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집중탐사-한강]소양강, 내린천에서 춘천까지

소양호 ‘흙탕물’에 북한강 몇년째 몸살

지역내일 2007-09-13
설악산 수해복구공사장에서 누런 오탁수
소양댐 방류수 9월말 이후에나 맑아질듯

평화의댐에서 파로호(화천댐)로 흘러든 북한강 본류는 화천댐 방류구를 지나 다시 강물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북한강은 춘천댐이라는 인공 구조물에 가로막힌다.
북한강이 화천에서 춘천으로 넘어오는 경계는 화천군 하남면 원천리와 춘천시 사북면 지촌리. 이 두 마을을 이어주는 5번 국도에는 ‘달거리고개’라는 고개가 있어 절로 웃음 짓게 한다.
아하. ‘산이 높아 넘어가던 달이 걸린다’는 뜻인가 보다. 원천리에는 ‘달거리’라는 마을도 있고 사창리 명월리 쪽으로 이어지는 56번 국도 위에는 ‘만월고개’도 있다.
이 일대엔 재미있는 마을 이름이 많다. 한사모루, 건는들, 챙벌, 석금바위, 빗서오지, 열개미, 토둔이, 원댕이, 며구지, 머구넘이 …. 산이 높고 물이 깊은 탓인지 일제강점기 때 창씨개명을 당하지 않은 정겨운 우리 이름들이다.

◆2006년 흙탕물 발생일수 224일 = ‘호반의 도시’ 춘천 주변은 온통 인공호수들이다. 북쪽에는 파로호와 춘천호, 동쪽은 남한 최대의 소양호, 서쪽은 의암호, 의암호 하류에는 청평호, 그것도 모자라 청평댐 옆 산꼭대기에 청평양수댐까지 들어섰다.
“상류에서 내려오는 1급수의 물이 의암호에서 정체되면서 2급수로 떨어지고 있다. 이런 댐이라면 아예 수문을 열거나 철거를 하는 게 낫다.”
춘천21세기연구소 변지량 소장의 말이다.
춘천시민들은 의암댐의 수문을 완전히 열거나 아예 철거하는 게 낫다고 입을 모은다. 흐르는 물만 정체시킬 뿐 홍수 조절능력도 거의 없고 북한 금강산댐 담수 이후 발전용량도 30% 이상 줄어드는 등 효용가치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의암댐을 비우면 북한강과 소양강 일대에 대규모 하천부지가 생겨 지역발전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요즘 들어 흙탕물이 자주 발생하는 소양호도 춘천시민들의 고민으로 자리잡았다.
11일 오후 소양댐 발전방류수가 내려오는 춘천시 세월교 지점. 강물이 온통 누런 흙탕물이다.
한여름에도 시원한 소양댐 방류수가 흘러 냉기가 감도는 이곳은 춘천 시민들이 즐겨찾는 단골 피서지다. 여느 때 같으면 다리 양쪽으로 자동차들이 빼곡하게 세워져 있을 텐데 차들도 띄엄띄엄 서 있고 다리 난간에 기댄 사람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누런 흙탕물이 시원한 느낌마저 가시게 할 정도니 일부러 이곳을 찾을 까닭이 없는 것이다.
소양강 흙탕물 현상은 몇해 전부터 해마다 되풀이되는 연례행사가 됐다. 소양강 상류지역의 고랭지 채소밭이 늘고 여름철 강우량이 많아지면서 흙탕물 사태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태풍 에위니아로 발생한 설악산 일대 산사태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때 발생한 흙탕물은 올해 중순까지 이어지며 주민 생활과 수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소양강댐이 거대한 흙탕물 저장고 역할을 하면서(2006년 흙탕물 발생일수 224일) 소양강물이 유입되는 북한강 본류까지 몸살을 앓았다. 올해에는 금강산댐 북쪽에 80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발생, 북한강 본류 수계까지 온통 시뻘건 흙탕물로 뒤덮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올해 흙탕물 유입량이 지난해의 1/3 수준이고 탁도(NTU)도 심하지 않다는 점이다. 소양강댐 관리단 관계자는 “올해 유입된 흙탕물은 대부분 발전방류를 통해 빠져나간 상태”라며 “9월 말 경이면 30NTU 정도로 탁도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흙탕물 주범인 ‘객토’ 엄격하게 제한” = 매년 되풀이되는 소양호 흙탕물 사태의 해결책은 없는 걸까. 이번 취재중 비가 내리는 날 내린천과 인북천 등 소양강으로 유입되는 하천의 흙탕물 상태를 모두 살펴봤다.
소양강 최상류 하천은 내린천. 내린천은 강원도 홍천군 내면 일대 백두대간 북쪽 계곡에서 발원한다. 이 일대 남한강과 북한강의 분수령은 운두령(1089m)과 계방산(1577m), 오대산(1563m)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주능선이다.
2005년 여름까지 심각할 정도로 흙탕물이 내려왔던 ‘자운천’(운두령에서 내려온 내린천 상류 하천)은 생각보다 훨씬 맑은 상태였다. 계방천과 자운천, 내린천이 모두 만나서 내려가는 ‘미산계곡’도 그다지 흐린 기색이 없었다.
이 일대 내린천 상류는 우리나라 최대의 열목어 서식지로 꼽힌다. 그러나 홍천군 내면 일대에 고랭지 채소밭이 늘어나면서 여름철이면 심각한 흙탕물이 내려와 미산계곡을 찾아온 피서객들이 발길을 돌리는 등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내린천 상류가 왜 이렇게 맑아졌을까. 고랭지 채소밭이 밀집해 있는 자운천이 연일 계속되는 빗속에도 크게 흐려지지 않은 까닭이 뭘까. 정답은 ‘흙탕물 저감사업’이었다.
홍천군 환경보호과 관계자는 “밭 경계에 자연식생대를 만들고 산에서 밭으로 유입되는 물을 우회시키는 등 저감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해부터 흙탕물의 주범인 ‘객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사진 밭에 객토를 하면 큰비가 왔을 때 이 흙이 모두 떠내려간다. 흙과 함께 비료나 농약 성분도 하류로 떠내려간다.
결국 상류 계곡은 입자가 굵은 모래로 뒤덮여 열목어 서식지가 사라지고 하류 소양호엔 입자가 고운 황토 성분이 쌓인다. 이것이 흙탕물 사태의 본질이다.
남한강 수계의 도암댐이 5년 동안 발전방류를 못하고 있는 것도 대관령 일대 고랭지 채소밭에서 내려온 유기물질과 황토 성분 때문이다.

