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실패한 ‘교육대통령’
이두석 편집·논설위원장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고 한다.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세간의 화두는 단연 ‘실패한 교육개혁’이다. 교실붕괴, 죽은 공교육, 살인적인 과외비, 교육이민 등 우리 교육의 고질적인 적폐물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어느 정권이던 막을 내리거나 반환 점을 돌아서면 흔히 듣는 쓴 소리다. 이유는 간단하다. 집권하면 누구나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학부모의 과외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등 온갖 장미 빛 교육개혁정책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대통령이 욕심을 낸다고 해서 이미 골병이 들대로 든 교육계의 환부가 제대로 치유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막 내린 YS의 문민정부와 DJ가 통치하는 국민의 정부 교육개혁이 세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도 있고 아예 실패했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아무래도 실패 쪽으로 여론이 기울고 있는 것 같다. 옛것은 모두 나쁘고 새것만 좋다는 식의 교육정책과 학생, 일선 교사, 학부모들이 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이랬다저랬다하는 조령모개(朝令暮改)식 정책 추진과정이 교육을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양 김’은 교육논리 보다 정치논리에 치우쳐 현실(경쟁)보다 이상(평등)을 추구하는 바람에 학교교육이 멍들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치논리에 치우친 ‘양 김’의 교육개혁
‘교육대통령 1호’로 행세한 YS 정권 때 일이다. 교육행정의 조타수 격인 교육부 대학 정책실장에 발탁됐다가 도중하차한 당시 연세대 이성호 교수가 한 세미나에서 ‘ 우리교육이 죽어가고 있다’고 비판해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입시위주의 인간성 상실교육으로 학생이, 단순한 지식판매업자로 전락한 교사가 죽어가고 있으며 소득보다 많은 과외비 부담으로 학부모가 죽어가고 있다면서 YS정권의 교육개혁이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도 그럴 것이 94년 상반기 동안 바뀐 교육제도만 해도 열 손가락이 넘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특히 1백만 명에 이르는 수험생과 학부모가 목숨을 걸 듯 매달리는 대학입시와 관련된 제도 변화는 얼이 빠질 정도였다. 대입 수능시험 연 1회 실시, 계열별 출제, 96학년도부터 대학입시 본고사 폐지와 정원 자율화를 추진하고 학생 선발권은 대학에, 수능시험 출제관리는 민간 기구에 맡기며 대학을 대학원 중심 대학과 학부중심 대학으로 나누어 육성한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속된 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교육제도를 바꾸었으니 어느 한가지인들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었겠는가.
그러면 김대중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은 어떤가. DJ도 YS처럼 교육대통령을 자임하면서 취임 후 과히 혁명적인 교육정책을 도입했지만 대부분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부작용만 속출하고 있다. 현 정권 들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한 BK 21, 교원정년 정책 등이 실효성이나 일관성 없이 표류하고 있으며 공교육 위기론을 가중시키고 있다. 예컨대 99년부터 단행된 고교보충수업 폐지는 학원 과외를 부추겼고 대입수능시험 문제를 쉽게 낸 난이도 하향 조정은 학력저하를, 고교내신 성적 평가제는 성적 부풀리기 경쟁을 불러일으켜 일선 교육의 신뢰에 돌이킬 수 없는 먹칠을 했다.
간섭 규제 줄이고 ‘과외병’ 치유해야
이대로는 안 된다. 먼저 무엇보다 정치논리보다 교육논리로 정책을 다듬고 교육현실에 맞게 단계적으로 이를 추진해야 한다. 개혁의 이름으로 단행된 대입제도개선방안이 학생이나 학부모들에 얼마나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는가를 알기나 하는지 묻고 싶다.
더욱이 DJ정부가 들어선 후 초 중고생 과외가 두 배나 늘어났다는 교육개발연구원의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 월 평균 1백만 원 이하인 저소득층 학부모들도 10명중 5명이 과외를 시키고 있으며 과외비를 마련하기 위해 중산층 주부들까지 파출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고도 가계가 유지될 수 있을 지 걱정이다.
우선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교육관료의 규제와 간섭을 줄여야 한다. ‘교육부를 없애야 교육이 산다’는 비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교육기관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여야 한다. 투자 없이 ‘개선과 개혁’ 등 구호만을 남발한 역대 정권이 추진한 6대 교육정책이 실패로 끝났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진단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시제도를 바꾸는 조령모개식 혼란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나아가 학벌주의를 뿌리 뽑아야 한다. 실력이나 능력보다는 명문대 간판이 신분상승의 지름길인 현실을 무시한 교육개혁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이기주의도 자제해야 한다. 사회지도층이 불법 고액 과외나 교육이민을 통해 기득권을 자식에게 대물림하려는 사회풍토아래서 ‘병든 교육’은 치유될 수 없다.
