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순 이사장 “희석하지 않고 전통방식으로 만든 소주가 좋아”
얼굴은 거울에 비추고 마음은 술에 비춘다는 말이 있다. 술 문화는 그 나라의 정신문화를 반영한다.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명사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전통주를 추천하며 우리 정신문화를 현대화하고 농식품산업 활성화를 희망했다.
소주(燒酒)는 이름 그대로 술을 불태워 만든 것이다. 가마솥에 술을 끓여 이슬을 받듯 소줏고리로 한 방울 한 방울 받아 모은 게 소주다. 우리가 시중에서 흔히 마시는 술은 알코올에 물을 타 희석한 것이니 ‘소주’라는 이름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위스키, 브랜디, 마호타이 등 세계적 명주들도 모두 증류식으로 만든 ‘소주’다.
◆위스키, 브랜디, 마호타이도 소주 = 한국 경제학의 큰 봉우리로 초대 민선 서울시장을 역임한 조 순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은 선조들이 빚어 마시던 소주를 다시 마실 수 있길 바란다.
조 이사장은 “나는 전통적 방식으로 만든 소주가 좋다”며 “우리 쌀로 만든 전통소주는 안동 뿐 아니라 내 고향 강릉에도 있었고 전국 곳곳에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 선조들은 1335년경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한국전통주연구소)되는 소주를 전국 곳곳에서 다양하게 빚어 마셨다.
남쪽에선 여름철에 발효주를 담가 먹기 불편해 발효주를 증류해 소주로 먹었다. 찬 날씨 덕분에 북쪽으로 갈수록 소주가 발달했다. 관서감홍로, 이강고(이강주의 원류) 등은 알콜함량이 60~70% 정도까지 됐다. 열량 높은 술을 마셔 추위를 견딘 것이다. 서울 문배주, 경상도 안동소주 등은 지금도 유명하다.
전통소주를 만드는 데는 정성이 필요하다.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물을 한 바가지 붓는다. 이 물이 따뜻해지면 증류할 술을 한 바가지 끓는 물에 붓는다. 술과 물이 섞인 게 다시 뜨거워지면 술을 두 바가지 붓고, 또 뜨거워지면 네 바가지를 붓고, 이렇게 두 배씩 늘려가 솥의 80%를 채운다. 찬물그릇을 솥 위에 올려 술의 수증기를 액화해 긴 관(소줏고리)으로 방울방울 떨어지는 것을 받는다.
알콜도수는 증류하는 사람이 결정하는 데 처음 나오는 게 독하고 나중으로 갈수록 알콜함량이 떨어진다.
소주는 재료와 빚는 방법, 계절에 따라 종류가 달라지는데 진도홍주는 소줏고리 귓대 밑에 생약재로 쓰이는 지초를 놓아 소주를 받은 술이다. 소주가 지초를 통과하는 순간 홍옥 빛깔이 물든다.
◆주세법 바꿔야 명주 생산 가능 = 좋은 술이란 무엇일까. 조 순 이사장은 “맛있고 건강에도 나쁘지 않은 술”이라며 “쌀로 만드는 소주는 막걸리 청주보다 술량은 적지만 훨씬 맛있다”고 말했다.
소주는 건강에도 좋은 술이었다.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에 따르면 14세기 이후 빚어 먹었던 소주는 처음엔 약으로 사용했고 차츰 사대부나 부유층을 중심으로 번져 일반으로 확산됐다. 박 소장은 “우리의 전통 술 문화는 밥과 함께 먹는 ‘반주문화’였다”며 “쌀로 만든 밥을 먹을 때 쌀로 빚은 소주를 두 세잔 먹어 소화를 돕는 지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이사장은 전통소주를 많이 마시지 못했다. 그는 “어릴 땐 가난해서 못 마셨고, 외국 유학을 하던 젊은 시절엔 위스키를 많이 마셨다”며 “좋은 우리 술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희석식 소주와 맥주 위스키 와인 등이 장악한 주류시장에 좋은 우리 술이 등장할 수 있을까. 전통주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발렌타인’같은 소주(위스키)가 나오려면 제도 변화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박록담 소장은 “위스키는 17년 21년 30년 숙성시켜 먹는데 우리는 전통소주를 오랜 시간 숙성할 수 없게 돼 있다”며 “긴 세월 숙성하면 그만큼 높은 가격으로 술을 팔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주세법은 그것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세법을 개정해 좋은 술을 빚어 오랜 시간 숙성시켜 100만원 1000만원짜리 고급술이 나올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순 이사장은 “세계적인 명주를 내놓은 나라는 로마, 영국, 프랑스, 중국 등 세계적 강국이었다”며 “우리도 부유한 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위스키 수입국 중 하나인 한국이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대표 소주를 만드는 날을 기대해 보자.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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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거울에 비추고 마음은 술에 비춘다는 말이 있다. 술 문화는 그 나라의 정신문화를 반영한다.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명사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전통주를 추천하며 우리 정신문화를 현대화하고 농식품산업 활성화를 희망했다.
