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개발제한구역이 첫 도입된 후 36년동안 개발제한구역은 도시의 친환경적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오랜 세월 재산권 행사에 규제를 받아온 개발제한구역 주민들은 편법 개발의 유혹을 받아들이고 있다. 개발제한구역에 거주하는 주민과 해당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정부는 새로운 관리모델을 찾아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개발제한구역 현장을 찾아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건교부 결정 늦고 국비 부족해 지연
기반시설 정비 등 직접지원 병행 필요
경기도 하남시 감북동 벌말취락지구 소하천 정비 현장, 2004년부터 시작한 사업이지만 아직도 첫 삽을 뜨지 못했다. 소하천 종합계획을 세우고 도시계획시설 결정, 보상 협의, 실시계획 수립 등의 행정절차 이행에 들인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사업 진척이 더디다.
보통 시청에서 하는 사업이라면 연초부터 하는 것이 상식인데 벌말 소하천 정비사업은 2004년 10월에야 예산이 확정됐다. 경기도를 거쳐 건교부에 신청했지만 해가 바뀌어 10개월이 지나서야 뒤늦게 결정된 것이다. 1년을 그냥 허비한 것이다.
4년째 사업이 제 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자 주민들의 지지도 사라진지 오래다. 주변 환경이 정비되고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되리라 기대했던 주민들은 아예 지원 사업을 잊어버렸다.
◆지가 상승 때문에 보상 장기화 = 성과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주민지원사업이 벌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하남시가 추진한 5건 중 완료된 것은 1건에 불과하다.
경기도내 다른 시군 사정도 비슷하다. 특히 시흥 의왕 양평 남양주 구리 양주시가 완료하지 못한 사업이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건교부의 주민지원사업 확정이 늦고 국비 지원이 적어 보상 협의가 지연되면서 공사 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은 시장·군수가 도로개설, 상하수도 설치 등의 생활편익사업과 마을회관 및 어린이놀이터 설치 등의 복지증진사업을 하려면 주민지원사업계획을 수립해 시·도지사를 거쳐 사업연도 3월말까지 건교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자연히 국비 확보가 늦을 수밖에 없어 지방비를 대야해야 하는 시군도 추경을 통해 마련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더구나 국비 지원이 미비하다 보니 사업지연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특별한 사업을 제외하고는 한 해에 지원받는 금액이 3억원을 넘지 않는다. 하남이 올해 3억원 가량을 지원받았고 시흥이 2억3000여만원을 받았다. 경기도 전체적으로 2001년부터 2007년까지 123개 사업에 지원받은 금액이 652억원이다. 한 사업 당 5억3000만원 밖에 안된다.
이것마저 몇 년에 나눠 지원하는 바람에 지가 상승에 따른 보상 문제에 부딪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토지소유자가 외지인이면 사업 자체가 취소되거나 장기 표류하기도 한다.
최근 경기개발연구원이 주민지원사업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불만족스럽다고 답한 주민들이 57%인 반면 만족한다고 응답한 주민들은 7.6%에 불과했다.
하남시 박수조 주사는 “건교부에서 사업비가 얼마나 내려올지 모르다보니 일정대로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렵다”며 “주민지원사업이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사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원금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훼손부담금 징수액 50%는 교부 =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된 주민지원사업은 개발제한구역 훼손부담금이 재원이다. 중앙부처나 지자체, 공공기관, 민간에게서 징수하는 훼손부담금은 토지형질변경이나 형질변경이 수반되는 건축 등의 개발행위 시 부과된다.
2000년 13억원을 시작으로 2003년 이후 매년 1000억원 이상 걷히고 있다. 이중 2006년까지 경기도가 징수한 금액이 6713억원 중 4119억원이다. 무려 61%나 되는 금액이다. 다음으로 서울시가 569억원으로 많았고 인천 451억원, 대구 397억원 순이었다.
지난 5년간 경기도내 31개 시군 중에서는 시흥시가 679억원으로 제일 많았고 그 뒤를 과천 547억원, 하남 475억원, 의왕 287억원, 광명 245억원, 안양 234억원이 따랐다.
그런데 경기도에 교부된 금액은 1435억원으로 징수액의 35%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서 토지공사의 토지매입비 707억원을 제외하면 주민지원사업비와 관리비는 730억원이 안된다.
경기도 개발제한구역이 전국 면적의 1/3나 차지하는데도 주민지원사업비가 징수액의 17%도 안되는 것이다.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은 수도권인 서울과 인천이 30%인 것과 비교해도 한 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기도내 10호 이상의 집단취락 250개 중 주민지원사업을 벌이는 곳이 절반을 넘지 못한다.
당연히 주민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상수원지역이나 댐주변지역, 농림어업인 주민지원사업은 주택개량부터 학자금 지급, 전기료 의료비 정보통신비 지원, 교통비 및 난방비 지원, 영유아 양육비 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는데 비해 개발제한구역 주민지원사업은 기반시설 확충 등의 간접지원에 한정돼 있다.
