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일꿈 - 가을 단상(斷想)

지역내일 2007-09-17
경북도청 과학기술정책담당 장상길



- 기억 그리고 시 -

참 더웠지요. 한 10년 여 만에 처음 맞는 무더위였던 것 같은데요! 우리 직원 중 누가 올 여름을 보내고 던지던 말이다. 그렇지 그때였다. 나의 빛나던 청춘의 막바지(?) 20대말, 졸업하고 사회의 첫발을 디딘 이듬해 맞이한 94년의 여름. 아스팔트 위에 계란이 익어가는 장면을 뉴스에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유유히 서울 거리를 활보하던 펄펄 끓던 젊음 만큼 뜨거웠을까? 그 때는 결코 가을이 이렇게 감상적이지 않았건만! 그런데(선배님들껜 죄송하지만) 하마 불혹도 두해를 넘긴 나이이다. 남자의 계절, 이 가을!

- 꿈 그리고 아버지 -

밤새 가위 눌렸다. 이놈의 일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일가지고 걱정해본 적은 없는데 꿈결에 헛소리를 했는지 아내가 놀란다. 일은 집에 가져오지 않는 것이 철칙인데 맙소사 꿈결에 까지 들고 오다니! 깝깝하다. 찾아도 답이 없다. 길 없는 길을 가야만 하는 이 심정 누가알랴.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갑자기 일은 왜 이리 또 몰리는 지. 터널이 끝나는가 싶더니 또 하나의 터널이 기다리고 있다. 오 신이시여! 잠든 처자식의 얼굴을 보며 후다닥 한 그룻 국에 아침을 해치우고(?) 시동을 건다. 오늘도 우리 중 누구는 모두가 잠든 새벽 길로 출근을 재촉하고 또 누군가는 비로소 사랑하는 처자식의 꿈길 속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아직 서쪽 하늘에 걸린 달을보며 새벽일을 나가시던 우리 아버지! 그 길을 따라 간다. 추석이다. 그립다. 나도 비로소 아버지인가 보다. 아버지!


- 인연은 종이 한장따라 -

가을은 인사철이다. 최근 우리도도 청내 직원 인사로 잠시 어수선 하였다. 공무원 이라는게 종이 한 장에 왔다 갔다 하는 자리인 만큼 떠날 때는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마무리는 깔끔하게 뒷사람에게 누를 끼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원하는 자리를 고집해서도 안된다. 바램은 종이 한 장의 무게만큼만. 보따리를 들고 아래층 위층으로 자리를 바꾸고 새로운 업무를 익히고 새 사람과 인연의 물꼬를 터느라 분주하다. 오랜만에 다시 반가운 해후의 손을 잡는 이들도 있다. 어떤 이는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하고 또 누구는 꼬인 인연을 풀려고 고심한다. 어쨌든! 사람들아 제발 남의 말 좀 좋게 하고 살자꾸나! 입술이 닳도록!


- 기원 -
낮에 오랜 만에 옥상엘 올랐다. 가을 햇살이 따갑다. 그래도 멀리 앞산을 바라보니 가슴이 탁 터였다. 아쉬운 건, 신천의 물줄기는 세월 따라 자꾸 가늘어 지고 그 옛날 대구 팔경의 하나로 손꼽히던 침산의 장엄한 노을은 나날이 높아가는 아파트에 왜소해져만 간다. 바램에서 멀어질 수록 젊은 날의 꿈은 더욱 새 록새록하고 그리운데 아뿔사! 한번 나온 배는 들어가지 않는다. 천고마비! 아니다 비만관리의 엄숙한 계절이다. 살이 어데 몸에만 찐다더냐. 욕심이 더덕더덕 마음도 뒤뚱 거린다. 올 가을엔 세심원, 뒷동산 대나무처럼 몸도 마음도 쭉쭉 뻗어 보리라. 기필코, 텅빈 충만을 이루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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