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 위에 잠자는 자의 법익은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언이 있다. 권리가 있어도 제대로 이를 행사하지 못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법을 몰랐다가 권리는 커녕 낭패를 당하는 일이 많다.
내일신문은 서민들의 억울한 피해를 막기 위해 현직 부장판사의 법률 조언을 매주 목요일 연재한다. 문형배 부장판사는 사시 28회로 부산지법에서 일하고 있다.
며칠 전 대여금 청구사건에 대한 재판을 했다. 원고가 주장하는 금전거래가 3건인데다가 피고는 돈을 다 갚았다고 주장하면서도 영수증이 없고 정황증거들만 제출하여 애를 먹은 적이 있다.
그래서 금전거래를 할 때 주의할 점에 대하여 몇 가지 정리해봤다. 잘 기억해두었다가 실생활에 응용함으로써 자신의 정당한 이익도 지키고 사실인정에 힘들어 하는 법률가 특히 법관들도 도와주면 감사하겠다.
① 돈을 빌려줄 때 차용증 받기
돈을 빌려줄 때는 상대방(채무자)으로부터 차용증을 받아 둬야한다. 차용증에는 원금, 이자, 변제시기, 돈을 빌려주는 날짜를 적는 것이 좋고 끝에 상대방의 서명, 날인을 받아둬야 한다. 특히 상대방의 서명, 날인은 상대방이 직접 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재판을 하다 보면, 무통장 입금증만 있으면 되지 차용증이 무슨 필요가 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지가 않다. 남에게 돈을 보내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간단하게 생각해봐도, 돈을 빌려줄 때, 빌린 돈을 갚을 때, 그냥 줄 때, 제3자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을 때 모두 무통장 송금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무통장 송금만으로는 돈을 빌려줬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채무자 입장에서 특히 주의할 점은 사채업자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차용증을 작성할 때는 빈칸을 그대로 놔두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원금, 이자, 변제시기, 채권자란을 꼭 채워 넣은 상태에서 서명, 날인을 해야 된다. 변제시기를 넘기면 연체이율이 적용되므로 변제시기도 확인을 해 둘 필요가 있고, 채권자란을 비워두면 사채업자들이 차용증을 돌릴 수 있다. 채무자로서는 이중으로 돈을 갚아야 하는 경우가 생기므로 채권자도 확인을 해 둘 필요가 있다.
또한 공증인 사무실에서 공정증서를 작성하면 재판 없이도 바로 강제집행을 당할 수 있으니 공정증서를 작성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된다.
공정증서에는 채무자가 의무를 위반할 때는 강제집행을 당하더라도 이의가 없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만일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을 당했는데 억울한 점이 있을 경우 채무자의 주소를 관할하는 법원에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면서 별도로 집행정지 신청을 해야 한다.
② 빚을 갚을 때는 영수증 받기
반대로 빚을 갚을 때는 상대방(채권자)으로부터 영수증을 받아야 한다. 영수증에는 갚는 액수, 갚는 날자, 채권 내용을 적고 끝에 상대방의 서명, 날인을 받아둬야 한다. 빚을 완전히 다 갚을 경우에는 채권자로부터 차용증을 회수하는 것이 좋다.
무통장 입금증이 상대방이 직접 쓴 영수증보다 못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재판을 하다보면 빚 일부를 갚으면서 나머지 빚은 채권자가 면제해주기로 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이 그러하다면, 영수증을 받을 때 그러한 내용을 적어두는 것이 좋다.
영수증에 ‘나머지 채무는 면제한다’ 또는 ‘2007년 9월 19일자 1000만원 채무는 다 갚았다’를 적어두든지 아니면 차용증을 회수하든지 하면 되겠다.
③ 지나치게 높은 이자는 안 갚아도
사채업자의 경우 이자를 연 100%의 이율로 받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지만, 이자제한법에는 연 30%를 넘을 경우 이자약정은 무효로 되므로 연 30%를 초과하는 이자는 안 갚아도 된다. 연 30%를 넘는 이자를 이미 지급했을 경우 그 부분은 원금에 충당된다. 선이자를 공제한 경우 실제 수령한 금액을 원금으로 하여 연 30%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자를 계산해야 한다. 다만, 허가·등록을 마친 금융업 및 대부업에는 다른 법률이 적용돼 현재는 연 66%까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조만간 최고이자를 연 49%로 인하하는 내용으로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될 예정이다.
④ 보증 설 때는 주의 필요
보증을 안 서는 것이 상책이지만, 불가피하게 보증을 설 경우 보증범위를 명확하게 해 두는 것이 좋다. 특히 근보증, 포괄근보증(거래의 종류만 정하고 채무 및 액수를 명확하게 정하지 않는 보증)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보증인란에 서명, 날인을 하기 전에 계약서상에 빈칸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대출금과 이율은 빈칸으로 되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에 서명, 날인을 하는 것이 좋다.
⑤ 세월이 흐르면 빚 안 갚을 수도
모든 채권에는 소멸시효가 있어서 법에 정한 기간이 지나면 돈을 못 받는다. 돈을 빌려주었을 경우 변제기까지의 이자 채권은 3년이 지나면 못 받고, 원금과 변제기가 지나서 발생한 지연손해금은 원칙적으로 10년이 지나면 못 받는다.
다만, 금융기관이나 대부업자와 같이 영업으로 돈을 빌려주는 경우는 10년이 아닌 5년이 지나면 원금 및 지연손해금 채권을 못받는다. 따라서 채무자 입장에서는 오래된 채권인 경우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하면 책임을 면할 수도 있겠다.
다만, 소 제기, 압류, 가압류, 채무승인 등의 경우 소멸시효가 연장되므로 일률적으로 소멸시효완성기간을 말하기는 어렵다.