경기도 류흥수 담당은 “주민지원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징수액의 50%를 지자체에 지원하고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직접지원 사업을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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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부 결정 늦고 국비 부족해 지연
기반시설 정비 등 직접지원 병행 필요
경기도 하남시 감북동 벌말취락지구 소하천 정비 현장, 2004년부터 시작한 사업이지만 아직도 첫 삽을 뜨지 못했다. 소하천 종합계획을 세우고 도시계획시설 결정, 보상 협의, 실시계획 수립 등의 행정절차 이행에 들인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사업 진척이 더디다.
보통 시청에서 하는 사업이라면 연초부터 하는 것이 상식인데 벌말 소하천 정비사업은 2004년 10월에야 예산이 확정됐다. 경기도를 거쳐 건교부에 신청했지만 해가 바뀌어 10개월이 지나서야 뒤늦게 결정된 것이다. 1년을 그냥 허비한 것이다.
4년째 사업이 제 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자 주민들의 지지도 사라진지 오래다. 주변 환경이 정비되고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되리라 기대했던 주민들은 아예 지원 사업을 잊어버렸다.
◆지가 상승 때문에 보상 장기화 = 성과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주민지원사업이 벌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하남시가 추진한 5건 중 완료된 것은 1건에 불과하다.
경기도내 다른 시군 사정도 비슷하다. 특히 시흥 의왕 양평 남양주 구리 양주시가 완료하지 못한 사업이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건교부의 주민지원사업 확정이 늦고 국비 지원이 적어 보상 협의가 지연되면서 공사 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은 시장·군수가 도로개설, 상하수도 설치 등의 생활편익사업과 마을회관 및 어린이놀이터 설치 등의 복지증진사업을 하려면 주민지원사업계획을 수립해 시·도지사를 거쳐 사업연도 3월말까지 건교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자연히 국비 확보가 늦을 수밖에 없어 지방비를 대야해야 하는 시군도 추경을 통해 마련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더구나 국비 지원이 미비하다 보니 사업지연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특별한 사업을 제외하고는 한 해에 지원받는 금액이 3억원을 넘지 않는다. 하남이 올해 3억원 가량을 지원받았고 시흥이 2억3000여만원을 받았다. 경기도 전체적으로 2001년부터 2007년까지 123개 사업에 지원받은 금액이 652억원이다. 한 사업 당 5억3000만원 밖에 안된다.
이것마저 몇 년에 나눠 지원하는 바람에 지가 상승에 따른 보상 문제에 부딪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토지소유자가 외지인이면 사업 자체가 취소되거나 장기 표류하기도 한다.
최근 경기개발연구원이 주민지원사업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불만족스럽다고 답한 주민들이 57%인 반면 만족한다고 응답한 주민들은 7.6%에 불과했다.
하남시 박수조 주사는 “건교부에서 사업비가 얼마나 내려올지 모르다보니 일정대로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렵다”며 “주민지원사업이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사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원금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훼손부담금 징수액 50%는 교부 =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된 주민지원사업은 개발제한구역 훼손부담금이 재원이다. 중앙부처나 지자체, 공공기관, 민간에게서 징수하는 훼손부담금은 토지형질변경이나 형질변경이 수반되는 건축 등의 개발행위 시 부과된다.
2000년 13억원을 시작으로 2003년 이후 매년 1000억원 이상 걷히고 있다. 이중 2006년까지 경기도가 징수한 금액이 6713억원 중 4119억원이다. 무려 61%나 되는 금액이다. 다음으로 서울시가 569억원으로 많았고 인천 451억원, 대구 397억원 순이었다.
지난 5년간 경기도내 31개 시군 중에서는 시흥시가 679억원으로 제일 많았고 그 뒤를 과천 547억원, 하남 475억원, 의왕 287억원, 광명 245억원, 안양 234억원이 따랐다.
그런데 경기도에 교부된 금액은 1435억원으로 징수액의 35%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서 토지공사의 토지매입비 707억원을 제외하면 주민지원사업비와 관리비는 730억원이 안된다.
경기도 개발제한구역이 전국 면적의 1/3나 차지하는데도 주민지원사업비가 징수액의 17%도 안되는 것이다.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은 수도권인 서울과 인천이 30%인 것과 비교해도 한 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기도내 10호 이상의 집단취락 250개 중 주민지원사업을 벌이는 곳이 절반을 넘지 못한다.
당연히 주민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상수원지역이나 댐주변지역, 농림어업인 주민지원사업은 주택개량부터 학자금 지급, 전기료 의료비 정보통신비 지원, 교통비 및 난방비 지원, 영유아 양육비 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는데 비해 개발제한구역 주민지원사업은 기반시설 확충 등의 간접지원에 한정돼 있다.
경기도 류흥수 담당은 “주민지원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징수액의 50%를 지자체에 지원하고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직접지원 사업을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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