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독과(毒樹毒果)언론과 알권리 언론
김광원 (언론인)
‘독수독과(毒樹毒果) 언론’. 삼성비자금이 상기시키는 기억이다.
나는 2년 전 느닷없이 독수독과란 사자성어의 법률공부를 하게 됐다. 과문한 탓으로 ‘미란다 원칙’정도는 들어봤어도 독수독과라는 말은 생소했다. 곁의 국어소사전부터 뒤졌다. 나오지 않았다. 백과사전을 찾아보고서야 그것이 법률용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독수독과는 2005년 어느 날 소문으로 들었던 ‘이상호 기자의 X파일’사건과 직결된다. 그해 6월에는 문화방송(MBC)이 이 X파일을 보도하지 않기로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다음달인 7월21일 조선일보의 이진동 기자가 쓴 ‘안기부(안전기획부·현 국정원) X파일’보도가 1면 머리로 올랐다. 그 다음에야 MBC의 뉴스데스크에서 ‘이상호의 X파일’ 보도를 접했다.
이른바 ‘삼성 X파일’사건이다. 내용은 삼성그룹이 대선후보를 포함한 정치인들에게 자금을 제공하고 검찰간부들에게도 ‘떡값’을 주었다는 의혹이다. 안기부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의 비자금에 대한 대화를 녹음했다. 그후 안기부 담당 직원이 274개의 도청 테이프와 녹취록을 밀반출했다. 그 일부가 한 재미교포를 통해 이상호 기자에게 전달돼 내용이 밝혀진 것이다.
불법도청과 불법유출에 초점
온 세상이 X파일로 뒤덮인 듯 했다. 모든 언론이 매일 엄청난 기사를 쏟아냈다. 개인적 연구일환으로 조사해본 서울의 11개 종합 일간지들이 보도한 기사 수만도 한달 기준(2005년7월21~8월20일)으로 거의 2000건에 이르렀다.
그 보도내용을 분류해본 결과,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사건에 대한 상반된 보도방향이 두 갈래로 갈렸다. 그 한 갈래가 독수독과 이론이었다. 여기에는 대부분의 주류언론이 포함돼 있다. 구체적으로 동아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가나다 순)가 여기에 속했다. 이들 신문들은 불법도청과 불법유출 등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물론 X파일 내용공개에는 반대하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반면 독수독과론의 대척점에 선 신문들은 무엇보다 국민의 알권리를 강조했다. 비교적으로 표현하면 ‘알권리 언론’으로, 여기에는 경향신문 내일신문 서울신문 한겨레신문(가나다 순) 등이 포함됐다. 이들 신문들은 국민의 알권리와 함께 정·경·언(政經言)유착에 방점을 찍었다. X파일의 내용공개에 대해서도 강력한 찬성 쪽이었다. 그 구체적인 보도내용 중 대립적 내용을 인용해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도청과 그 내용 공개 등을 합리화하는 국민의 알권리를 인정한다 해도 그것은 정당하게 입수된 공인의 정보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사람들의 호기심이나 관심이 곧 국민의 알권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독수독과 언론).
"도청 테이프에 담긴 불법 행위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은 불법도청의 실태를 밝히는 것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 진상을 철저히 파헤쳐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부정부패를 뿌리 뽑는 계기로 삼는게 마땅하다…“(알권리 언론).
이 마주 보고 달리는 신문들의 짝짓기는 참 그럴 듯하게 나뉘어져 있다. 또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다만 그 균형이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 대결국면에 이은 법원 판결에서 결국 X파일에 담겨 있는 사람들에게는 면죄부가 주어졌다. 반면 이를 처음 보도한 이상호 기자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2006년 11월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X파일 내용공개 찬성
최근 삼성 비자금 문제에 비롯된 사태가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에는 ‘이상호 기자의 X파일’이 아닌 ‘김용철 변호사의 Y파일’이라고 이름붙일 만하다. Y는 내부고발이라는 특징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X파일과 다르다. 그래선지 ‘독수독과 언론’은 삼성의 위기와 한국경제에 대한 충격을 확대하는 아젠다 셋팅에 초점을 맞추는 양상이다.
