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경기지역 외고 시험문제 유출과 관련, 서울 목동 종로엠학원 출신 합격자와 김포외고 교복업자 자녀를 불합격 처리하고 재시험을 실시하기 로 한데 대해 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이미 학교는 물론 교육감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어 법정다툼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특히 버스를 타지 않은 학생들에 대해서도 불합격 처리한데 대해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학생 피해 최소화 한 것” =
경기도교육청은 19일 김포외고 시험문제 유출관련 불합격 처리 대상자가 당초 발표된 54명 보다 9명이 더 늘어났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추가 불합격 처리대상은 서울 목동 종로엠학원생 중 김포외고 합격생들이다. 이에 따라 이번 시험문제 유출사건과 관련해 합격이 취소되는 경기지역 외고 합격생은 김포외고 57명, 명지외고 4명, 안양외고 2명 등 모두 63명이다.
앞서 경기도교육청은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김포·명지·안양외고 합격자 중 종로엠학원 출신 53명과 김포외고에 합격한 교복업자 자녀 등 54명의 합격을 취소하고 불합격 처리된 인원을 충원하기 위한 재시험을 교육청 주관으로 내달 20일 이전에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진춘 경기도교육감은 “학생들을 불합격 처리했지만 이들에게도 재시험 기회를 주는 것은 일부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교육적 판단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반계 고교 전형이 끝나는 대로 추가 합격자 선발을 위한 재시험이 치러진다. 여기에는 시험문제 유출사태로 불합격 처리 대상인 63명도 응시할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19일 중 최종 합격취소 대상자를 선정, 해당 학교를 통해 학교장 명의로 대상자들에게 정식 통보할 것”이라며 “불합격 처분 대상자가 당초 발표 때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프린트 안보고 잤다” =
이같은 경기도교육청의 발표에 대해 학부모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해당 학원에 다녔다는 이유만으로 합격을 취소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소송과정에서 버스에 타고 있었지만 문제는 보지 않았으며 문제유출에 가담한 것이 아니라 단지 편의를 위해 학원 버스를 이용했다는 논리를 제기할 것으로 보여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더욱이 경찰 수사결과를 보면 시험당일 학원버스를 타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 문제를 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경기도교육청의 대책이 ‘소송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교육적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도 어느 쪽이 승소할지에 대해 의견이 나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신을 종로엠학원 출신으로 김포외고 합격생이라고 밝힌 김 모군은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목동 종로엠학원에 다녔었다”며 “학원버스를 타고 시험장에 갔지만 너무 졸려서 프린트를 안보고 잤다”고 주장했다.
‘나그네’라는 대화명을 쓰는 네티즌은 “뉴스를 자세히 보기 전까지는 합격취소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니 교사와 학원장이 불법행위를 한 것이지 학부모나 학생이 개입했다는 내용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기는 어렵지만 이번 처방은 너무 ‘나 몰라라’식”이라며 “열명의 도둑을 잡는 것 보다 단 한명이라도 무고한 죄인을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태 초기부터 합격 취소에 반발해온 학부모들은 조만간 불합격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학부모대표 임모(48)씨는 “이번 사건은 교육청과 학교의 관리감독 부실, 학교와 학원의 결탁에서 빚어진 문제로 학생들도 피해자”라며 “합격취소 통보가 오면 학교장, 교육감 등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단체들은 경기도교육청 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전교조 경기지부 엄민용 부지부장은 “초유의 외고 입시 부정은 문제의 학원에 다닌 학생들에 대한 합격 취소 조치만으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경기지역 외고 입시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도교육감이 입시 혼란에 총체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장세풍 선상원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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