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가 양산한 키워드 중 으뜸은 규모만 크면 망하지 않는다는‘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다.
97년 1월 한보를 시작으로진로, 대농, 기아, 한라, 한신공영, 쌍방울, 태일정밀, 해태, 뉴코아, 청구 등 기라성 같던 재벌 그룹들이 눈 녹듯이 사라져 갔다. 당시 재계 1, 2위를 다투던 대우와 현대도 97년은 무사히 넘겼지만 예외가 될 수 없었다. IMF 체제로 들어선 뒤 부채비율 200%를 맞추지 못했던 대우그룹 계열사들은 뿔뿔이 흩어졌으며, 현대그룹도 99년을 정점으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또 외환위기 직후 출범한 김대중 정부의 주도로 삼성 현대 LG그룹 등은 반도체 항공 철도차량 발전설비 등 7대 업종에 대해 ‘빅딜’이라 불리는 사업구조조정에 내몰렸다. 자동차 철강업계 등은 자발적인 인수·합병이 진행되기도 했고, 건설 화섬업계에서는 부실기업이 대거 퇴출됐다.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30대 그룹의 명맥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현재 15개에 불과하다. 대우 쌍용 기아 한라 동아 진로 고합 등 나머지 15개 그룹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거나 그룹 규모가 크게 쪼그라든 상태다.
◆오륙도 삼팔육 그리고 이태백 = IMF는 우리나라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면서 “정리해고제ㆍ근로자 파견제를 시행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했고 캉드쉬 IMF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정리해고는 필수불가결한 조치”라며 이른바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것을 촉구했다.
외환위기 이후 평생고용 관행은 사라지고 1998년에만 100만명이 넘는 노동자가 정리해고됐다. 신규고용은 대폭 줄고 비정규직은 급증했다. 이같은 IMF식 정리해고는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촉발시켰고 지금은 오륙도(56살까지 회사에 붙어 있으면 도둑놈) 사오정(45살이 정년) 삼팔선(38세면 명예퇴직 시작할 나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기성세대가 이같은 명퇴에 시달렸다면 IMF이후 청년세대는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건달)이라는 말처럼 높은 실업률로 고통을 물려받았다.
◆계층간 격차 더 커져 = IMF는 우리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한 방송상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년 전 스스로가 중산층이라고 답한 사람은 41%였지만 지금은 2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중산층이 하층으로 추락하거나 중산층 사이에서 소득 격차가 벌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계층간 격차가 커지고 신분 상승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인식은 현실적인 무력감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20대 이상 성인의 경우 10명 가운데 1명은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있고 그 원인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가장 먼저 꼽았다.
고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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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1월 한보를 시작으로진로, 대농, 기아, 한라, 한신공영, 쌍방울, 태일정밀, 해태, 뉴코아, 청구 등 기라성 같던 재벌 그룹들이 눈 녹듯이 사라져 갔다. 당시 재계 1, 2위를 다투던 대우와 현대도 97년은 무사히 넘겼지만 예외가 될 수 없었다. IMF 체제로 들어선 뒤 부채비율 200%를 맞추지 못했던 대우그룹 계열사들은 뿔뿔이 흩어졌으며, 현대그룹도 99년을 정점으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또 외환위기 직후 출범한 김대중 정부의 주도로 삼성 현대 LG그룹 등은 반도체 항공 철도차량 발전설비 등 7대 업종에 대해 ‘빅딜’이라 불리는 사업구조조정에 내몰렸다. 자동차 철강업계 등은 자발적인 인수·합병이 진행되기도 했고, 건설 화섬업계에서는 부실기업이 대거 퇴출됐다.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30대 그룹의 명맥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현재 15개에 불과하다. 대우 쌍용 기아 한라 동아 진로 고합 등 나머지 15개 그룹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거나 그룹 규모가 크게 쪼그라든 상태다.
◆오륙도 삼팔육 그리고 이태백 = IMF는 우리나라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면서 “정리해고제ㆍ근로자 파견제를 시행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했고 캉드쉬 IMF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정리해고는 필수불가결한 조치”라며 이른바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것을 촉구했다.
외환위기 이후 평생고용 관행은 사라지고 1998년에만 100만명이 넘는 노동자가 정리해고됐다. 신규고용은 대폭 줄고 비정규직은 급증했다. 이같은 IMF식 정리해고는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촉발시켰고 지금은 오륙도(56살까지 회사에 붙어 있으면 도둑놈) 사오정(45살이 정년) 삼팔선(38세면 명예퇴직 시작할 나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기성세대가 이같은 명퇴에 시달렸다면 IMF이후 청년세대는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건달)이라는 말처럼 높은 실업률로 고통을 물려받았다.
◆계층간 격차 더 커져 = IMF는 우리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한 방송상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년 전 스스로가 중산층이라고 답한 사람은 41%였지만 지금은 2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중산층이 하층으로 추락하거나 중산층 사이에서 소득 격차가 벌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계층간 격차가 커지고 신분 상승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인식은 현실적인 무력감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20대 이상 성인의 경우 10명 가운데 1명은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있고 그 원인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가장 먼저 꼽았다.
고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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