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범위한 불안 의식과 사회복지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지금 우리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무언가 불안하다. 과거보다 분명 잘 살고 있고 건강하며 경제가 성장하는데도 불구하고 사회 전체에 불안감이 널리 퍼져 있다. 불안감은 내 앞에 그리고 우리 가족 앞에 언제 닥칠지 모르는 다양한 위험, 그 위험의 예측불가능성, 위험에 대한 사회적 안전장치의 불완전성과 불신 때문에 발생하고 커지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 지역이나 대가족공동체, 기업공동체가 보장해 주던 안전성도 사라졌다. 그 불안감은 심리적, 사회적으로 표출되지만, 경제적 요인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개방 및 세계화의 진전과 더불어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내외 경제는 1년 뒤를 쉽게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너무 변화가 빨라 나이가 조금 든 사람들은 변화를 따라가기도, 적응하기도 어려워 부담감과 불안감을 갖고 있다. 지구의 한편에서 발생한 문제가 연쇄적으로 지구의 다른 편으로 확산된다. 우리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대외적인 요인에 의해서 크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전보다는 훨씬 더 오래 살지만, 노후에 질병으로 고생하지 않을 지 불안하다. 퇴직금, 국민연금이 있으나 이것으로 노후의 생활과 질병에 대한 보장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적다. 개인연금, 개인저축을 더 해 놓지 않으면 불안하다. 사고라도 당하거나 큰 병이라도 얻으면 그나마 조금 저축해 놓은 것도 금방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윗목에선 온기 느낄 수 없어
그러나 돈먹는 하마가 된 자녀 교육 때문에, 자녀결혼비용과 자녀 주택구입 지원 때문에 저축할 돈, 저축해 놓은 돈도 점점 줄어든다. 부자가 아니면 상당수 사람들은 노후에 든든하게 기댈 언덕이 없거나 언덕이라고 해 봐야 빈약하기 짝이 없을 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근로자들을 쉽게 고용하고 해고하고 싶어 하고 있다. 기업들은 부장이나 이사로 승진하지 못한 중간간부들을 이르면 40대 중후반, 늦어도 50대 초반이면 회사를 떠나게 하고 있다. 전문직이 아닌 월급쟁이들은 한창 일할 나이에 다니던 회사에서 언제 밀려날지 모른다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직장을 그만둔 월급쟁이들은 25~3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들어갈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직장에서 밀려난 남성 월급쟁이들에게는 가정에서도 발붙일 곳이 없다. 돈을 벌지 못하는 가장들은 자녀들과 부인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때로는 버림을 받을 위험이 있다. 부인들도 남편이 직장을 잃거나 누구라도 병이 있으면 직접 막일이라도 하며 얼마 안되는 돈을 벌기 위해 생활전선에 나서야 한다. 자칫 사회 밑바닥으로, 빈곤층으로 추락할 위험이 언제나, 여러 가지 형태로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동안에 경제성장을 했지만 아랫목에 있는 일부 계층들만 그 혜택을 보고 있고 윗목에는 온기를 느낄 수 없었다. 성장이 모든 사람에게 고용, 소득, 건강, 노령의 안전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래로 추락할 위험적 요인은 더욱 커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사회와 소득의 양극화에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불안의식이 더욱 만연되어 있다. 이런 사회적 추락위험에 대해 안전판을 제공하고 불안의식을 최소화하는 것이 복지요, 사회적 안전망이다.
복지보다 성장에만 초점
OECD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아직 우리의 사회안전망은 촘촘하지 못하여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을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2004년 현재 우리의 GDP대비 복지비 지출비중은 6.1%로 미국의 14.8%, 영국의 21.8%, 일본의 16.9%, 프랑스 28.5%, OECD 평균 21.2%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들어와서 복지비의 비중을 높인 것을 두고 좌파정부니 복지병이니 떠들고 있다.
