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10년 외국인 인식 급변 중
지나친 불평등제도 사회비용 될수도
경기도 안산 중소기업에서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는 최 모(42・안산시 부곡동)는 지난달 자신의 생일날에 말레이시아 출신 공장 동료 2명을 초대했다. 아내와 딸은 처음엔 반대했지만, 나중엔 최씨의 설득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생일잔치에 오겠다고 한 한국인 동료중 몇명은 다른 핑계를 대고 빠졌다. 최씨는 “작업장에선 직장 동료라는 생각이 들지만, 퇴근 후 친구로 만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도 동두천에서 30여년을 살아온 박 모(40・동두천 송내동)씨는 외출할 때마다 외국인과 접촉하지만 여전히 그들에게서 이질감을 지울 수 없다. 인근에 상주하는 주한미군들이 이젠 익숙해졌지만, 요즘 급속히 늘어난 동남아 근로자들은 아직 낯설다. 박 씨는 “길거리를 몰려다니는 동남아 근로자들을 보면 혹시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 피해서 지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체류자 100만 시대를 맞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다른 피부색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을 보거나 접촉하는 것은 더 이상 어색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과 달리 외국인 노동자를 자녀의 배우자로 삼거나 절친한 친구로 맞는 일은 쉽지 않다.
외환위기 후 10년간 급속히 증가한 외국인 노동자를 보는 한국인의 인식은 어디까지 온 것일까.
한국노동연구원 오계택 박사가 최근 발표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한국인 근로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10년전과 비교해 일터나 일상생활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친밀도감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한달간 진행된 이 조사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장중 경기 인천지역의 322곳 500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외국인을 우리나라 국민으로 인정한다’는 항목에서 10년전에 비해 높은 지지율 변화를 보였다. 일본인에 대해선 올해 30.8%로 1997년 14.0%에서 16.8%p나 높아졌고, 동남아시아인(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에 대해서는 31.9%로 10년전보다 15.6%p 높아졌다. 미국인에 대해서도 10년전 18.7%에서 38.9%로 10.2%p 상승했고, 중국인도 25.1%에서 33.7%로 8.6%p 올랐다.
‘같은 작업장 동료로 여긴다’는 질문에서도 10년간 △미국인 15.3%p(1997년 64.2%→2007년 79.5%) △일본인 13.3%p(1997년 59.7%→2007년 74.1%) △동남아시아인 13.2% △중국인 4.0%p(1997년 69.8%→2007년 73.8%) 등으로 높아졌다.
사회심리학자들은 다른 인종이나 민족에 대해 편견과 갈등을 설명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감’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 말은 다른 집단에 대해 느끼는 친밀감의 정도를 말하는데, 어떤 집단과의 접촉을 어느 선까지 받아들일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가까운 이웃으로 찬성한다’, ‘절친한 친구로 찬성한다’, ‘자녀의 배우자로 찬성한다’ 등의 항목에서도 10년에 비해 큰 변화를 보였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들의 출입이 잦아졌고, 외국여행이나 국제결혼이 증가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외국인과의 만남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수용하기 쉬운 ‘외국인을 우리나라 국민으로’ 보는 시각은 ‘같은 작업장 동료로’ 보는 항목이나, ‘가까운 이웃’ 또는 ‘절친한 친구’로 보는 것에 비율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이는 단일민족을 중시하는 한국인 의식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외국인과의 접촉이 잦다고 해서 한국인의 인식이 항상 긍정적으로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점점 외국인과의 접촉 기회가 늘어나지만, 제도와 정책에 따라 이주민들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원외국인노동자쉼터 남경호 간사는 “한국인의 민족주의가 특정 외국인에 대해서는 차별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임금정책 등 지나치게 불평등한 제도 때문인데, 앞으로 이를 위해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인 불법체류자의 증가도 외국인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져온다. 이들은 한국인의 일상 생활에서 '가깝고도 먼' 친구나 직장동료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노동연구원 오계택 연구위원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식은 사회통합 차원에서 중요하다”며 “유럽국가와 비교하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아직 미숙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오 연구위원은 “10년전과 비교할 때 사회적 거리감은 크게 해소됐지만, 아직 과도기적인 성격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지나친 불평등제도 사회비용 될수도
