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릭이사람 - 오순부 대우사태 해결을 위한 인천시민대책위 공동대표

지역내일 2001-04-24


노동운동가보다 노동자이고 싶다
20여년간 노동운동에 몸담아 … 이념과 논리보다 사람이 중요

“순수한 마음으로 출발해야 노동조합의 생명력이 있다.”
‘노동운동가가 아니라 평범한 노동자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20여년간 노동운동에 몸담아
온 사람, 오순부(62)씨의 말이다.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깊게 잡힌 주름에도 불구하고 너털웃음으로 맞이하는 그는 평소 보아
오던 여느 할아버지와 다름없어 보인다. 그러나 세간에서는 그런 그를‘노동계의 대부’라
고 부른다.
80년 12월 17일.
2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에게 그날의 기억은 생생하다. 7월 28일 해고를 당한 그가 복직
을 처음으로 받아낸 날이기 때문이다. 비록 노조활동을 그만둬야 한다는 합의를 전제로 하
긴 했지만 그는 가족을 생각해 합의각서에 서명을 했다. 지금은 많이 낡아 손만 대면 찢어
질듯한 당시의 각서를 그는 아직 지갑에 넣고 다닌다. 그만큼 그날은 그의 인생에 획을 긋
고 지나갔다.
그는 합의각서에 따라 81년 대우중공업의 위장계열사인 우일정밀에 입사한다. “다시는 해
고되지 말아야지”라며 다짐했지만, 87년 근로조건을 저하시키려는 당시 사장에겐 불복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는 종업원들과의 투쟁을 통해 사장으로부터 3개월 뒤 스스로 물러나
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3개월이 끝날 때쯤 되니까 나한테 막 로비가 들어오기 시작했어. 다른 사람들한테는 이미
다 양해각서를 받았던 거지. 하지만 난 쫓겨나는 게 무섭지 않았거든.”
어느 날 아침 그는 전경들이 깔린 회사문을 들어오면서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사무실에 들
어서자, 책상에 놓여있는 봉투에는 노동자들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그를 해고하겠다는 내용
의 통지서가 들어있었다.
“집에는 해고됐단 말을 못했지. 한달 내내 다방으로 출근했는데 그것도 꼬리가 길어지니까
잡혔어.” 결국 집으로까지 해고사실이 알려지자 그는 본격적으로 복직운동을 하기 시작했
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회사내에 부당한 해고사실을 알리는 전
단지를 뿌렸다.
결국 그는 87년 노조의 고문직을 맡았고 계속적인 투쟁을 통해 89년에 복직을 했다. 하지만
92년 대선기간에 ‘대통령선거운동본부’를 발족했다는 이유로 다시한번 우일정밀에서 해고
를 당했다. 이에 소송을 낸 그는 결국 해고가 아닌 명예퇴직을 하게 됐고 현재 그는 인천의
한 아파트관리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3번의 해고를 당하고 3번의 승리를 했다.
‘경험은 최고의 교사다. 다만 수업료가 지나치게 비쌀 뿐’라는 칼라일의 말처럼 굴곡진
인생을 힘차게 살아온 그이기에 경험의 지혜를 빌리고자 지금까지 찾는 이들이 많다. 그래
서일까. 여전히 그는‘대우사태 올바른 해결을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대책위원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그런 그가 현재 노동계에 있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남겼다.
“노동운동도 사람이 하는 거 아니겠어. 이념이나 논리보다는 사람이 중요해. 그리고 환상에
젖어 노동운동을 하기보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해야지”라며 노동운동가라는 타이틀보다는
노동자가 좋다며 그는 다시 한번 그 시원스레 웃음을 지어 보인다.
/ 인천 박은주 기자 win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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