이두석 편집·논설위원장내일시론>
이두석 편집·논설위원장
‘교육이 무너지고 있다’ 고 한다. 3월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세간의 화두는 단연 ‘실패한 교육개혁’이다. 교실붕괴, 죽은 공교육, 살인적인 과외비, 교육이민 등 우리 교육의 고질적인 적폐물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어느 정권이던 막을 내리거나 반환 점을 돌아서면 흔히 듣는 쓴 소리다. 이유는 간단하다. 집권하면 누구나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학부모의 과외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등 온갖 장미 빛 교육개혁정책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대통령이 욕심을 낸다고 해서 이미 골병이 들대로 든 교육계의 환부가 제대로 치유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막 내린 YS의 문민정부와 DJ가 통치하는 국민의 정부 교육개혁이 세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도 있고 아예 실패했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아무래도 실패 쪽으로 여론이 기울고 있는 것 같다. 옛것은 모두 나쁘고 새것만 좋다는 식의 교육정책과 학생, 일선 교사, 학부모들이 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이랬다저랬다하는 조령모개(朝令暮改)식 정책 추진과정이 교육을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양 김’은 교육논리 보다 정치논리에 치우쳐 현실(경쟁)보다 이상(평등)을 추구하는 바람에 학교교육이 멍들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치논리에 치우친 ‘양 김’의 교육개혁
‘교육대통령 1호’로 행세한 YS 정권 때 일이다. 교육행정의 조타수 격인 교육부 대학 정책실장에 발탁됐다가 도중하차한 당시 연세대 이성호 교수가 한 세미나에서 ‘ 우리교육이 죽어가고 있다’고 비판해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입시위주의 인간성 상실교육으로 학생이, 단순한 지식판매업자로 전락한 교사가 죽어가고 있으며 소득보다 많은 과외비 부담으로 학부모가 죽어가고 있다면서 YS정권의 교육개혁이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그도 그럴 것이 94년 상반기 동안 바뀐 교육제도만 해도 열 손가락이 넘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특히 1백만 명에 이르는 수험생과 학부모가 목숨을 걸 듯 매달리는 대학입시와 관련된 제도 변화는 얼이 빠질 정도였다. 대입 수능시험 연 1회 실시, 계열별 출제, 96학년도부터 대학입시 본고사 폐지와 정원 자율화를 추진하고 학생 선발권은 대학에, 수능시험 출제관리는 민간 기구에 맡기며 대학을 대학원 중심 대학과 학부중심 대학으로 나누어 육성한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속된 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교육제도를 바꾸었으니 어느 한가지인들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었겠는가.
그러면 김대중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은 어떤가. DJ도 YS처럼 교육대통령을 자임하면서 취임 후 과히 혁명적인 교육정책을 도입했지만 대부분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부작용만 속출하고 있다. 현 정권 들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한 BK 21, 교원정년 정책 등이 실효성이나 일관성 없이 표류하고 있으며 공교육 위기론을 가중시키고 있다. 예컨대 99년부터 단행된 고교보충수업 폐지는 학원 과외를 부추겼고 대입수능시험 문제를 쉽게 낸 난이도 하향 조정은 학력저하를, 고교내신 성적 평가제는 성적 부풀리기 경쟁을 불러일으켜 일선 교육의 신뢰에 돌이킬 수 없는 먹칠을 했다.
간섭 규제 줄이고 ‘과외병’ 치유해야
이대로는 안 된다. 먼저 무엇보다 정치논리보다 교육논리로 정책을 다듬고 교육현실에 맞게 단계적으로 이를 추진해야 한다. 개혁의 이름으로 단행된 대입제도개선방안이 학생이나 학부모들에 얼마나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는가를 알기나 하는지 묻고 싶다.
더욱이 DJ정부가 들어선 후 초 중고생 과외가 두 배나 늘어났다는 교육개발연구원의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 월 평균 1백만 원 이하인 저소득층 학부모들도 10명중 5명이 과외를 시키고 있으며 과외비를 마련하기 위해 중산층 주부들까지 파출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고도 가계가 유지될 수 있을 지 걱정이다.
우선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교육관료의 규제와 간섭을 줄여야 한다. ‘교육부를 없애야 교육이 산다’는 비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교육기관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여야 한다. 투자 없이 ‘개선과 개혁’ 등 구호만을 남발한 역대 정권이 추진한 6대 교육정책이 실패로 끝났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진단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시제도를 바꾸는 조령모개식 혼란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나아가 학벌주의를 뿌리 뽑아야 한다. 실력이나 능력보다는 명문대 간판이 신분상승의 지름길인 현실을 무시한 교육개혁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이기주의도 자제해야 한다. 사회지도층이 불법 고액 과외나 교육이민을 통해 기득권을 자식에게 대물림하려는 사회풍토아래서 ‘병든 교육’은 치유될 수 없다.
이두석 편집·논설위원장내일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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