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퍼에 잔치국수, 모텔투숙으로 이미지 변화 시도
‘언론플레이’ 비판 극복할 정책대안 제시가 과제
“점퍼 입고 버스 타고 모텔에서 숙박하고, 이회창 후보가 정말 변했을까요?”
최근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변화다. 대법관 출신에 한나라당이라는 거대 정당의 총재로서 보여준 모습과는 크게 달라진 이미지 때문이다.
이 후보는 2002년 대선에 비해 무엇이 달라졌을까. 그리고 이런 변화는 후보를 둘러싼 참모들과 시스템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을까.
◆외적 이미지 변화 시도 = 이 후보의 가장 큰 변화는 소박하고 낮은 자세다.
2002년 대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불교계 원로로부터 차갑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에게는 △고급 승용차 △말쑥한 양복 △최고급 숙소와 식사 등이 제공됐다.
하지만 2007년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 후보는 ‘버스 민심 투어’를 강행했다. 양복 대신 파란색, 보라색, 남색 점퍼를 입고 지역 주민을 만났다. 웃는 모습으로 휴게소에서 식판에 밥을 담아 먹는다. 지방의 외곽 모텔에서 잠을 잔다. 5년전에는 상상도 못할 모습이라는게 주변의 평이다.
이 후보 본인은 ‘외롭다’고 하면서도 홀가분한 모습이다. 카니발 승용차 안에서 좋아하는 ‘친구여’ 노래를 자주 흥얼거린다고 한다.
그는 19일 “(요즘 우리캠프에는) 한자리 하겠다고 눈도장 찍고자 몰려드는 사람이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저는 어떠한 마음의 빚도 없이 정말 깨끗하고 능력있는 정부를 국민 앞에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이 후보의 특보였던 한 관계자는 “이회창 후보는 한나라당 총재로서 공천을 앞두고 주변인들의 온갖 구태에 분노했었다”며 “이제는 소신대로 마음껏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듯 하다”고 평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어투와 캠프 모습 일부분은 2002년 한나라당과 닮은 곳이 많다. 이회창 후보 캠프는 한나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을 자주 사용한다.
이 후보는 또 5년전 특별한 자리에서 사용했던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이란 표현을 최근 고향 충청도 방문(대전 강연)에서도 활용했다. ‘한나라당과 맞선 외로운 전사’라는 표현은 5년전 경제인들과의 만남에서의 ‘(1997년 대선 패배 후) 황야에 선 외로운 이리같았다’라는 발언과 비슷하다.
◆참모들은 어떻게 다른가 = 이회창 후보를 둘러싼 또 다른 변화는 참모들의 자세다. 패배를 경험해봤던 원로들일수록 신중히 행동하고 있다.
지난 18일 캠프 21층의 모습이다. 한 민원인이 “3번째 온건데 2분만 이회창 후보를 만나게 해주세요. 부탁을 들어주면 이 후보를 적극 돕겠습니다”라고 졸랐다.
이에 모 특보는 “지난 10년간 이회창 후보와 알고 지낸 사람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런데 다들 음지에서 조용히 돕고 계세요. 마음은 고맙지만 이해해 주십시오”라며 민원인을 조용히 돌려보냈다.
반면 일부 젊은 지지자들과 조직책들은 ‘생각 없는 과잉충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뻣뻣하고 오만하다는 평도 나온다. 유권자를 중심으로 사고하는게 아니라 여전히 ‘총재님’을 모시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후보가 지난 13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을때 일이다. 후보 도착 약 한 시간전부터 캠프 관계자들과 일부 시장상인에 고성이 오갔다.
“이 보세요. 여기 시장 주인은 우리란 말입니다. 우리한테 이거해라 저거해라 시키지 마세요. 선거때만 되면 정치인들 찾아오는 통에 장사 못해서 힘들어 죽겠는데 뭐 이렇게 하라고 지시하는게 많습니까.”
