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대북정책, 5년전 멈춘 시계?
2002년 주장했던 ‘상호주의’ ‘국제공조’ 되풀이
핵위기 강조하면서 북미·남북관계 변화 반영 안해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22일 대북정책 등 일련의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북정책 등은 5년전 발표했던 내용과 거의 같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북미관계 정상화, 남북관계 변화, 한반도 평화체제 선언 가시화 등 북한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5년전에 비해 거의 상전벽해 수준으로 바뀌고 있는데도 여전히 냉전적 사고를 전제로한 예전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5년전에도 ‘핵위기’ 강조 =
이 후보가 주장하는 내용은 △상호주의 △국제공조 △북한의 개방 개혁 유도 △투명성 제고 등으로 요약된다.
이 후보는 22일 2007년 대선 공약 기본방향인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국민과의 약속1’을 통해 “상호주의와 국제공조로 북핵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전날 진행된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1994년 북핵 위기를 언급하면서 “이쪽에서 포용하고 선물 보따리 주고 그래서 (북한이 제네바 협약 합의과정 들어간 것이) 아니다”며 “유엔이 안보리재개 위협 통보하고 미국이 군사동원 암시까지 준 것들이 압박이 돼서 북한이 대화 장소 나와 북핵문제가 진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변화는 이끌어내지 못하고 북핵으로 이어지는 결과만 가져왔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 후보의 이런 주장은 2002년 입장과 거의 유사하다. 핵 위기를 강조하면서 방향을 설정한 이유까지 비슷하다.
이 후보는 그해 12월 15일 특별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5년동안 북한에 퍼주고 끌려다녔지만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핵개발 뿐”이라며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더욱 강화, 미국을 설득해 평화적 해결의 약속을 받아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달 13일 울산 기자회견에서도 “핵개발 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는 대북 현금지원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는 북핵 상황 달리 평가=
하지만 이 후보의 주장과 달리 북한 체제와 국제정세는 지난 5년간 급격히 변했다. △종전선언 및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가시화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 가닥 △해외 방북단을 통한 북한 핵불능화 의지 확인 등이 그것이다. 북미관계 정상화도 눈앞으로 다가 왔다는 게 국제관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런 시각은 부시 미 대통령 등 미 당국자들도 동조하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의 미·일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이 성과를 내고 있다”며 “북한이 연말까지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고 불능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을 방문했던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외무장관은 17일 베이징에서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 회견을 열어 “6자회담에서 합의한 절차에 따라 핵불능화 문제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북한 당국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남북 총리회담에서는 △내년부터 인터넷과 유·무선전화 서비스를 시작하고 △연내 남측 인원과 차량들의 공단 출입허용 시간을 기존 하루 8~9시간 10분에서 15시간으로 확대하는 ‘3통(통신·통행·통관)’ 문제 개선방안에 합의했다.
이 후보는 최근 토론회나 공약 발표에서 국제사회의 이런 평가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은채 ‘북핵이 존재한다’는 위기 상황만 강조해왔다.
◆재향군인회 방문 등 이명박 후보와 각 세우가 =
이 후보가 이렇게 위기상황과 대북정책을 강조하는 이유는 전통적으로 ‘보수’ ‘우파’라고 주장하는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나라당 지지층으로 분류됐지만 최근의 변화노선에 대해 불만을 가진 세력에 호소할 전망이다.
이회창 후보는 최근 이명박 후보에 대해 “대북관이 왔다갔다 한다”고 비판했다. 또 한나라당이 상호주의 원칙을 다소 유연하게 수정해 지난 7월 발표한 ‘한반도 평화비전’에 대해서는 “김대중 정부 시절에 나온 햇볕정책을 오히려 더 선물보따리로 키운 것이지 하나도 바꾼 내용이 아니다”라고 비유했다.
이 후보의 일정도 이런 주장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 후보는 19일 한국전쟁 당시 실명한 사람들의 집단 거주지인 경남 마산시 광명촌을, 23일 재향군인회를 방문했다.
