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진단>일본의 오만과 지도자의 대응

<내일진단>

지역내일 2001-04-12 (수정 2001-04-12 오후 1:44:20)
<내일진단>일본의 오만과 지도자의 대응
노기혁 행정팀장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파문과 관련, 국민정서가 악화되는 가운데서도 지나칠 정도로 말을 아껴온 김대중 대통령이 마
침내 11일 오후 말문을 열었다.
“교과서 채택과정이나 새로운 수정과정을 통해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란다”며 사실상 일본 역사교과서의
재수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교과서 왜곡 문제를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현이라는 점에서
일단 국면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김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도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를 거론하면서 우회적으로 교과서 왜곡문제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이번 발언의 경우 ‘수위와 강도’에 있어 3·1절 기념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단호
한 것이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파문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대응 끝에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적지 않다.
실제 정부는 10일 최성룡 주일대사의 사실상 소환을 통해 역사왜곡 교과서의 검정을 승인한 일본 정부에 수정을 위
한 압박을 가했다. 하지만 일본은 정부나 언론 모두 이를 ‘한국 국내용’으로 폄하하며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
였다. 오히려 최 대사가 귀국해 일본의 상황을 전달한다면 한국정부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문부상의 적반하장식
자세를 견지했다.

일본 간덩이 키워준 외교부의 초기 온건대응
이 같은 일본의 태도는 1차적으로 잘못된 역사를 거리낌없이 왜곡·미화하는 그들의 뻔뻔함과 오만에 기인한다. 그러
나 2차적으로는 우리 정부가 한·미·일 대북공조의 필요성, 2002년 한일월드컵 공동개최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왜곡된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 초기 미온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자초한 부분이 적지 않다.
사태발생이후 ‘재수정요구’는 전혀 입에 담지도 않은 채 “중국과의 연대는 고려하지 않는다”, “일본의 유엔안보
리 상임이사국 진출계획과 연계하지 않는다”며 스스로 교과서문제에 국한시킴으로써 일본의 간덩이를 키워준 것이
바로 우리 외교통상부였다.
우리 경제가 세계경제침체, 구조조정미흡 등 내우외환으로 어려움을 겪게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과 불만이 커지고 있
는 것이 사실이다. 역설적으로 최근 발생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사건은 이같은 상황을 돌파해야 하는 김대중 정부
에게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창출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정치지도자가 국민의 의사를
한 곳에 결집시키는 기회라는 말이다.
그러나 초기 온건대응에 우리 정부의 모습은 국민의 분노에서 일정부분 유리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
같은 우리 정부의 태도는, ‘국민의 정부’ 최대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햇볕정책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겠다는 인식
이 저변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햇볕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일본과의 대북공조가 잘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일본과의 대북공조에 우선하는
것이 바로 민족의 자존심이요, 국민정서다.
이와 관련, 같은 시기 이웃 중국이 하이난섬에 불시착한 미군 정찰기 사건을 다룬 방식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
고 있다.

중-미 정찰기 해법이 교과서 문제 타산지석
유일 초강대국을 자부하는 미국은 10여일전 자국의 정찰기가 중국을 정찰하다 중국전투기와 충돌, 중국영토에 불시
착을 했다. 하지만 뻔뻔하게도 미국은 전혀 미안해하는 기색도 없이 정찰기와 승무원을 돌려달라며 잇따른 무리수를
둬 중국 국민들을 자극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사과요구에 대해 대만무기판매, 최혜국대우 철회, 2008년 올림픽개최지 선정방해 등을 위협하
며 중국의 백기를 요구, 불타오르는 중국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지도자인 장쩌민 국가주석은 국민감정에 반보 앞서 직접 미국측의 잘못을 지적하고 사과를
요구함으로써 출범이후 줄곧 오만한 외교를 펼쳐온 부시 미국 행정부로부터 11일 사실상의 사과서한을 전달받는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중국은 국론의 분열없이 국민의 에너지를 하나로 결집함으로써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을 과시했
다. 그리고 ‘대단히 미안하다’는 사과를 수용, 미 승무원을 전원 송환했다. 이것은 실용적 타협에 의한 ‘유종의
미’를 예고한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파문은 궁극적으로 일본 스스로가 풀어야할 문제다. 그러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와 이해를 같
이하는 주변국들은 일본이 잘못을 인정하고 고쳐나가도록 지적하고 규탄하며 계속 압력을 가하는 것이 의무이자 권리
이다. 또 이러한 국민의 규탄 캠페인에 정치지도자가 앞장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임무이다. 김 대통령의 이날 발언
은 비록 늦기는 했지만 이점을 잊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노기혁 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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