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지은 아파트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 있는 고양시 고양동의 번잡한 상가지역에 예쁘게 들어서 있는 '책사랑'.
이 공간만큼은 순전히 아이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정성을 다해 꾸몄다는 장광일·이윤지부부가 이 곳의 공동 대표이다.
입지조건도 고양시의 자리잡힌 신도시에 비해 열악한데다 공간도 작은 이 곳이 크게 느껴지는 것은 이 곳을 단순히 책 자체만 파는 곳이 아닌 하나의 문화공간으로서 지역의 문화창출에 일조를 하겠다는 이 부부의 열정이 그대로 배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장광일씨는 서울지역에서 93년부터 도서관건립운동에 누구보다 남다른 열정을 쏟고 운동을 펼치던 인물이다. 그 동안 다른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늘 '책을 통한 문화'를 가슴에 품고 있던 차에 유치원 교사생활을 오랫동안 한 이윤지씨를 만나고 결혼하면서 '어린이서점'을 열기로 의기투합, 어려운 이 길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고양시가 일산신도시로 새롭게 탈바꿈하면서 신도시내에 어린이서점들이 들어설 때마다 그 동안의 도서관운동을 했던 경험으로 조언을 주기도 했지만 정작 자신은 신도시보다 더 심한 문화의 불모지인 고양동에 모험을 걸었다.
적어도 '책사랑'에서 구입한 어린이서적만큼은 아이들 정서에 도움을 주는 책임을 자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 쪽에는 포토이미지샵을 꾸며 동화속 인물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였으며 독서교실과 종이접기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이 곳의 '독서교실'은 책을 한 번 주마간산식으로 읽히고 눈에 보이는 어떤 결과에 집착하여 쓰기를 강요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한 작품을 3∼4번씩 정독한 다음 먼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도록 한다는 것이다. 책은 읽고 가슴으로 느끼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지 수려한 글쓰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장광일씨의 독서지도법, 그래서 이 곳의 아이들은 자유롭게 표현하고 이미 표현한 글에 대해서는 강사가 평가하지 않는다.
요즈음 '책사랑'의 어려움은 이렇게 자유로운 발상을 끄집어 내기까지 아이들을 기다려주지 못하는 조급한 부모들에 의해 인근의 글짓기학원이나 무료강습소로 아이들이 발걸음을 돌리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어떤 학습이든 눈으로 보이는 결과물에 집착하고 조급한 부모들의 눈으로 아이들을 평가하는 것이 무엇보다 안타깝다는 장광일씨는 "놀이터에 아이들 뛰노는 소리가 없을 정도로 학원으로 뛰어 다니는 아이들이 점수는 높되 실력이 없는 이유는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책읽는 문화운동'이 우선되어야 하고 그 일의 중추로 '어린이서점'이 서야 한다는 장씨는 수익성 약한 이 일에 뛰어든 사람들은 크든 작든 사명감없이는 해 낼수 없는 일이라며 부모들이 이 일에 적극 동참하고 도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다.
요즈음 인터넷을 통해 할인폭이 큰 책들을 많이 구입하는 세태라 어린이서점의 경영난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한다.
꾸준히 어린이서점을 이용하는 고객은 손으로 꼽을 정도고 주로 할인점이나 대여점을 통해 책을 읽히고 있는 실정이고 이런 부모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하지만 어린이서점만큼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정서'를 키우는 곳으로 애용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모든 어린이 서점주들이 바라는 희망사항이 아닐까.
장광일씨가 또 하나 바라는 것은 학교도서관이나 지역도서관의 활성화, 제도적으로 이 운동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현실이 외면당할 때 가슴아프다고 한다. 이런 사명감 하나로 지역문화가 없는 고양시에서도 배드타운에 속하는 고양동에서 꿋꿋하게 자리잡고 있는 '책사랑'은 진정 아이들을 사랑하는 공간이다. (031-963-2233)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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