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잃어버렸나, 되찾았나(김영철 2007.10.24)

지역내일 2007-10-24
잃어버렸나, 되찾았나
시민방송 RTV 상임 부이사장 김영철


지난 10년에 대한 정치권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드는가 싶더니 최근 또다시 불거졌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집권기에 대한 평가를 둘러싼 이 논쟁은 애초 한나라당이 불을 지폈다. 굳이 정치공학적 분석을 않더라도 논쟁을 촉발한 한나라당의 속셈은 뻔하다. 두 대통령의 재임 기간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함으로써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인기 없는’ 참여정부에 국정실패의 책임을 덧씌워 대선지형을 ‘이명박 대 노무현’의 손쉬운 구도로 짜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잠깐 수면 아래 가라앉은 듯 했던 이 논쟁이 다시 본격화한 것은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로 정동영 후보가 선출되면서부터다. 이번에도 한나라당이 먼저 치고 나왔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 동안의 구체적인 실정 목록을 자료로 제시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신고합니다. 돌려주세요. 잃어버린 세월의 신고 목록’이라는 자료의 제목은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얼마전 강연을 통해 “잃어버린 10년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잃어버린 것이 있으면 신고해라, 찾아주겠다”고 한 것에 대한 맞대응인 셈이다. 하지만 가만히 뜯어보면 통합신당 정 후보에 대한 선제공격의 성격이 강하다.
정동영 후보는 지금 절박한 처지다. 기대했던 ‘경선효과’도 미미한데다 대선이 50일도 남지 않았는데 지지율은 20%를 밑돌고 있다.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민주평화세력’의 적자임을 내세우기 위해서는 노 대통령을 포함한 친노 세력과의 관계 정상화가 시급하다. 참여정부와 적당히 거리를 두는 방법으로 대중적 지지도를 올려보자는 이전의 계산법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까닭에 정 후보는 후보 선출 직후부터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구애의 손짓을 보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런 ‘호재’를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참여정부의 ‘황태자’가 ‘잃어버린 10년’의 실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기 시작했다. 정 후보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맥을 잇는 민주평화세력의 적자임을 강조하면 할수록 한나라당의 공세는 더욱 맹위를 떨칠 게 분명하다.
늘 그랬듯이 이번 대선 정국 역시 평범한 사람의 보통 상식으로는 감별하기 어려운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정책 구호가 난무하고 있다. 경제가 주요 이슈라고 하지만 고매한 경제적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여야 후보의 어느 경제 공약이 우리 현실에 맞는지, 서민들을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는 방안인지, 도대체 알기 어렵다. 모든 후보들이 저마다 ‘경제 살리기’를 외치며 장미빛 미래를 제시하지만 일반 유권자의 눈에는 죄다 그게 그것으로 비친다. 그럴싸한 공약이 어지럽게 쏟아져 나오지만, 내실있는 정책 선거가 되지 못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이런 상황에서 ‘잃어버린 10년’ 논쟁은 자못 흥미로운 일이다. 먼저, 이 논쟁은 비록 과거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고 현재적이다. 한나라당은 ‘신고합니다, 돌려주세요’ 목록을 통해 지난 10년을 ‘육난(六亂)의 시대’로 규정했다. 지난 두 정부의 집권기는 경제대란, 집값대란, 실업대란, 교육대란, 안보대란, 헌법대란의 시대라는 것이다. 국민의 최우선적인 관심인 경제와 교육 분야는 물론 서민생활과 사회문제, 남북문제, 법치의 문제 등 사회 각 부문의 굵직한 현안들이 구체적으로 망라되어 있다. 이들 모두가 유권자들의 현재적 관심과 맞닿아 있는 사안이다.
한나라당 주장에 대한 통합신당과 청와대의 반응도 흥미롭다. 통합신당은 즉각 “한나라당이 잃은 것은 특권과 부패, 정경유착”이라며 “한나라당의 왜곡에 맞서 지난 10년의 성과와 과제를 정리해 반박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나섰다. 청와대 역시 한나라당이 지적한 것에 대해 하나씩 따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낱낱히 밝히겠다고 공언했다. 필요할 경우 과거 민자당 시절부터의 책임을 묻고 지난 10년 동안 한나라당의 발목잡기 사례도 밝히겠다고 나선 대목은 논쟁의 묘미를 더한다.
지난 10년에 대한 논쟁은 분명 과거를 둘러싼 논쟁이다. 그렇기 때문에 얼핏 소모적 논쟁으로 비친다. 하지만 이 논쟁은 주요 대선 후보들의 현재와 뿌리에 단단히 연결된 현실적 논쟁이다. 게다가 일반 유권자들이 살아온 날과 맞닿아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실질적 논쟁이기도 하다. 때마침 참여정부와 비판적 거리를 유지해 왔던 통합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지난 10년을 ‘되찾은 10년’이라며 이 논쟁에 가담했다. 한나라당이 또다른 반론을 준비하겠지만, 유권자들은 오랜만에 스스로가 자신감을 가지고 개입할 수 있는 정책 논쟁을 만나보는 셈이다. 물론 가치관에 따라 지난 10년의 평가가 ‘잃어버렸다’와 ‘되찾았다’로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추상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전락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하지만 그 점이 걱정된다면 논쟁 과정에서 가치관 논쟁을 새로 벌이면 된다. 이때의 가치관 논쟁은 지난 10년을 몸으로 겪어온 유권자 입장에서는 장밋빛 공약을 둘러싼 허황된 논쟁보다 한결 실질적이고 유익한 논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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