이쯤에서 독자들께 ‘독수독과 언론’에 대해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할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들이야말로 ‘알권리 언론’보다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자유를 더욱 강조해온 신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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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원 (언론인)
‘독수독과(毒樹毒果) 언론’. 삼성비자금이 상기시키는 기억이다.
나는 2년 전 느닷없이 독수독과란 사자성어의 법률공부를 하게 됐다. 과문한 탓으로 ‘미란다 원칙’정도는 들어봤어도 독수독과라는 말은 생소했다. 곁의 국어소사전부터 뒤졌다. 나오지 않았다. 백과사전을 찾아보고서야 그것이 법률용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독수독과는 2005년 어느 날 소문으로 들었던 ‘이상호 기자의 X파일’사건과 직결된다. 그해 6월에는 문화방송(MBC)이 이 X파일을 보도하지 않기로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다음달인 7월21일 조선일보의 이진동 기자가 쓴 ‘안기부(안전기획부·현 국정원) X파일’보도가 1면 머리로 올랐다. 그 다음에야 MBC의 뉴스데스크에서 ‘이상호의 X파일’ 보도를 접했다.
이른바 ‘삼성 X파일’사건이다. 내용은 삼성그룹이 대선후보를 포함한 정치인들에게 자금을 제공하고 검찰간부들에게도 ‘떡값’을 주었다는 의혹이다. 안기부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의 비자금에 대한 대화를 녹음했다. 그후 안기부 담당 직원이 274개의 도청 테이프와 녹취록을 밀반출했다. 그 일부가 한 재미교포를 통해 이상호 기자에게 전달돼 내용이 밝혀진 것이다.
불법도청과 불법유출에 초점
온 세상이 X파일로 뒤덮인 듯 했다. 모든 언론이 매일 엄청난 기사를 쏟아냈다. 개인적 연구일환으로 조사해본 서울의 11개 종합 일간지들이 보도한 기사 수만도 한달 기준(2005년7월21~8월20일)으로 거의 2000건에 이르렀다.
그 보도내용을 분류해본 결과,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사건에 대한 상반된 보도방향이 두 갈래로 갈렸다. 그 한 갈래가 독수독과 이론이었다. 여기에는 대부분의 주류언론이 포함돼 있다. 구체적으로 동아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가나다 순)가 여기에 속했다. 이들 신문들은 불법도청과 불법유출 등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물론 X파일 내용공개에는 반대하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반면 독수독과론의 대척점에 선 신문들은 무엇보다 국민의 알권리를 강조했다. 비교적으로 표현하면 ‘알권리 언론’으로, 여기에는 경향신문 내일신문 서울신문 한겨레신문(가나다 순) 등이 포함됐다. 이들 신문들은 국민의 알권리와 함께 정·경·언(政經言)유착에 방점을 찍었다. X파일의 내용공개에 대해서도 강력한 찬성 쪽이었다. 그 구체적인 보도내용 중 대립적 내용을 인용해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도청과 그 내용 공개 등을 합리화하는 국민의 알권리를 인정한다 해도 그것은 정당하게 입수된 공인의 정보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사람들의 호기심이나 관심이 곧 국민의 알권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독수독과 언론).
"도청 테이프에 담긴 불법 행위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은 불법도청의 실태를 밝히는 것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 진상을 철저히 파헤쳐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부정부패를 뿌리 뽑는 계기로 삼는게 마땅하다…“(알권리 언론).
이 마주 보고 달리는 신문들의 짝짓기는 참 그럴 듯하게 나뉘어져 있다. 또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다만 그 균형이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 대결국면에 이은 법원 판결에서 결국 X파일에 담겨 있는 사람들에게는 면죄부가 주어졌다. 반면 이를 처음 보도한 이상호 기자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2006년 11월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X파일 내용공개 찬성
최근 삼성 비자금 문제에 비롯된 사태가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에는 ‘이상호 기자의 X파일’이 아닌 ‘김용철 변호사의 Y파일’이라고 이름붙일 만하다. Y는 내부고발이라는 특징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X파일과 다르다. 그래선지 ‘독수독과 언론’은 삼성의 위기와 한국경제에 대한 충격을 확대하는 아젠다 셋팅에 초점을 맞추는 양상이다.
이쯤에서 독자들께 ‘독수독과 언론’에 대해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할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들이야말로 ‘알권리 언론’보다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자유를 더욱 강조해온 신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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