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제는 다민족 사회로-21세기 신한국인 결혼이민자]불법체류자서 통역관으로 변신한 네팔인 라마씨

“무시하는 것만 빼면 다 좋아요”

지역내일 2007-11-26
한국인 부인 만나 제2의 인생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 자리 잡은 중소기업중앙회. 이곳 1층은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온 세계 각국의 외국인들로 붐빈다.
외국인들은 대부분 산업연수생으로 행정업무를 처리하고 고충을 해결해주는 ‘고용지원팀’을 방문한 것이다.
라마(35)씨는 이곳에서 네팔인 산업연수생을 위한 통역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어가 유창한데다 얼굴도 비슷한 덕에 그를 처음 만난 이들은 한국인으로 여긴다.
물론 그는 현재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는 어엿한 한국인이다. 한국인 부인을 만나 2명의 자녀를 낳고 제2의 인생을 그려가고 있다.
하지만 그의 몸속에는 네팔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는 네팔 수도인 카트만두에서 태어났다. 그곳에는 부모와 형제, 동생들이 살고 있다.
그는 2000년 4월, 일자리를 찾아 한국을 방문했다. 관광비자로 입국한 그는 서울 왕십리에 있는 봉제공장에 취업했다.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던 라마씨는 손짓과 발짓, 약간의 영어로 의사소통을 했다. 공장 일이 단순작업인지라 작업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그러나 말이 통하지 않아 일상생활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관광비자 기간이 끝나 불법체류자가 됐다. 돈벌러 한국에 왔기에 불법체류자 신분을 감수해야만 했다.
갑자기 그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라마씨의 성실한 모습을 눈여겨 본 회사 간부가 자신의 딸을 그에게 소개했다. 같은 회사에서 샘플제작 담당 미싱사인 부인과 다음해 1월 결혼에 골인했다. 이로써 그는 불안한 불법체류자 신분을 벗어났다.
“저에게 행운이 따란 준 겁니다. 도저히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 거지요.” 그는 자신을 행운아라고 했다.
사실 라마씨는 절망감속에 한국을 찾았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라마씨는 인도로 유학을 떠났다. 인도내 티벳대학(CST)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던 그는 2학년을 마치고 학업을 포기했다.
“네팔로 돌아가도 좋은 일자리를 찾기 힘들고, 임금도 낮아 공부를 계속할 의미를 잃어버렸어요.”
유학을 중도 포기하고 고국에 돌아온 라마씨는 2년간 고심 끝에 “돈을 벌자”는 굳은 결심으로 한국행을 단행한 것이다.
결혼 후에 그는 부인의 도움을 받아 한국어를 열심히 익혔다. 짧은 기간에 놀라울 정도로 한국어 실력이 늘었다.
봉제공장을 다니던 그에게 또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중앙회에서 네팔 통역관을 모집한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그는 중앙회 면접에 응했고, 당당히 합격했다.
라마씨는 3년간 봉제공장 생활을 끝내고 중앙회 통역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에 입국한지 4년만에 찾아온 두 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따라서 그의 표현대로 ‘한국생활은 행운의 연속’이었다.
다만 생활속에서 여전히 자신을 이방인 취급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우울해진다. 그는 한국에 대해 “무시하는 것 빼면 다 좋다”고 말한다.
“피부색깔이 다르다고 무조건 반말하는 경향이 있어요. 젊은 사람보다 나이든 분들의 반말이 심해요. 한번은 처음 만나 인사할 때는 서로 존대말을 하다가 네팔인이라고 밝히자 바로 반말을 하더라고요. 피부색깔로 무시하는 행동은 사라졌으면 합니다.”
라마씨는 네팔통역을 하면서 많은 일을 겪었다. 대부분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온 동포들을 도와주는 일이라 매우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네팔인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 네팔인의 거짓말로 고통을 겪었을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최고의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라마씨. 그의 바램은 일반 한국인 아버지의 그것과 비슷하다.
“아이들이 공부 잘하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합니다. 더 무슨 바램이 있겠어요.”
그는 언젠가는 부모와 형제가 있는 네팔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네팔인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는 그는 네팔인들이 한국에서 성공하기를 기원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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