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제는 다민족 사회로-21세기 신한국인 결혼이민자]포천중문의대 차병원 미술클리닉

그림으로 마음속 응어리 푼다

지역내일 2007-11-12 (수정 2007-11-12 오후 2:57:21)
다문화 가족 자녀 50명 모여 미술치료

다문화 가정의 부모와 자녀들이 크레파스를 손에 들고 미술치료와 함께 하는 소풍을 떠났다.
지난 1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포천중문 의과대학교 차병원 미술클리닉이 주최하고 대한임상미술치료학회가 주관하는 ‘제3회 2007년 다문화 가족(국제이주민 가족)을 위한 미술치료 피크닉’이 의정부시 신흥대학에서 열렸다.
김선현 포천중문의대 교수는 “국제결혼 가정의 20%가 경기도내에 거주하고 있다”며 “신소외계층이라고도 할 수 있는 다문화 가정 속의 국제이주민들과 서로 소통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몽골 베트남 일본 필리핀 태국 몽골 등 6여개국 50여명의 다문화 가정 자녀와 부모들을 비롯해 자원봉사자 및 진행요원 등 총 200여명이 참여했다.
미술치료는 그림이나 다른 미술활동을 통해 환자가 마음 속으로 담아두고 있는 심리나 정서적인 상태를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해 심리상태를 치료하는 심리치료법이다.
혈연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가정들은 사회적 편견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언어소통의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가족간의 갈등은 자녀의 올바른 정서함양에도 많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미술치료 피크닉’ 행사는 이들 다문화가정의 자녀와 부모들이 ‘미술치료’ 활동을 통해 개별적으로 심리검사를 실시했다. 한글에 서툰 외국인 부모들을 위해 심리검사 설문지는 6개 국어로 번역돼 준비됐다.
이와함께 아동들을 위한 페이스페인트, 풍선아트 등 체험활동도 진행됐다. 아동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고 프린터로 출력해 앨범으로 만들어 선물하는 이벤트도 함께 열렸다. 참가자들 모두가 함께 영화 ‘라이온킹’을 관람하는 것으로 이날의 행사는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를 통해 이주여성들과 자녀들은 그림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풀어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한국에 온지 6년 됐다는 중국출신의 결혼여성 김실매(34)씨는 “그림을 그리면서 기분이 좋아졌다”며 “그림을 통해 새롭게 자신을 발견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딸 정유정(5)양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신난다”며 “얼굴에 그림 그려서(페이스페인팅) 예뻐졌다”며 좋아했다.
일본출신의 마사요(44)씨도 “아이 셋을 키우느라 너무 바빠 이런 여유를 가지기 힘든데 이번 기회를 통해 그림을 그려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포천중문의대 김선현 교수는 “이번 미술치료피크닉이 심리적인 어려움이 많지만 이를 제대로 표현하기 힘든 다문화 가족들이 ‘미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마음속의 감정과 응어리 등을 표현할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포천중문의대 차병원측은 2005년부터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한 ‘미술치료피크닉’을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에 앞서 지난 2년 동안 소아 암환자, 소아 백혈병 환자, 뇌성마비 및 발달장애 아동 등 난치성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소외받는 아동들을 위한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필리핀 출신 마리아씨
“옛날 생각나 눈물이 나네요”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지 14년된 마리아씨(39·사진 왼쪽)는 이번 ‘미술치료 피크닉’을 통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림을 그려봤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했지만 그림을 그려볼 기회는 전혀 없었다는 마리아씨는 초등학교 6학년인 딸 이아름(13)양이 졸라서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됐단다.
마리아씨는 고향에 있는 9명의 언니들을 그림 속에 담았다. 그림을 그리며 옛날 생각이 난다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림 그리면서 가족들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나요. 집에 가고 싶기도 하고…. 식구들과 재미있게 놀던 기억이 나요.”
마리아씨는 드레스를 입고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한 장 더 그렸다. “고향에서 3일 연속 열리던 축제에서 파티하던 때를 떠올리며 그렸다”며 잠깐 회상에 잠기기도 했다.
딸 아름양은 바닷가에 놀러가던 모습을 그렸다. 평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아름양은 “이번 행사에 참가해 엄마와 함께 그림을 그리며 추억을 남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들 모녀를 곁에서 지켜본 아가세 복지관의 최영주 임상미술치료사는 “평소 언어로는 소통이나 표현의 한계를 많이 느꼈을 이주 여성들이 그림을 통해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기회가 됐다”며 “그림으로 힘든 마음을 치료하는 것은 인위적으로 약을 투여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경 기자 blueditt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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