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 기고

지역내일 2007-09-20
풍요과 나눔의 한가위를 바라며
신광섭 국립민속박물관장

팔월 한가위는 일년 중 가장 둥글고 큰 보름달이 뜨는 날이다. 만월은 보기만 해도 풍요롭고 마음을 넉넉하게 한다. 청정한 가을밤, 온 세상의 풍요를 밝게 비춰 주는 보름달은 가히 나누기를 즐겼던 우리의 심성을 닮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한가위는 농부의 땀이 알알이 맺힌 오곡백과를 수확하는 기쁨을 누리는 명절이다. 풍성하고, 덥지도 춥지도 않은 때다. 그래서일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로 표현했다. 곳간에 인심난다는 말처럼 한가위는 너나없이 넉넉한 마음과 따뜻한 인심을 자랑하게 만든다.
예전에 생활이 넉넉한 사람들은 산에 올라가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 집이라도 있는가 살폈다. 혹시 한가위 명절을 궁기(窮氣)로 맞지 않을까 염려한 탓이다. 그리고 남몰래 찾아가 쌀가마니를 두고 갔다. 한가위는 이처럼 풍요 가운데 소외된 사람들을 배려하는 때다. 물질도 그렇지만 인심 또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처럼 나누었던 배려다. 양극화가 심화된 오늘날 주위를 돌아보면 나눔의 손길을 필요한 이가 많다. 이들을 위해 손을 내미는 것은 한가위를 맞는 우리의 책무다.

한가위 놀이에도 담긴 나눔의 정신
한가위라는 말은 신라 때 벌인 길쌈놀이에서 유래하는 ‘가배(嘉俳)’에서 비롯되었다. 신라 6부의 부녀자들이 편을 짜 길쌈 내기를 하고 진 편이 이긴 편을 대접하며 놀았다는 것이 가배다. 아마도 ‘큰 보름’이라는 뜻이 아닌가 하는데, 공동체 삶의 나눔과 신명을 풀어낸 잔치였음이 분명하다.
이런 내력 때문인지 한가위 민속놀이의 대부분이 공동체 삶의 즐거움을 담았고, 넉넉한 나눔의 정신을 표현했다. 경기도, 황해도에서 전승되는 소놀이나 거북놀이가 그렇고, 전남 도서지방에서 전승되는 강강술래가 그렇다. 특히 만월이 떠오른 밤에 곱게 차린 부녀자들의 원무(圓舞)는 하늘의 달과 비견되는 땅의 달이다. 천지간에 달을 띄우고 사람과 사람의 정을 나누는 강강술래는, 그래서 너나 없는 삶의 기쁨을 하나로 엮는 고도의 상징이 된다. 가히 나눔의 미학이라고 할까.

황금연휴의 한가위, 굳이 떠나야 할까
이번 한가위 연휴를 황금연휴라고 부른다. 그래서인지 어느 때보다 해외여행객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한다. 세월이 가고 인심이 변했다 하나 한가위 명절을 자기만을 위한 때로 여기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모습은 아쉬운 현대의 모습이다. 물론 고향 가는 길이 힘들고 고생스러운 현실이다. 그러나 고향을 찾아 숭조보근(崇祖報根)의 의미를 새기고, 일가친척은 물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 사람 사는 따뜻함과 인정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한가위 보름달이 어느 때보다 밝은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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