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9> 마지막회 - 팔당에서 김포까지

지역내일 2007-09-27
<한강-9> 마지막회 - 팔당에서 김포까지

김포반도와 장단반도 지나 서해로 들어가다
하구둑 없는 한강하구는 생태계 보고 … “남북공동 한강하구 생태계 조사를”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금대산 기슭에서 발원한 한강이 팔당호를 지나 서울로 들어가는 길목, 팔당대교 서쪽 하늘에 해가 진다.
연이은 비로 늘 흐리던 하늘에 검은 장막이 걷히자 서울을 둘러싼 4개의 산들이 차례로 나타난다. 북한산 인수봉, 도봉산, 불암산, 수락산이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내는 장관이 펼쳐진다.
산들의 파노라마 아래로는 한때 이곳에 당정섬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하남습지가 보인다. 이른바 ‘불-수-도-북’을 이렇게 또렷하게 볼 수 있는 날은 정말 드물다.
이번 취재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7년 전 한강이 서해바다로 들어가는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 앞바다에서 저녁노을을 만났던 적이 있다. 김포시 하성면 해병 00사단 000 GP에서 바라본 한강 하구의 일몰은 장엄 그 자체였다.
멀리 강화도를 배경으로 한강의 법정하구(법으로 정한 하구)인 ‘유도’가 보이고 노을빛 물든 강물 양쪽으로 남쪽의 김포반도와 북쪽의 장단반도가 다도해처럼 펼쳐졌다.

◆쌀 300석 싣는 대선(大船) 300여척 =
한강 하구는 강물 한가운데가 군사분계선이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의 군사들이 팽팽한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김포 애기봉전망대에서 북측 하조강리는 불과 1.5km. 관광용 망원경으로 하조강리 암실마을 주민들이 소로 밭을 일구는 모습까지 보일 정도다.
애기봉 아래 조강리 바닷가에는 ‘조강포(祖江浦)’ 유허비가 서 있다. 비문에는 ‘충청 전라도에서 올라오던 모든 세곡들과 물화를 실은 배들이 한양으로 가기 위해 거쳐 가던 나루’라는 설명과 함께 토정 이지함 선생이 이 뒷산에서 조수간만의 차이를 정확하게 측정해서 ‘조강물참’이라는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는 얘기까지 새겨져 있다.
‘선조실록’에 따르면 건국 초기에 30만 석에 불과하던 비축 곡물이 조선조 중반에는 무려 200만석에 달했다. 이런 곡물의 주된 운송수단은 ‘배’였다. 우마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육지 운송에 비해 유통량의 규모나 운송의 효율에서 선박이 단연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숙종 28년(1702)의 기록을 보면 경강(한강)을 운항하는 경강선 가운데 쌀 250~300석을 싣는 배만 300여척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이런 배들은 주로 ‘황포돛배’ 형태였고 물을 거슬러 올라갈 때는 강변에서 우마들이 상류로 배를 끌어주었다.

◆콘크리트로 강변 덮은 한강종합개발 =
한강의 각 포구는 원래부터 독자적인 특성을 갖고 발달했다.
‘용산’은 관료들에게 녹봉을 지급하는 군지창과 광흥창이 있어 전국의 조세곡이 집중되었다. ‘마포’는 한강하구나 충청도 지역에서 잡힌 새우젓이나 소금에 절인 생선이 흔했던 포구로 지금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서강’은 소금에 절인 생선들을 모으는 포구로 고기잡이하는 어부들의 무대였다. ‘망원’ ‘합정’은 주로 빙어선(氷魚船)을 가지고 고기잡이하는 어부들이 모여들어 서강이나 마포와는 달리 싱싱한 생선을 구할 수 있었던 포구였다. ‘뚝섬’의 경우는 한강 상류에서 뗏목으로 내려오는 목재 집산지 구실을 했다.
그러나 이런 풍성한 한강의 모습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빙호(서빙고 앞) △동호(東湖)(옥수동 앞) △금호(금호동 앞) △동호(銅湖) 또는 동작강(동작동 앞) △마호 또는 마포강(마포 앞) △서호 또는 서강(서강 앞) △용호 또는 용산강(용산 앞) △노강 또는 노들강(노량진 앞) △조강(김포 북쪽)과 같은 아름다운 이름은 교량 이름으로 일부 남았을 뿐이다.
1970년대 이후 한강 하류에 남한 전체 인구의 절반이 모여들었다. 한강은 거대한 하수도로 변했고 이와 동시에 ‘한강종합개발사업’이 진행됐다.
사업 목표를 한강 생태계의 복원에 두고 최소한의 토목공사를 도입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이 사업은 암사동에서 행주대교에 이르는 36km 구간, 54km의 강변 생태계를 완전히 시멘트로 덮어버렸다.
각 지천이 흘러드는 곳, 물굽이가 완만한 곳에 생긴 모래톱, 강변의 자연스러운 경사면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54.6km의 분류하수관을 묻어 한강의 수질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물고기들이 알을 놓을 수 있는 서식처는 모두 없어져버린 거나 마찬가지다.