◆빗속에 하천부지 건물 철거까지 = 소양호로 흘러드는 하천 가운데 고랭지 하류의 흙탕물을 여전히 내려보내고 있는 곳은 양구군 해안면 해안분지(일명 ‘펀치볼’)의 ‘성황천’이 유일했다. 양구군 해안면의 성황천과 인제군 서화면의 서화천이 만나는 현장에서 맑은 물에 황톳물이 섞이는 적나라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현재 소양호 상류 수계에서 가장 심각한 흙탕물이 발생하고 있는 곳은 고랭지 채소밭이 아니라 설악산 일대의 수해복구공사현장들이다.
인제군 인제읍 덕산리의 덕산천과 가리산천 일대의 수해복구공사장 수십여곳에서 심각한 정도의 흙탕물이 발생하고 있었다.
비가 오는 가운데 하천 바닥에서 땅을 파는 굴삭기들도 많았고 심지어 하천부지에 있는 건물을 철거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물길을 한쪽으로 몰아놓고 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비가 오는 상황에서 흙탕물 저감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나마 형식적인 오탁방지막도 몇 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강원도 환경정책관실 관계자들은 “아직 수해복구공사장 흙탕물 발생 상황을 보고받지 못했다”(국장), “현재 소양호로 유입되는 군축교(인제대교) 지점의 내린천 하류는 이미 맑아진 상태”(과장)라고 답변했다.
반면 수자원공사 소양댐관리단 관계자는 “올해 소양호로 유입된 흙탕물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이 수해복구공사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흙탕물의 관점에서 보면 수해복구사업이 수해를 오히려 키우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취재에 도움 주신 분들
원주지방환경청
해성수중 한강지킴이
협찬
환경부 해양수산부
한국수자원공사
경기도 경상북도 대구시
성남판교수질복원센터

홍천 인제 양구 춘천 = 글 사진 전호성 남준기 기자 hsjeon@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