 생활지도 △간단한 생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습지원 △결혼 이민자 가족과 학습 도우미를 일대 일로 연결해 미취학 어린이를 중심으로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는 가정 학습도우미지원사업이 있다.
장 팀장은 “서비스를 받으려는 결혼이민가족은 많은 데 여건 상 모든 이들에게 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어 지역 사회와 연계해 다양한 문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구축한 지역 공공 단체들과의 끈끈한 연대의식이 결혼 이민자를 위한 문화 체험과 정서지원 사업을 전개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한 ‘한국음식만들기’ 프로그램의 경우 봉사단체 ‘생활 개선회’가 결혼이민자에게 매주 한국음식을 가르쳐 주고 있다. 장 팀장은 “한국 자원봉사자와 외국출신 결혼이민자가 소통하는 데 어려울 것 같아 걱정했는데 음식을 만들며 마음이 통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서포터즈 ‘늘 푸른 모임’은 결혼이민자들과 연계해 40여명이 직접 도자기를 만들고 굽는 도예체험 행사를 진행했다.
장 팀장은 “결혼이민자들이 직접 만든 도자기를 들고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모임이 활성화돼 세계 도자기 비엔날레를 관람하고 결혼 이민자들이 자국의 음식을 마련해 와 함께 나눠 먹었다”고 말했다.
결혼이민자들이 직접 참여해 출신 국가의 문화와 음식을 소개하는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남양주센터는 지난 5월 다문화를 소개하는 ‘세계 음식 만들기 대회’를 열었다.
중국 결혼이민자들은 물만두를, 베트남 출신들은 튀긴만두를, 일본 출신 여성들은 일본식 빵 등을 직접 만들어 팔았다. 나중엔 음식이 모자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장 팀장은 “이렇게 한 두 번 문화 체험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센터로 전화를 해 언제 또 행사를 하냐고 묻고 특히 남편들이 활동에 적극적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장 팀장은 성공적으로 정착한 결혼이민가족뿐만 아니라 문제점을 안고 있는 가정을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출한 아내를 찾아 달라’고 센터를 방문하는 한국인 남편들을 보면 안타깝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가출한 캄보디아 출신 신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한국인 남편이 센터를 찾아왔지만 언어를 통역해줄 사람을 수소문해도 찾을 수 없었다”며 “이런 문제점을 사전에 예방하고 사후 관리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부용 리포터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센터의 도움, 봉사활동으로 되갚아요”
교육 받으면서 아동양육지원도우미로도 활약 … 한국 생활 자신감 얻어
중국 출신 결혼이민자 김실매씨
중국출신 결혼이민자 김실매(34)씨의 별명은 ‘남양주의 행복 전도사’다.
김씨는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이지만 동시에 ‘아동양육지원도우미’ 활동도 하고 있다. 한국에 국제결혼 생활을 먼저 한 ‘선배’의 장점을 살려 중국에서 온 결혼이민자들을 적극 돕고 있다.
김씨는 2001년 한국인 정만식(41)씨와 결혼하고 다섯 살 난 딸 유정을 뒀다.
결혼 전에는 중국에서 아동복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친화력이 높았고 돈도 잘 벌었다.
하지만 결혼을 통해 한국에 오고 2년 동안 서울에서 살면서 하루 종일 집 안에 있을 정도로 위축됐다. 그는 “남편 하나 믿고 한국에 왔는데 그마저도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했다”며 “‘누군가 나를 도와줬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남양주로 이사 오면서 김씨의 삶은 달라졌다. 2006년 9월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교육’을 받으면서 공부에 몰두하고 학창시절로 돌아 간 것 같아 행복했다.
요즘에는 외출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남편이 “수업 잘 받고 왔냐?”고 먼저 물을 정도다.
김씨는 센터에서 지원하는 미술심리치료 서비스도 받았다. 잡지를 보면서 갖고 싶은 옷, 가방, 가구 등의 사진을 찢어 도화지에 붙이는 수업을 받을 때면 한국 생활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그는 “처음엔 한국 생활이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인 것 같고 다양한 물건을 갖고 싶다는 엄두도 못냈다”며 “하지만 하나 둘씩 사진을 붙이면서 어느새 도화지를 꽉 채웠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는 ‘내가 도움을 받았으니 다른 사람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결심했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이를 통해 아동양육지원도우미로서 중국에서 온 결혼이민자 네 가구를 맡아 일주일에 세 번, 한 달에 12회 가정을 방문하고 있다.
그는 “ 남편과 말이 통하지 않아 갈등이 많은 여성들을 위해 메모를 써주거나 통역을 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도우미를 하면서 김씨와 딸 유정이와 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속 깊은 남편도 김씨 활동을 응원해주고 있다.
엄마가 중국말을 하면 입을 막으며 싫어하던 유정이가 요즘엔 중국말을 곧잘 따라하는 것도 작지만 큰 변화다.
김씨는 “엄마가 똑똑해야 딸도 똑똑하다”며 “딸과 행복한 가정을 위해 더 열심히 배우고 어려운 사람을 도우면서 당당하게 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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