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학력 파헤치기
성한표 (언론인 전 한겨레신문 논설주간)
학력검증 파문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유명인사들이 줄줄이 ‘학력 위조자’라는 낙인이 찍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학력 위조를 스스로 고백하는 유명인도 늘어나고, 특히 연예계는 학력 검증의 불똥이 자신에게 떨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인사들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학력을 위조했다는 고백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한국사회에 학력 검증과 관련한 일종의 공포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서울 강남에 있는 유명사찰인 능인선원 원장 지광 스님은 서울대 공대를 중퇴했다는 자신의 학력이 허위라고 고백한 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로 능인선원 안팎에서 협박까지 받았다”고 털어 놓기까지 했다.
성격은 다르지만, 유명인사들이 학력 검증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현 상황은 지난 1950~54년 사이 미국에서 수많은 정부관리와 지식인들이 공산주의자로 몰릴까봐 전전긍긍했던 매카시즘의 광풍을 연상시킨다. 코미디의 제왕 찰리 채플린도 매카시즘의 희생자였다. 그는 히틀러를 조롱한 영화 ‘위대한 독재자’에서 히틀러 역을 맡았는데, “영화 마지막 부분에 공산주의 냄새가 난다” “찰리 채플린은 공산주의자가 틀림없다”는 식의 ‘공론’이 확대되면서 결국 미국을 떠나 스위스로 망명하는 신세가 되었다.
학력 검증을 통한 권위 해체
학력 위조 파문이 확산되면서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은 두 갈래로 나뉘어 지고 있다. 하나는 학력 위조자의 양심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허위 학력으로 직업이나 사회활동에서 일정한 혜택을 받은 사람들은 마땅히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다른 쪽은 학력의 위조는 고질적인 학벌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라는 관점에서 허위 학력을 내세운 사람들도 결국 학벌사회의 희생자들이며, 학벌사회를 그냥 두고 이들을 들춰내는 데만 열을 올리는 것은 개인에 대한 사회적 폭력이라고 우려한다.
학력 검증, 곧 가짜학력 파헤치기에 대한 논쟁은 사회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 아주 효과적인 과정이다. 더 나아가 나는 학력 검증자체를 사회 민주화로 나아가는 권위의 해체라는 관점에서 보고 싶다. 학력을 검증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는 대중의 우상이거나 권력의 상징이었던 유명인들이 쓰고 있는 권위의 모자를 벗긴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윤석화 장미희 같은 유명 예술가들의 경우 그들의 학력 부풀리기를 알고 있던 사람들도 지금까지는 그들의 권위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다들 덮어주고 있었지만, 이제 그런 시절은 지났다는 것이다. 비슷한 현상이 다른 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장관이나 총리 지명자들이 부동산 투기나 논문 표절 등의 의혹으로 국회 동의투표과정에서 추락하는 사건도 요즘에는 흔히 일어나지만, 과거에는 없었던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학력 검증사태에 대해 사회의 역동성이라는 관점에서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는 것이 좋다. 그러나 학력 검증이 잘 통제된 가운데 진행되지 않으면, 엉뚱한 부작용으로 인해 학력 검증자체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을 자극할 위험이 있다. 조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유명인들의 가짜 학력을 파헤치되 절대로 이들에게 비양심이라는 식의 비난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이 학벌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학력 위조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학벌 위조는 어느 특별히 비양심적인 개인의 범죄행위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는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이들에 대한 비판이 절제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욱이 유명 기업인들과 정치인들은 일류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을 이수하고는 그 대학 ‘동문’으로 대학당국에 의해 ‘합법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경력을 부풀려 취업하는 경우도 학력 위조만큼이나 심각한 상황이다. 학력 위조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이런 현실과의 균형도 맞춰 나가야 한다.
