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차기 정부 종부세 완화 예정된 수순
부제: 정동영-이명박 세금 인하 ‘한 목소리’…참여정부와 차별화 노려
부제: 부동산 투기 막는 ‘보유세 강화’ 취지 바꾸기는 힘들듯
주요 대선 주자들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완화하겠다’고 공약하면서 차기 정부에서는 부동산 관련 세제의 개편이 예상되고 있다. 종부세는 노무현 대통령이 “헌법보다 더 바꾸기 어렵게 만들겠다”고 말한, 참여정부가 시행한 부동산 정책 중 가장 논란을 부르고 있는 제도다. 종부세는 ‘세금 폭탄’ 논쟁으로 번져 참여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 권영길 ‘강화’, 문국현 ‘유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최근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의 경우 종부세 세금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그 동안의 종부세유지 원칙을 바꿨다. 참여정부를 사실상 계승한 정후보마저 종부세 인하를 약속하면서 이 제도는 대폭 손질이 불가피한 운명이 됐다. 정 후보는 “종부세 도입의 원칙과 취지는 좋았으나 3년 사이 가파르게 올랐고 1가구 1주택 보유자들이 선의의 피해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도심 재개발과 용적률 완화 등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을 지향하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경우, 장기보유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및 양도소득세 감면을 일찌감치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무소속 이회창 후보도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노령층에 대해서는 종부세를 감면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선 후보 중에서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종부세 강화를 내세우고 있으며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종부세 유지를 공약했다. 특히 권영길 후보는 현행 0.5%인 종부세 실효세율(실제 집값 대비 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인 1%까지 올리고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까지 주장하고 있다.
물론 종부세 완화를 내놓은 정동영 후보와 이명박 후보, 이회창 후보 각각의 공약을 자세히 살펴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다. 정 후보는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라는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근간은 유지하되 1세대 1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세금부담을 경감시킨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양도세의 경우 1세대 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3년 보유 12%를 기준으로 매년 4%씩 인상, 20년을 보유하면 80%까지 확대되도록 하고 1세대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요건 중 2년 이상 거주요건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거래세와 관련 등록세를 폐지해 취득세로 통합하는 등 거래세 부담을 현재의 2% 수준에서 1% 수준으로 인하한다는 방향이다.
이명박 후보는 1주택 초과 소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와 재산세는 중과하되 1가구 1주택 보호를 위해 장기보유자들의 세금은 감면하겠다는 취지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장기보유할수록 누진적으로 인하하고, 등록세와 취득세는 통합하며 재산보유세 증가에 맞추어 세율을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인하 정도에 대해서는 뚜렷한 언급이 없다.
◆ 종부세 완화, 참여정부와 ‘차별화 효과’ 커=
종부세 완화 공약은 실제 혜택을 볼 수 있는 유권자들은 많지 않지만 참여정부의 ‘세금 폭탄’이라는 민심이반을 파고들어 차별화하는 ‘정치적 효과’가 더 크다. 정동영 후보도 “지난 5년간 민심이 차가워진 가장 큰 이유는 세금 문제”라고 말하며 종부세 완화로 돌아선 이유를 밝힌 것만 봐도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유력 대선 후보들의 종부세 양도세 인하 공약은 사실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최소한 공시지가 6억원 이상(시가 8억원)의 주택을 소유한 사람에게만 해당된다는 점에서 계층으로는 중산층 이상, 지역으로는 수도권을 겨냥한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전체 종부세 대상 가운데 법인 납세자를 제외하고 개인 주택분에 대해 세금을 내는 가구는 전국 1855만 가구이다. 이중 2.0%인 37만 9000 가구만 종부세를 낸다. 이들 가운데 1주택자 비율은 14만 7000명으로 38.7% 수준이다. 그러나 과표가 현실화 되고 집값이 상승할 경우 이 비율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종부세 1주택자 비율은 지난해 6만 8000명에서 올해 14만 7000명으로 7만 9000명이 늘었다.
신고 대상 인원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강남이 5만 5000명이고, 서초 4만 2000명, 성남 3만 4000명, 송파 3만 4000명. 용인 2만 명 순이다. 목동과 일산 신도시 등이 포함된 양천과 고양의 경우도 각각 1만 7000가구와 1만 5000가구로 종부세 납부인원의 절대 다수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종부세 대상자가 늘면서 정부가 걷어 들인 세금도 지난해 1조 7273억원에서 올해 2조 8560억원으로 1조 1287억원이 늘어났다.
◆ 재경부, 종부세 사수 나서=
재정경제부는 주요 대선 후보들의 완화 공약에 반발하고 나섰다. 재경부는 지난 3일부터 국정 홍보 사이트인 ‘국정브리핑’에 공동으로 “종합부동산세는 현행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내용의 ‘종부세,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기획 시리즈 연재를 시작했다.
재경부는 우리나라 보유세(종부세+재산세)는 시가 대비 실효세율이 0.5% 수준으로 미국 1.5%, 일본 1.0% 등으로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세금 폭탄’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체 국민 중에서 종부세 부담을 지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에 해당하는 종부세는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1주택이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과세 논리의 원칙 등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에 대상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일부 조세저항을 부르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또 올해 개인 주택분 종부세 대상 가구의 38.7%인 14만 7000가구가 1가구 1주택으로 사실상 투기세력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 현실적인 문제점과 이 제도로 부동산 거래가 끊기면서 시장 자체가 얼어붙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가 아무리 원칙과 타당성, 조세형평성 등을 이야기해도 ‘세금 걷어 가는데 좋아할 사람 없다’는 평범한 상식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주택공사 한 관계자는 “어차피 당선확률이 높은 주요 주자 모두 종부세 완화를 공약으로 내건 마당이어서 차기 정부에서 손질이 불가피하겠지만 현행 법 제도가 워낙 정교하게 짜여 있고 부동산 투기를 막자는 원칙적인 부분도 있어 제도의 근간을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찬수 기자 khae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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