법률가가 보면 상식에 속하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상식을 몰라서 피해를 입는 사람이 많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문형배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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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은 서민들의 억울한 피해를 막기 위해 현직 부장판사의 법률 조언을 매주 목요일 연재한다. 문형배 부장판사는 사시 28회로 부산지법에서 일하고 있다.
며칠 전 대여금 청구사건에 대한 재판을 했다. 원고가 주장하는 금전거래가 3건인데다가 피고는 돈을 다 갚았다고 주장하면서도 영수증이 없고 정황증거들만 제출하여 애를 먹은 적이 있다.
그래서 금전거래를 할 때 주의할 점에 대하여 몇 가지 정리해봤다. 잘 기억해두었다가 실생활에 응용함으로써 자신의 정당한 이익도 지키고 사실인정에 힘들어 하는 법률가 특히 법관들도 도와주면 감사하겠다.
① 돈을 빌려줄 때 차용증 받기
돈을 빌려줄 때는 상대방(채무자)으로부터 차용증을 받아 둬야한다. 차용증에는 원금, 이자, 변제시기, 돈을 빌려주는 날짜를 적는 것이 좋고 끝에 상대방의 서명, 날인을 받아둬야 한다. 특히 상대방의 서명, 날인은 상대방이 직접 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재판을 하다 보면, 무통장 입금증만 있으면 되지 차용증이 무슨 필요가 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지가 않다. 남에게 돈을 보내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간단하게 생각해봐도, 돈을 빌려줄 때, 빌린 돈을 갚을 때, 그냥 줄 때, 제3자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을 때 모두 무통장 송금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무통장 송금만으로는 돈을 빌려줬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채무자 입장에서 특히 주의할 점은 사채업자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차용증을 작성할 때는 빈칸을 그대로 놔두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원금, 이자, 변제시기, 채권자란을 꼭 채워 넣은 상태에서 서명, 날인을 해야 된다. 변제시기를 넘기면 연체이율이 적용되므로 변제시기도 확인을 해 둘 필요가 있고, 채권자란을 비워두면 사채업자들이 차용증을 돌릴 수 있다. 채무자로서는 이중으로 돈을 갚아야 하는 경우가 생기므로 채권자도 확인을 해 둘 필요가 있다.
또한 공증인 사무실에서 공정증서를 작성하면 재판 없이도 바로 강제집행을 당할 수 있으니 공정증서를 작성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된다.
공정증서에는 채무자가 의무를 위반할 때는 강제집행을 당하더라도 이의가 없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만일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을 당했는데 억울한 점이 있을 경우 채무자의 주소를 관할하는 법원에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면서 별도로 집행정지 신청을 해야 한다.
② 빚을 갚을 때는 영수증 받기
반대로 빚을 갚을 때는 상대방(채권자)으로부터 영수증을 받아야 한다. 영수증에는 갚는 액수, 갚는 날자, 채권 내용을 적고 끝에 상대방의 서명, 날인을 받아둬야 한다. 빚을 완전히 다 갚을 경우에는 채권자로부터 차용증을 회수하는 것이 좋다.
무통장 입금증이 상대방이 직접 쓴 영수증보다 못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재판을 하다보면 빚 일부를 갚으면서 나머지 빚은 채권자가 면제해주기로 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이 그러하다면, 영수증을 받을 때 그러한 내용을 적어두는 것이 좋다.
영수증에 ‘나머지 채무는 면제한다’ 또는 ‘2007년 9월 19일자 1000만원 채무는 다 갚았다’를 적어두든지 아니면 차용증을 회수하든지 하면 되겠다.
③ 지나치게 높은 이자는 안 갚아도
사채업자의 경우 이자를 연 100%의 이율로 받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지만, 이자제한법에는 연 30%를 넘을 경우 이자약정은 무효로 되므로 연 30%를 초과하는 이자는 안 갚아도 된다. 연 30%를 넘는 이자를 이미 지급했을 경우 그 부분은 원금에 충당된다. 선이자를 공제한 경우 실제 수령한 금액을 원금으로 하여 연 30%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자를 계산해야 한다. 다만, 허가·등록을 마친 금융업 및 대부업에는 다른 법률이 적용돼 현재는 연 66%까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조만간 최고이자를 연 49%로 인하하는 내용으로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될 예정이다.
④ 보증 설 때는 주의 필요
보증을 안 서는 것이 상책이지만, 불가피하게 보증을 설 경우 보증범위를 명확하게 해 두는 것이 좋다. 특히 근보증, 포괄근보증(거래의 종류만 정하고 채무 및 액수를 명확하게 정하지 않는 보증)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보증인란에 서명, 날인을 하기 전에 계약서상에 빈칸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대출금과 이율은 빈칸으로 되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에 서명, 날인을 하는 것이 좋다.
⑤ 세월이 흐르면 빚 안 갚을 수도
모든 채권에는 소멸시효가 있어서 법에 정한 기간이 지나면 돈을 못 받는다. 돈을 빌려주었을 경우 변제기까지의 이자 채권은 3년이 지나면 못 받고, 원금과 변제기가 지나서 발생한 지연손해금은 원칙적으로 10년이 지나면 못 받는다.
다만, 금융기관이나 대부업자와 같이 영업으로 돈을 빌려주는 경우는 10년이 아닌 5년이 지나면 원금 및 지연손해금 채권을 못받는다. 따라서 채무자 입장에서는 오래된 채권인 경우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하면 책임을 면할 수도 있겠다.
다만, 소 제기, 압류, 가압류, 채무승인 등의 경우 소멸시효가 연장되므로 일률적으로 소멸시효완성기간을 말하기는 어렵다.
법률가가 보면 상식에 속하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상식을 몰라서 피해를 입는 사람이 많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문형배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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