또한 사회안전망과 복지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는 사회에서 장애인, 가난한 노인, 빈곤층은 바닥에서 탈출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복지문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성장에만 초점이 모아지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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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지금 우리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무언가 불안하다. 과거보다 분명 잘 살고 있고 건강하며 경제가 성장하는데도 불구하고 사회 전체에 불안감이 널리 퍼져 있다. 불안감은 내 앞에 그리고 우리 가족 앞에 언제 닥칠지 모르는 다양한 위험, 그 위험의 예측불가능성, 위험에 대한 사회적 안전장치의 불완전성과 불신 때문에 발생하고 커지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 지역이나 대가족공동체, 기업공동체가 보장해 주던 안전성도 사라졌다. 그 불안감은 심리적, 사회적으로 표출되지만, 경제적 요인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개방 및 세계화의 진전과 더불어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내외 경제는 1년 뒤를 쉽게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너무 변화가 빨라 나이가 조금 든 사람들은 변화를 따라가기도, 적응하기도 어려워 부담감과 불안감을 갖고 있다. 지구의 한편에서 발생한 문제가 연쇄적으로 지구의 다른 편으로 확산된다. 우리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대외적인 요인에 의해서 크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전보다는 훨씬 더 오래 살지만, 노후에 질병으로 고생하지 않을 지 불안하다. 퇴직금, 국민연금이 있으나 이것으로 노후의 생활과 질병에 대한 보장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적다. 개인연금, 개인저축을 더 해 놓지 않으면 불안하다. 사고라도 당하거나 큰 병이라도 얻으면 그나마 조금 저축해 놓은 것도 금방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
윗목에선 온기 느낄 수 없어
그러나 돈먹는 하마가 된 자녀 교육 때문에, 자녀결혼비용과 자녀 주택구입 지원 때문에 저축할 돈, 저축해 놓은 돈도 점점 줄어든다. 부자가 아니면 상당수 사람들은 노후에 든든하게 기댈 언덕이 없거나 언덕이라고 해 봐야 빈약하기 짝이 없을 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근로자들을 쉽게 고용하고 해고하고 싶어 하고 있다. 기업들은 부장이나 이사로 승진하지 못한 중간간부들을 이르면 40대 중후반, 늦어도 50대 초반이면 회사를 떠나게 하고 있다. 전문직이 아닌 월급쟁이들은 한창 일할 나이에 다니던 회사에서 언제 밀려날지 모른다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직장을 그만둔 월급쟁이들은 25~3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들어갈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직장에서 밀려난 남성 월급쟁이들에게는 가정에서도 발붙일 곳이 없다. 돈을 벌지 못하는 가장들은 자녀들과 부인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때로는 버림을 받을 위험이 있다. 부인들도 남편이 직장을 잃거나 누구라도 병이 있으면 직접 막일이라도 하며 얼마 안되는 돈을 벌기 위해 생활전선에 나서야 한다. 자칫 사회 밑바닥으로, 빈곤층으로 추락할 위험이 언제나, 여러 가지 형태로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동안에 경제성장을 했지만 아랫목에 있는 일부 계층들만 그 혜택을 보고 있고 윗목에는 온기를 느낄 수 없었다. 성장이 모든 사람에게 고용, 소득, 건강, 노령의 안전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래로 추락할 위험적 요인은 더욱 커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사회와 소득의 양극화에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불안의식이 더욱 만연되어 있다. 이런 사회적 추락위험에 대해 안전판을 제공하고 불안의식을 최소화하는 것이 복지요, 사회적 안전망이다.
복지보다 성장에만 초점
OECD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아직 우리의 사회안전망은 촘촘하지 못하여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사람들을 받아내지 못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2004년 현재 우리의 GDP대비 복지비 지출비중은 6.1%로 미국의 14.8%, 영국의 21.8%, 일본의 16.9%, 프랑스 28.5%, OECD 평균 21.2%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들어와서 복지비의 비중을 높인 것을 두고 좌파정부니 복지병이니 떠들고 있다.
또한 사회안전망과 복지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는 사회에서 장애인, 가난한 노인, 빈곤층은 바닥에서 탈출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복지문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성장에만 초점이 모아지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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