재향군인회는 지난 7월 한나라당이 상호주의를 유연하게 수정하는 한반도 평화비전’를 발표하자 “한반도 평화비전은 변절이자 친북좌파 표절”이라고 반발했다. 평화비전을 설명하기 위해 재향군인회를 찾았던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계란세례를 맞기도 했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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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주장했던 ‘상호주의’ ‘국제공조’ 되풀이
핵위기 강조하면서 북미·남북관계 변화 반영 안해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22일 대북정책 등 일련의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북정책 등은 5년전 발표했던 내용과 거의 같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북미관계 정상화, 남북관계 변화, 한반도 평화체제 선언 가시화 등 북한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5년전에 비해 거의 상전벽해 수준으로 바뀌고 있는데도 여전히 냉전적 사고를 전제로한 예전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5년전에도 ‘핵위기’ 강조 =
이 후보가 주장하는 내용은 △상호주의 △국제공조 △북한의 개방 개혁 유도 △투명성 제고 등으로 요약된다.
이 후보는 22일 2007년 대선 공약 기본방향인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국민과의 약속1’을 통해 “상호주의와 국제공조로 북핵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전날 진행된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1994년 북핵 위기를 언급하면서 “이쪽에서 포용하고 선물 보따리 주고 그래서 (북한이 제네바 협약 합의과정 들어간 것이) 아니다”며 “유엔이 안보리재개 위협 통보하고 미국이 군사동원 암시까지 준 것들이 압박이 돼서 북한이 대화 장소 나와 북핵문제가 진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변화는 이끌어내지 못하고 북핵으로 이어지는 결과만 가져왔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 후보의 이런 주장은 2002년 입장과 거의 유사하다. 핵 위기를 강조하면서 방향을 설정한 이유까지 비슷하다.
이 후보는 그해 12월 15일 특별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5년동안 북한에 퍼주고 끌려다녔지만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핵개발 뿐”이라며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더욱 강화, 미국을 설득해 평화적 해결의 약속을 받아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달 13일 울산 기자회견에서도 “핵개발 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는 대북 현금지원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는 북핵 상황 달리 평가=
하지만 이 후보의 주장과 달리 북한 체제와 국제정세는 지난 5년간 급격히 변했다. △종전선언 및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가시화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 가닥 △해외 방북단을 통한 북한 핵불능화 의지 확인 등이 그것이다. 북미관계 정상화도 눈앞으로 다가 왔다는 게 국제관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런 시각은 부시 미 대통령 등 미 당국자들도 동조하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의 미·일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이 성과를 내고 있다”며 “북한이 연말까지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고 불능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을 방문했던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외무장관은 17일 베이징에서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 회견을 열어 “6자회담에서 합의한 절차에 따라 핵불능화 문제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북한 당국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남북 총리회담에서는 △내년부터 인터넷과 유·무선전화 서비스를 시작하고 △연내 남측 인원과 차량들의 공단 출입허용 시간을 기존 하루 8~9시간 10분에서 15시간으로 확대하는 ‘3통(통신·통행·통관)’ 문제 개선방안에 합의했다.
이 후보는 최근 토론회나 공약 발표에서 국제사회의 이런 평가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은채 ‘북핵이 존재한다’는 위기 상황만 강조해왔다.
◆재향군인회 방문 등 이명박 후보와 각 세우가 =
이 후보가 이렇게 위기상황과 대북정책을 강조하는 이유는 전통적으로 ‘보수’ ‘우파’라고 주장하는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나라당 지지층으로 분류됐지만 최근의 변화노선에 대해 불만을 가진 세력에 호소할 전망이다.
이회창 후보는 최근 이명박 후보에 대해 “대북관이 왔다갔다 한다”고 비판했다. 또 한나라당이 상호주의 원칙을 다소 유연하게 수정해 지난 7월 발표한 ‘한반도 평화비전’에 대해서는 “김대중 정부 시절에 나온 햇볕정책을 오히려 더 선물보따리로 키운 것이지 하나도 바꾼 내용이 아니다”라고 비유했다.
이 후보의 일정도 이런 주장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 후보는 19일 한국전쟁 당시 실명한 사람들의 집단 거주지인 경남 마산시 광명촌을, 23일 재향군인회를 방문했다.
재향군인회는 지난 7월 한나라당이 상호주의를 유연하게 수정하는 한반도 평화비전’를 발표하자 “한반도 평화비전은 변절이자 친북좌파 표절”이라고 반발했다. 평화비전을 설명하기 위해 재향군인회를 찾았던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계란세례를 맞기도 했다.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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