경기도 안산 중소기업에서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는 최 모(42・안산시 부곡동)는 지난달 자신의 생일날에 말레이시아 출신 공장 동료 2명을 초대했다. 아내와 딸은 처음엔 반대했지만, 나중엔 최씨의 설득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생일잔치에 오겠다고 한 한국인 동료중 몇명은 다른 핑계를 대고 빠졌다. 최씨는 “작업장에선 직장 동료라는 생각이 들지만, 퇴근 후 친구로 만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도 동두천에서 30여년을 살아온 박 모(40・동두천 송내동)씨는 외출할 때마다 외국인과 접촉하지만 여전히 그들에게서 이질감을 지울 수 없다. 인근에 상주하는 주한미군들이 이젠 익숙해졌지만, 요즘 급속히 늘어난 동남아 근로자들은 아직 낯설다. 박 씨는 “길거리를 몰려다니는 동남아 근로자들을 보면 혹시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 피해서 지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체류자 100만 시대를 맞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다른 피부색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을 보거나 접촉하는 것은 더 이상 어색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과 달리 외국인 노동자를 자녀의 배우자로 삼거나 절친한 친구로 맞는 일은 쉽지 않다.
외환위기 후 10년간 급속히 증가한 외국인 노동자를 보는 한국인의 인식은 어디까지 온 것일까.
한국노동연구원 오계택 박사가 최근 발표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한국인 근로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10년전과 비교해 일터나 일상생활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친밀도감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한달간 진행된 이 조사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장중 경기 인천지역의 322곳 500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외국인을 우리나라 국민으로 인정한다’는 항목에서 10년전에 비해 높은 지지율 변화를 보였다. 일본인에 대해선 올해 30.8%로 1997년 14.0%에서 16.8%p나 높아졌고, 동남아시아인(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에 대해서는 31.9%로 10년전보다 15.6%p 높아졌다. 미국인에 대해서도 10년전 18.7%에서 38.9%로 10.2%p 상승했고, 중국인도 25.1%에서 33.7%로 8.6%p 올랐다.
‘같은 작업장 동료로 여긴다’는 질문에서도 10년간 △미국인 15.3%p(1997년 64.2%→2007년 79.5%) △일본인 13.3%p(1997년 59.7%→2007년 74.1%) △동남아시아인 13.2% △중국인 4.0%p(1997년 69.8%→2007년 73.8%) 등으로 높아졌다.
사회심리학자들은 다른 인종이나 민족에 대해 편견과 갈등을 설명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감’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 말은 다른 집단에 대해 느끼는 친밀감의 정도를 말하는데, 어떤 집단과의 접촉을 어느 선까지 받아들일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가까운 이웃으로 찬성한다’, ‘절친한 친구로 찬성한다’, ‘자녀의 배우자로 찬성한다’ 등의 항목에서도 10년에 비해 큰 변화를 보였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들의 출입이 잦아졌고, 외국여행이나 국제결혼이 증가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외국인과의 만남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수용하기 쉬운 ‘외국인을 우리나라 국민으로’ 보는 시각은 ‘같은 작업장 동료로’ 보는 항목이나, ‘가까운 이웃’ 또는 ‘절친한 친구’로 보는 것에 비율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이는 단일민족을 중시하는 한국인 의식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외국인과의 접촉이 잦다고 해서 한국인의 인식이 항상 긍정적으로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점점 외국인과의 접촉 기회가 늘어나지만, 제도와 정책에 따라 이주민들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원외국인노동자쉼터 남경호 간사는 “한국인의 민족주의가 특정 외국인에 대해서는 차별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임금정책 등 지나치게 불평등한 제도 때문인데, 앞으로 이를 위해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인 불법체류자의 증가도 외국인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져온다. 이들은 한국인의 일상 생활에서 '가깝고도 먼' 친구나 직장동료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노동연구원 오계택 연구위원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식은 사회통합 차원에서 중요하다”며 “유럽국가와 비교하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아직 미숙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오 연구위원은 “10년전과 비교할 때 사회적 거리감은 크게 해소됐지만, 아직 과도기적인 성격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