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군에도 이주여성 돕는 프로그램 활성화 희망
이득수(40)씨는 전라북도 고창군에서 농사를 지으며 산다. 그는 지난 2001년 4월 필리핀인 멀시투로노(32)씨를 아내로 맞았다.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교회를 통해 필리핀인 아내를 소개 받았고, 필리핀에 건너가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이후에도 그는 고향 고창을 떠나지 않고 농업을 계속하고 있다. 채소나 담배 등 밭농사도 하고 논농사도 한다. 연소득은 2000만원 정도라고 했다. 그와 아내는 늙으신 아버지를 모시고 산다.
◆아내 고향에 못 가서 미안 = 이씨는 아내가 고맙다. 그는 “힘든 생활이지만 묵묵히 살아주는 아내가 고맙고,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아내 멀시투로노씨는 낯선 한국 땅에 와서 말과 글도 스스로 배우고 농사일도 하면서 아이들도 키우고 있다. 다섯살 네살 난 아들 딸을 둔 이씨 부부는 다음달 중순 셋째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라고 했다.
이씨는 “아내가 아이들 교육을 주로 한다”며 “필리핀은 영어권이라 아이들에게 영어도 가르친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가 아이들 공부 가르치는 게 어려울 것 같았는데 가만 지켜보면 나보다 훨씬 잘 한다”며 “인생지사 새옹지라마더니, 농촌에서 결혼하기 어려워 어찌하다보니 국제결혼까지 하게 됐는데 좋은 아내를 얻었다”고 말했다.
아내 자랑에 한창이던 이씨는 요즘들어 부쩍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아내는 결혼한지 6년이 지났지만 아직 친정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그는 “요즘 방송에서 국제결혼을 한 가족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아내가 운다”며 “빠듯한 농사일을 하면서 필리핀에 다녀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미안하다”고 속마음을 보였다. 멀시투로노씨의 고향 민다나오(Mindanao)는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 차로는 이틀 걸리는 지역이다.
◆영광군까지 가서 한글과 컴퓨터 배우는 아내 = 이씨는 아내 멀시투로노씨의 열성에 탄복했다. 멀시투로노씨는 결혼 후 말이 통하지 않는 한국 생활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한국말과 글을 깨쳤다. 이씨는 “나도 영어를 조금 하게 됐지만 아내가 한국말을 빨리 배웠다”며 “가족 사이에 소통하는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요즘도 멀시투로노씨의 배움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멀시투로노씨는 전남 영광군에서 진행하는 한글 및 컴퓨터교실에 참여한다. 한국말도 더 잘하고 싶고 컴퓨터도 꼭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곳에 가면 같은 처지의 친구들도 만날 수 있어 위안도 얻을 수 있다.
이씨는 “고창에도 몇몇 사람이 모여 다문화가정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좀더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씨의 바람은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5년 고창군 농민회의 도움으로 고창군 여성결혼이민자를 위한 다문화가정지원센터 ‘온누리안 사랑터’를 만든 정영길(32)씨 등이 지역의 자원봉사자들과 의료인 등의 뜻을 모아 센터 활동을 확대 개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문화가정의 한국사회정착 지원 △지역사회가 다문화가정을 포용하는 분위기 만들기 △여성결혼이민자를 위한 한국문화·한국어 교실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지원프로그램 △여성결혼이민자와 자녀를 위한 무료진료사업 △한국인 배우자를 위한 ‘배우자 문화’ 바로 알기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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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득수(40)씨는 전라북도 고창군에서 농사를 지으며 산다. 그는 지난 2001년 4월 필리핀인 멀시투로노(32)씨를 아내로 맞았다.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교회를 통해 필리핀인 아내를 소개 받았고, 필리핀에 건너가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 이후에도 그는 고향 고창을 떠나지 않고 농업을 계속하고 있다. 채소나 담배 등 밭농사도 하고 논농사도 한다. 연소득은 2000만원 정도라고 했다. 그와 아내는 늙으신 아버지를 모시고 산다.
◆아내 고향에 못 가서 미안 = 이씨는 아내가 고맙다. 그는 “힘든 생활이지만 묵묵히 살아주는 아내가 고맙고,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아내 멀시투로노씨는 낯선 한국 땅에 와서 말과 글도 스스로 배우고 농사일도 하면서 아이들도 키우고 있다. 다섯살 네살 난 아들 딸을 둔 이씨 부부는 다음달 중순 셋째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라고 했다.
이씨는 “아내가 아이들 교육을 주로 한다”며 “필리핀은 영어권이라 아이들에게 영어도 가르친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가 아이들 공부 가르치는 게 어려울 것 같았는데 가만 지켜보면 나보다 훨씬 잘 한다”며 “인생지사 새옹지라마더니, 농촌에서 결혼하기 어려워 어찌하다보니 국제결혼까지 하게 됐는데 좋은 아내를 얻었다”고 말했다.
아내 자랑에 한창이던 이씨는 요즘들어 부쩍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아내는 결혼한지 6년이 지났지만 아직 친정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그는 “요즘 방송에서 국제결혼을 한 가족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아내가 운다”며 “빠듯한 농사일을 하면서 필리핀에 다녀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미안하다”고 속마음을 보였다. 멀시투로노씨의 고향 민다나오(Mindanao)는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 차로는 이틀 걸리는 지역이다.
◆영광군까지 가서 한글과 컴퓨터 배우는 아내 = 이씨는 아내 멀시투로노씨의 열성에 탄복했다. 멀시투로노씨는 결혼 후 말이 통하지 않는 한국 생활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한국말과 글을 깨쳤다. 이씨는 “나도 영어를 조금 하게 됐지만 아내가 한국말을 빨리 배웠다”며 “가족 사이에 소통하는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요즘도 멀시투로노씨의 배움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멀시투로노씨는 전남 영광군에서 진행하는 한글 및 컴퓨터교실에 참여한다. 한국말도 더 잘하고 싶고 컴퓨터도 꼭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곳에 가면 같은 처지의 친구들도 만날 수 있어 위안도 얻을 수 있다.
이씨는 “고창에도 몇몇 사람이 모여 다문화가정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좀더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씨의 바람은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5년 고창군 농민회의 도움으로 고창군 여성결혼이민자를 위한 다문화가정지원센터 ‘온누리안 사랑터’를 만든 정영길(32)씨 등이 지역의 자원봉사자들과 의료인 등의 뜻을 모아 센터 활동을 확대 개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문화가정의 한국사회정착 지원 △지역사회가 다문화가정을 포용하는 분위기 만들기 △여성결혼이민자를 위한 한국문화·한국어 교실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지원프로그램 △여성결혼이민자와 자녀를 위한 무료진료사업 △한국인 배우자를 위한 ‘배우자 문화’ 바로 알기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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