학벌사회의 해체가 종착점
학력 검증은 권위의 마지막 보루인 학벌사회의 해체로 나아갈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완성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대목에 와서는 입을 닫아버린다. 학벌사회를 어떻게 해야 해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공무원 채용에 학력제한을 없애도 결국 일류대학이 판을 쳐 효과가 없다고들 한다. 여기서 역발상이 필요하다. 학력제한을 거꾸로 두자는 것이다. 일정 직급이하의 공무원이나 일반기업 직원의 채용에는 ‘고등학교 졸업이하’로 하는 등 학력의 상한제를 두는 방식이다. 일본은 이미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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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표 (언론인 전 한겨레신문 논설주간)
학력검증 파문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유명인사들이 줄줄이 ‘학력 위조자’라는 낙인이 찍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학력 위조를 스스로 고백하는 유명인도 늘어나고, 특히 연예계는 학력 검증의 불똥이 자신에게 떨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인사들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학력을 위조했다는 고백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한국사회에 학력 검증과 관련한 일종의 공포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서울 강남에 있는 유명사찰인 능인선원 원장 지광 스님은 서울대 공대를 중퇴했다는 자신의 학력이 허위라고 고백한 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로 능인선원 안팎에서 협박까지 받았다”고 털어 놓기까지 했다.
성격은 다르지만, 유명인사들이 학력 검증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현 상황은 지난 1950~54년 사이 미국에서 수많은 정부관리와 지식인들이 공산주의자로 몰릴까봐 전전긍긍했던 매카시즘의 광풍을 연상시킨다. 코미디의 제왕 찰리 채플린도 매카시즘의 희생자였다. 그는 히틀러를 조롱한 영화 ‘위대한 독재자’에서 히틀러 역을 맡았는데, “영화 마지막 부분에 공산주의 냄새가 난다” “찰리 채플린은 공산주의자가 틀림없다”는 식의 ‘공론’이 확대되면서 결국 미국을 떠나 스위스로 망명하는 신세가 되었다.
학력 검증을 통한 권위 해체
학력 위조 파문이 확산되면서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은 두 갈래로 나뉘어 지고 있다. 하나는 학력 위조자의 양심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허위 학력으로 직업이나 사회활동에서 일정한 혜택을 받은 사람들은 마땅히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다른 쪽은 학력의 위조는 고질적인 학벌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라는 관점에서 허위 학력을 내세운 사람들도 결국 학벌사회의 희생자들이며, 학벌사회를 그냥 두고 이들을 들춰내는 데만 열을 올리는 것은 개인에 대한 사회적 폭력이라고 우려한다.
학력 검증, 곧 가짜학력 파헤치기에 대한 논쟁은 사회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해 아주 효과적인 과정이다. 더 나아가 나는 학력 검증자체를 사회 민주화로 나아가는 권위의 해체라는 관점에서 보고 싶다. 학력을 검증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는 대중의 우상이거나 권력의 상징이었던 유명인들이 쓰고 있는 권위의 모자를 벗긴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윤석화 장미희 같은 유명 예술가들의 경우 그들의 학력 부풀리기를 알고 있던 사람들도 지금까지는 그들의 권위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다들 덮어주고 있었지만, 이제 그런 시절은 지났다는 것이다. 비슷한 현상이 다른 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장관이나 총리 지명자들이 부동산 투기나 논문 표절 등의 의혹으로 국회 동의투표과정에서 추락하는 사건도 요즘에는 흔히 일어나지만, 과거에는 없었던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학력 검증사태에 대해 사회의 역동성이라는 관점에서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는 것이 좋다. 그러나 학력 검증이 잘 통제된 가운데 진행되지 않으면, 엉뚱한 부작용으로 인해 학력 검증자체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을 자극할 위험이 있다. 조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유명인들의 가짜 학력을 파헤치되 절대로 이들에게 비양심이라는 식의 비난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이 학벌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학력 위조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학벌 위조는 어느 특별히 비양심적인 개인의 범죄행위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만연해 있는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이들에 대한 비판이 절제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욱이 유명 기업인들과 정치인들은 일류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을 이수하고는 그 대학 ‘동문’으로 대학당국에 의해 ‘합법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경력을 부풀려 취업하는 경우도 학력 위조만큼이나 심각한 상황이다. 학력 위조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이런 현실과의 균형도 맞춰 나가야 한다.
학벌사회의 해체가 종착점
학력 검증은 권위의 마지막 보루인 학벌사회의 해체로 나아갈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완성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대목에 와서는 입을 닫아버린다. 학벌사회를 어떻게 해야 해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공무원 채용에 학력제한을 없애도 결국 일류대학이 판을 쳐 효과가 없다고들 한다. 여기서 역발상이 필요하다. 학력제한을 거꾸로 두자는 것이다. 일정 직급이하의 공무원이나 일반기업 직원의 채용에는 ‘고등학교 졸업이하’로 하는 등 학력의 상한제를 두는 방식이다. 일본은 이미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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