소주(燒酒)는 이름 그대로 술을 불태워 만든 것이다. 가마솥에 술을 끓여 이슬을 받듯 소줏고리로 한 방울 한 방울 받아 모은 게 소주다. 우리가 시중에서 흔히 마시는 술은 알코올에 물을 타 희석한 것이니 ‘소주’라는 이름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위스키, 브랜디, 마호타이 등 세계적 명주들도 모두 증류식으로 만든 ‘소주’다.
◆위스키, 브랜디, 마호타이도 소주 = 한국 경제학의 큰 봉우리로 초대 민선 서울시장을 역임한 조 순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은 선조들이 빚어 마시던 소주를 다시 마실 수 있길 바란다.
조 이사장은 “나는 전통적 방식으로 만든 소주가 좋다”며 “우리 쌀로 만든 전통소주는 안동 뿐 아니라 내 고향 강릉에도 있었고 전국 곳곳에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 선조들은 1335년경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한국전통주연구소)되는 소주를 전국 곳곳에서 다양하게 빚어 마셨다.
남쪽에선 여름철에 발효주를 담가 먹기 불편해 발효주를 증류해 소주로 먹었다. 찬 날씨 덕분에 북쪽으로 갈수록 소주가 발달했다. 관서감홍로, 이강고(이강주의 원류) 등은 알콜함량이 60~70% 정도까지 됐다. 열량 높은 술을 마셔 추위를 견딘 것이다. 서울 문배주, 경상도 안동소주 등은 지금도 유명하다.
전통소주를 만드는 데는 정성이 필요하다. 가마솥에 불을 지피고 물을 한 바가지 붓는다. 이 물이 따뜻해지면 증류할 술을 한 바가지 끓는 물에 붓는다. 술과 물이 섞인 게 다시 뜨거워지면 술을 두 바가지 붓고, 또 뜨거워지면 네 바가지를 붓고, 이렇게 두 배씩 늘려가 솥의 80%를 채운다. 찬물그릇을 솥 위에 올려 술의 수증기를 액화해 긴 관(소줏고리)으로 방울방울 떨어지는 것을 받는다.
알콜도수는 증류하는 사람이 결정하는 데 처음 나오는 게 독하고 나중으로 갈수록 알콜함량이 떨어진다.
소주는 재료와 빚는 방법, 계절에 따라 종류가 달라지는데 진도홍주는 소줏고리 귓대 밑에 생약재로 쓰이는 지초를 놓아 소주를 받은 술이다. 소주가 지초를 통과하는 순간 홍옥 빛깔이 물든다.
◆주세법 바꿔야 명주 생산 가능 = 좋은 술이란 무엇일까. 조 순 이사장은 “맛있고 건강에도 나쁘지 않은 술”이라며 “쌀로 만드는 소주는 막걸리 청주보다 술량은 적지만 훨씬 맛있다”고 말했다.
소주는 건강에도 좋은 술이었다.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에 따르면 14세기 이후 빚어 먹었던 소주는 처음엔 약으로 사용했고 차츰 사대부나 부유층을 중심으로 번져 일반으로 확산됐다. 박 소장은 “우리의 전통 술 문화는 밥과 함께 먹는 ‘반주문화’였다”며 “쌀로 만든 밥을 먹을 때 쌀로 빚은 소주를 두 세잔 먹어 소화를 돕는 지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이사장은 전통소주를 많이 마시지 못했다. 그는 “어릴 땐 가난해서 못 마셨고, 외국 유학을 하던 젊은 시절엔 위스키를 많이 마셨다”며 “좋은 우리 술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희석식 소주와 맥주 위스키 와인 등이 장악한 주류시장에 좋은 우리 술이 등장할 수 있을까. 전통주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발렌타인’같은 소주(위스키)가 나오려면 제도 변화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박록담 소장은 “위스키는 17년 21년 30년 숙성시켜 먹는데 우리는 전통소주를 오랜 시간 숙성할 수 없게 돼 있다”며 “긴 세월 숙성하면 그만큼 높은 가격으로 술을 팔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주세법은 그것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세법을 개정해 좋은 술을 빚어 오랜 시간 숙성시켜 100만원 1000만원짜리 고급술이 나올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순 이사장은 “세계적인 명주를 내놓은 나라는 로마, 영국, 프랑스, 중국 등 세계적 강국이었다”며 “우리도 부유한 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위스키 수입국 중 하나인 한국이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대표 소주를 만드는 날을 기대해 보자.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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