이 후보가 서문시장을 도는 과정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일부 관계자들이 몰려드는 노인들을 거세게 밀어 상인들이 넘어지고 부딪쳤다. 아기를 업은 젊은 여성을 캠프 관계자들이 끌어당겨 이 후보와 악수를 하도록 했다. 이 장면이 취재진들의 사진 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카메라가 없어지자마자 이 여성은 다시 인파속으로 내동댕이쳐 휘청거렸다. 보다 못한 상인들이 “아지메, 할매, 비키소. 사진만 찍고 사람을 저렇게 버려뿌리면 되나”라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캠프에서 맴도는 일부 관계자들은 ‘색깔론’을 부추기고 있다. 캠프를 드나드는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안에 6.3사태를 주동한 빨갱이가 있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
이런 과잉충성 행동과 무책임한 발언들은 이 후보가 외연을 확대하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대안은 없고 이미지만 있다” 비판도 = 이 후보가 소외계층을 적극 만나는 것에 대해 “이미지는 있는데 대안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15일 이 후보와 청년구직자들의 분식집 대화 사례가 대표적이다.
선거법상 이 후보측이 청년들에게 점심식사를 사주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후보측 관계자들 일부가 자신들이 먹은 1500원짜리 국수값마저 내지 않고 가버려 실업자 청년들은 행사 후 이들의 밥값까지 내야했다. 또 이날 행사를 지켜본 공무원 준비생들은 “정책이나 대안을 내놔야지 왜 이명박 비판만 하다가 가냐”며 “이회창 후보가 이미지 관리만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무엇보다 이 후보측이 5년전에 비해 변하지 않은 점은 지난 대선 패배 원인을 ‘김대업 사기’ 때문이라고 규정한다는 점이다. 패배의 원인을 외적 네거티브나 후보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면 진정한 변화와 대안은 나오기 힘들다.
2007년 이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변화된 ‘모습’을 보이려 노력중이지다. 하지만 아직 국민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이 후보가 유권자의 ‘눈’에 비춰지는 이미지가 아니라 이제는 국민과의 약속인 정책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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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플레이’ 비판 극복할 정책대안 제시가 과제
“점퍼 입고 버스 타고 모텔에서 숙박하고, 이회창 후보가 정말 변했을까요?”
최근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변화다. 대법관 출신에 한나라당이라는 거대 정당의 총재로서 보여준 모습과는 크게 달라진 이미지 때문이다.
이 후보는 2002년 대선에 비해 무엇이 달라졌을까. 그리고 이런 변화는 후보를 둘러싼 참모들과 시스템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을까.
◆외적 이미지 변화 시도 = 이 후보의 가장 큰 변화는 소박하고 낮은 자세다.
2002년 대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불교계 원로로부터 차갑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에게는 △고급 승용차 △말쑥한 양복 △최고급 숙소와 식사 등이 제공됐다.
하지만 2007년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 후보는 ‘버스 민심 투어’를 강행했다. 양복 대신 파란색, 보라색, 남색 점퍼를 입고 지역 주민을 만났다. 웃는 모습으로 휴게소에서 식판에 밥을 담아 먹는다. 지방의 외곽 모텔에서 잠을 잔다. 5년전에는 상상도 못할 모습이라는게 주변의 평이다.
이 후보 본인은 ‘외롭다’고 하면서도 홀가분한 모습이다. 카니발 승용차 안에서 좋아하는 ‘친구여’ 노래를 자주 흥얼거린다고 한다.
그는 19일 “(요즘 우리캠프에는) 한자리 하겠다고 눈도장 찍고자 몰려드는 사람이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저는 어떠한 마음의 빚도 없이 정말 깨끗하고 능력있는 정부를 국민 앞에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이 후보의 특보였던 한 관계자는 “이회창 후보는 한나라당 총재로서 공천을 앞두고 주변인들의 온갖 구태에 분노했었다”며 “이제는 소신대로 마음껏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듯 하다”고 평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어투와 캠프 모습 일부분은 2002년 한나라당과 닮은 곳이 많다. 이회창 후보 캠프는 한나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을 자주 사용한다.
