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산행
박원식 지음
크리에디트
1만6000원
자산은 선유봉에서 아우를 그렸고 금오산은 길재와 ‘회고가’를 읊었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 신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네 /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국어 교과서 한쪽을 장식하던 시조 한 수를 기억한다. 포은 목은과 함께 ‘고려삼은’으로 불리던 야은 길재가 나라 잃은 설움을 담아낸 ‘회고가’다. 세월의 덧없음을 노래했다는 참고서같은 분석이 아니라도 왠지 모를 스산함과 애잔함이 묻어나는 시구다.
백이·숙제가 주 무왕에 허물어진 은나라를 애도하며 ‘채미가’를 노래했다면 수양산이 길재에게는 금오산이다. 패망한 고려를 그리며 야은은 금오산에 몸을 묻었다. 경북 구미시, 칠곡군 북산면, 김천시 남면에 걸친 금오산은 야은과 함께 ‘회고가’를 읊조렸다.
금오산을 오르며 야은 길재나 매월당 김시습을 만난 적이 있는가. ‘자연주의 에세이스트’ 박원식은 그렇게 산에서 선인을 만났다. 만덕산을 다산과 함께 걷고 청량산에서 퇴계의 학문을 읽어내린다. ‘산에 들어 옛사람을 보다’라는 부제 그대로다. 산 사람인 그는 대관령을 넘으며 홀로 계신 어머니를 가슴에 품은 사임당을 불러내고 선유봉 동백숲에서 학문과 아우에 대한 그리움을 토해낸 자산 정약전을 좇는다.
산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수천년을 지나며 사람을 품고 역사를 담는다. 그래서 산은 저자의 학문이자, 가르침을 전하는 스승을 만나는 길이다. 그는 고대의 온달과 최치원부터 조선의 김시습 정약용 이매창 김삿갓, 근세의 경허 만공 강증산에 이르기까지 “스무 분의 족집게 과외교사”를 모시고 산에 들어 열강을 들었다. 선인들이 그랬듯 산을 관조하며 생의 이치를 캐어내고 “그 체취와 메시지를 수신했다”.
산을 오르는 색다른 방법, 이색적인 산행 길라잡이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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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 지음
크리에디트
1만6000원
자산은 선유봉에서 아우를 그렸고 금오산은 길재와 ‘회고가’를 읊었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 신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네 /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국어 교과서 한쪽을 장식하던 시조 한 수를 기억한다. 포은 목은과 함께 ‘고려삼은’으로 불리던 야은 길재가 나라 잃은 설움을 담아낸 ‘회고가’다. 세월의 덧없음을 노래했다는 참고서같은 분석이 아니라도 왠지 모를 스산함과 애잔함이 묻어나는 시구다.
백이·숙제가 주 무왕에 허물어진 은나라를 애도하며 ‘채미가’를 노래했다면 수양산이 길재에게는 금오산이다. 패망한 고려를 그리며 야은은 금오산에 몸을 묻었다. 경북 구미시, 칠곡군 북산면, 김천시 남면에 걸친 금오산은 야은과 함께 ‘회고가’를 읊조렸다.
금오산을 오르며 야은 길재나 매월당 김시습을 만난 적이 있는가. ‘자연주의 에세이스트’ 박원식은 그렇게 산에서 선인을 만났다. 만덕산을 다산과 함께 걷고 청량산에서 퇴계의 학문을 읽어내린다. ‘산에 들어 옛사람을 보다’라는 부제 그대로다. 산 사람인 그는 대관령을 넘으며 홀로 계신 어머니를 가슴에 품은 사임당을 불러내고 선유봉 동백숲에서 학문과 아우에 대한 그리움을 토해낸 자산 정약전을 좇는다.
산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수천년을 지나며 사람을 품고 역사를 담는다. 그래서 산은 저자의 학문이자, 가르침을 전하는 스승을 만나는 길이다. 그는 고대의 온달과 최치원부터 조선의 김시습 정약용 이매창 김삿갓, 근세의 경허 만공 강증산에 이르기까지 “스무 분의 족집게 과외교사”를 모시고 산에 들어 열강을 들었다. 선인들이 그랬듯 산을 관조하며 생의 이치를 캐어내고 “그 체취와 메시지를 수신했다”.
산을 오르는 색다른 방법, 이색적인 산행 길라잡이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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