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제는 다민족 사회로-21세기 신한국인 결혼이민자]한국·베트남가족모임 김해지부 남편들

“장모님 위해 베트남 말 배워요”

지역내일 2007-12-17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에서 매주 두시간 … 아내는 한글공부

16일 오전 11시. 김해시청에서 50m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3층 강의실에는 베트남 말을 배우기 위해 모인 중년 남성 10여명이 강사의 설명을 들으며 열심히 따라 하고 있었다.
이들은 강사가 “베트남 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면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공부해볼까요” 하고 묻자, 서로 배우자고 호응한다.
“안 모운 디 다우?”
“어디로 가시죠?”

◆남편들이 만든 강의 = 베트남어를 배우고 있는 이들은 김해지역에 살고 있는 한국·베트남가족모임 회원들이다. 베트남 아내를 둔 남편들은 지난 2002년 1월 인터넷에 까페를 열고 한국·베트남가족모임을 만들었다.
김해지역 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유종열(36)씨는 “남편들을 위한 베트남어 교실은 우리가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라며 “평소 아내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까 의논하다 지난해 김해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만들 때 남편들을 위한 베트남어 교실을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유씨는 “말을 배워야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며 “고부관계도 우리와 베트남은 다른데, 이런 것을 알아야 갈등을 줄이고 잘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두 시간동안 베트남어를 배우고 있다.
지난 2005년 1월 호티안뚜엣(25)씨와 결혼한 박준형(40. 사진)씨도 아내와 함께 센터에 나와 공부를 하고 있다.
박씨는 “베트남에 있는 장모님과 전화통화를 자주 하고 싶어 말을 배우고 있다”며 “간단한 인사나 안부 정도는 할 수 있는 성의를 보여 아내의 친정식구들에게 ‘우리 사위 다 됐구나’하는 인정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남편들이 3층에서 베트남어를 공부하고 있는 시각, 베트남 아내들은 2층에서 한국어 공부에 열심이었다. 박씨의 아내 호티안뚜엣씨도 한글공부에 열심이었다. 그는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했다. 호티안뚜엣씨는 “한국에서 살려고 열심히 배웠는데, 김해센터는 9월부터 다니고 있고 그 전에는 부산이주여성센터에서도 배웠다”고 말했다. 아내들이 공부하는 방에는 어린 아이들이 뛰어 놀기도 했는데, 강의실에는 시종 웃음이 넘쳤다.

◆‘수로왕의 비 허황옥’ 후예 자부심 = 도농복합도시인 김해에는 다문화가정이 많다. 김해시에 따르면 9월말 현재 중국계 313명, 베트남 250명, 필리핀 42명, 태국 30명 등 718명의 여성결혼이민자들이 살고 있다.
김해시는 이들 다문화가정이 겪는 어려움을 돕기 위해 지난해 5월 인제대학교와 함께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대표 이영호)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김기연 지원센터 팀장은 “우리는 ‘다문화이해’ 프로그램에 역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며 “단일민족으로서 정체성을 가진 내국인에게 우리가 다문화사회로 변하고 있는 것을 인식하게 하고, 편견과 선입견 없이 다문화가정을 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센터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다문화가정 자녀와 내국인 자녀 사이의 우정을 다지는 내용을 주제로 인형극을 만들어 공연하고 있는데, 김해지역 3개 초등학교에서 네 차례 공연해 모두 800여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지난 5월엔 밀양시에서 인형극을 요청해 밀양지역 10개 초등학교 학생 670여명을 대상으로 공연도 했다.
김 팀장은 “아이들은 피부색이나 얼굴 생김이 다른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보고 처음엔 ‘무섭다’, ‘징그럽다’고 했지만 인형극을 보고 난 후엔 ‘친구로 지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소감문을 써냈다”며 “아이들이 솔직히 드러내는 감정 속에서 우리 프로그램의 역할과 가능성에 대해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또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차별을 받으면 상처를 입게 되는데 이들이 성인이 돼 사회에 나갈 때는 치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센터는 여성결혼이민자들이 가진 재능을 활용해 이들을 원어민강사로 활용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또 가야의 시조 김수로왕과 결혼한 허황옥도 인도 아유타국에서 온 결혼이민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황옥대학’을 운영할 계획이다.
김해=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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