이 후보는 또 5년전 특별한 자리에서 사용했던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이란 표현을 최근 고향 충청도 방문(대전 강연)에서도 활용했다. ‘한나라당과 맞선 외로운 전사’라는 표현은 5년전 경제인들과의 만남에서의 ‘(1997년 대선 패배 후) 황야에 선 외로운 이리같았다’라는 발언과 비슷하다.
◆참모들은 어떻게 다른가 = 이회창 후보를 둘러싼 또 다른 변화는 참모들의 자세다. 패배를 경험해봤던 원로들일수록 신중히 행동하고 있다.
지난 18일 캠프 21층의 모습이다. 한 민원인이 “3번째 온건데 2분만 이회창 후보를 만나게 해주세요. 부탁을 들어주면 이 후보를 적극 돕겠습니다”라고 졸랐다.
이에 모 특보는 “지난 10년간 이회창 후보와 알고 지낸 사람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런데 다들 음지에서 조용히 돕고 계세요. 마음은 고맙지만 이해해 주십시오”라며 민원인을 조용히 돌려보냈다.
반면 일부 젊은 지지자들과 조직책들은 ‘생각 없는 과잉충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뻣뻣하고 오만하다는 평도 나온다. 유권자를 중심으로 사고하는게 아니라 여전히 ‘총재님’을 모시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후보가 지난 13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을때 일이다. 후보 도착 약 한 시간전부터 캠프 관계자들과 일부 시장상인에 고성이 오갔다.
“이 보세요. 여기 시장 주인은 우리란 말입니다. 우리한테 이거해라 저거해라 시키지 마세요. 선거때만 되면 정치인들 찾아오는 통에 장사 못해서 힘들어 죽겠는데 뭐 이렇게 하라고 지시하는게 많습니까.”
이 후보가 서문시장을 도는 과정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일부 관계자들이 몰려드는 노인들을 거세게 밀어 상인들이 넘어지고 부딪쳤다. 아기를 업은 젊은 여성을 캠프 관계자들이 끌어당겨 이 후보와 악수를 하도록 했다. 이 장면이 취재진들의 사진 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카메라가 없어지자마자 이 여성은 다시 인파속으로 내동댕이쳐 휘청거렸다. 보다 못한 상인들이 “아지메, 할매, 비키소. 사진만 찍고 사람을 저렇게 버려뿌리면 되나”라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캠프에서 맴도는 일부 관계자들은 ‘색깔론’을 부추기고 있다. 캠프를 드나드는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안에 6.3사태를 주동한 빨갱이가 있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
이런 과잉충성 행동과 무책임한 발언들은 이 후보가 외연을 확대하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대안은 없고 이미지만 있다” 비판도 = 이 후보가 소외계층을 적극 만나는 것에 대해 “이미지는 있는데 대안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15일 이 후보와 청년구직자들의 분식집 대화 사례가 대표적이다.
선거법상 이 후보측이 청년들에게 점심식사를 사주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후보측 관계자들 일부가 자신들이 먹은 1500원짜리 국수값마저 내지 않고 가버려 실업자 청년들은 행사 후 이들의 밥값까지 내야했다. 또 이날 행사를 지켜본 공무원 준비생들은 “정책이나 대안을 내놔야지 왜 이명박 비판만 하다가 가냐”며 “이회창 후보가 이미지 관리만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무엇보다 이 후보측이 5년전에 비해 변하지 않은 점은 지난 대선 패배 원인을 ‘김대업 사기’ 때문이라고 규정한다는 점이다. 패배의 원인을 외적 네거티브나 후보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면 진정한 변화와 대안은 나오기 힘들다.
2007년 이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변화된 ‘모습’을 보이려 노력중이지다. 하지만 아직 국민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이 후보가 유권자의 ‘눈’에 비춰지는 이미지가 아니라 이제는 국민과의 약속인 정책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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