◆“동북아 물류중심 역할에 큰 도움” =
최근 서울시는 한강 뱃길을 서해로 연결하고 전체 뱃길을 되살리는 ‘한강르네상스’ 계획을 발표했다.
용산과 여의도에 국제선 터미널을 만들어 중국 상하이 등의 연안도시를 뱃길로 잇고, 이산포 김포 여의도 신사 잠실 등지에 선착장을 둬 출퇴근길 페리를 운행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남북경협이 활성화될 전망이 보이자 정부는 물론 여러 정치세력들, 한강하구에 입지해 있는 자치단체들까지 각종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먼저 정부측 개발계획으로는 ‘경인운하’ 사업을 들 수 있다. 인천과 서울을 연결하는 내륙운하를 건설하는 사업인데 여기에는 한강하구인 김포 굴포천에 대규모 물류시설을 만드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해양수산부의 ‘해양평화공원’, 서울시의 ‘서울르네상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강하구 나들섬’ 조성계획, 김포시 고양시 파주시의 ‘한강하구 철책선 제거’ 등도 모두 한강하구를 둘러싼 개발계획들이다.
최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한강하구에 항구를 건설하자며 항만시설을 마련한다면 남북 경제협력에 일대 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강 하구에 항구가 생기면 동북아 물류중심 역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경제전문가들도 많다. 수산개발원은 한강하구 항만 후보지로 △오두산 △김포시 유도 △강화도 인화포 △교동도 등 네 곳을 거론했다.
이명박 전 시장은 한강하구 ‘나들섬’ 조성계획을 발표하면서 나들섬을 만들면 열악한 생산환경 때문에 해외로 빠져나가는 중소기업을 유치할 수 있고 나아가 중국 등 해외로 나갔던 기업도 되돌아 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강하구 대부분은 ‘생태계보전지역’ =
앞으로 남북교역이 더욱 활성화되면 한강하구의 유리한 지리적 조건을 잘 살려서 이용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이견이 없다.
문제는 어떻게 접근하느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최근 발표된 일련의 구상 가운데 50년 넘게 보존돼 온 한강하구의 우수한 생태계를 자원으로 이용하는 내용을 담은 계획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전 시장의 ‘나들섬’ 개발계획은 강화 교동도 북동측 한강하구 퇴적지 일대에 총면적 30㎢(약 900만평)의 인공섬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나 여의도의 6배에 이르는 인공섬을 한강하구에 만든다면 홍수 때 한강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하구를 매립하는 등 과거의 개발방식을 한강에 적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보다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한강하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개발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한강은 섬진강을 제외하면 하구둑 없이 강이 바다로 직접 연결되는 우리나라 유일의 대형 하천이다. 또 지난 50년 동안 DMZ로 묶여 인간의 간섭 없는 조건에서 자연 생태계가 아주 훌륭하게 보전된 곳이기도 하다. 최근 환경부가 한강하구 대부분을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강하구 생태계가 파괴되면 서해가 죽음의 바다로 변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강하구와 서해는 생명의 탄생을 주관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이며 꼭 필요한 환경적 연결고리이기 때문이다.

◆분단 이후 생태계조사도 제대로 안해 =
야생조류협회중앙회 윤순영 회장은 “한강하구나 서해 일부 지역은 분단 이후 생태계 조사조차 제대로 못한 곳이 많다”며 “한강하구도 남북이 갈라진 아픔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한다.
윤 회장은 한강하구 개발계획 이전에 남북공동으로 한강하구 비무장지대의 생태계를 함께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남북평화를 위한 생태계 공동조사’ 계획이 먼저 수립되어야 하고, 이렇게 해야 다가올 통일한국이 자연과의 조화를 이룩한 국가로 선진국 대열에 앞장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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