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스 동아태 보좌관 차기 한국대사로 내정
‘협상파’ 신뢰 불구, 역할 부풀려진 측면 많아
19~20일 국내 대다수 언론은 워싱턴 소식통을 인용, 차기 주한 미대사로 캐슬린 스티븐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지역 담당 정책 보좌관(사진)이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최초 여성 주한 미대사이고 수년간 한국에서 근무하는 등 인연을 맺었다는 점에서 뉴스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그녀의 성향과 역할에 대해서는 과장된 점이 적지 않다.
보도에 따르면 스티븐스 보좌관을 단독 추천한 인준안이 현재 미 상원에 올라가 있는 상태이며 내년 6월쯤 상원 인준을 통과하고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가가 내려지면 한국에 부임할 예정이다. 국내 언론들은 스티븐스 보좌관의 내정이 내년초 차관 승진설이 나돌고 있는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의 적극 추천으로 성사됐으며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힐 차관보처럼 대북 협상파에 속한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현재의 버시바우 주한미대사 역할을 보면 과연 스티븐스 보좌관이 부임해 온다고 해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판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지 여부는 미지수다.
버시바우 대사의 교체설은 올 여름부터 꾸준히 흘러나왔으며 그 배경으로는 ‘버시바우 대사가 힐 차관보나 라이스 장관과 달리 대북 강경파 시각을 포기하지 않고 있어 유기적인 업무협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 지적돼 왔다.
그렇지만 부시 행정부는 부임 2년이 넘도록 버시바우 대사를 교체하지 않았으며 3년 임기를 꼬박 채운 내년 중순 이후에나 교체하겠다는 점에서는 의문이 남는다. 정치적 임명(political appointee)이 전체 공관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대사인사의 특성상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것 자체가 시급을 요하는 인사가 아님을 증명해준다는 것.
또 스티븐스 보좌관은 올초 한국을 방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따른 한미연합사 성격을 논의하고 평화체제 수립방안에 대해 ‘2+2 형태로 하기로 합의했다’는 얘기까지 있었으나 정부 핵심 당국자는 “그렇게 깊숙한 얘기까지 오간 자리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더구나 힐 차관보의 평양 방문과 부시 대통령 친서 전달, 김정일 면담 여부 등 핵심 정보에서 주한 미대사는 배제돼 왔다. 이는 역설적으로 지한파로 분류되는 스티븐스 보좌관이 대사로 오더라도 대북접촉과 협상진전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한국 외교부와 통일부 등 관련라인을 접촉하고 의사소통하는 과정이 보다 원활할 것으로 기대해볼 수는 있다.
외교부 핵심 당국자는 주재국 인사라는 점에서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내년 11월이면 미국정권이 교체되는 상황에서 스티븐스 대사가 부임해 온다 해도 얼마나 오래 자리를 지속할 수 있을지조차 모른다”고 말했다.
결국 한 인물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과대평가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다. 한국계가 요직을 맡는다고 해서 ‘친한(親韓)’정책을 쓰는 게 아니듯이 협상파가 ‘협상정책’으로의 전환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이 전체 외교 시스템에서 한국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가 거시적 차원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미국은 2002년 효순·미선양 미군 장갑차 사고로 인한 반미감정 폭발과 대선을 지켜보면서 ‘한국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판단 아래 한국계 직원을 대거 국무부로 발탁했다. 성 김 한국과장, 유리 김 북한팀장 등 한국계를 실무 책임자로 앉히는 한편 한국 대사로 부임한 지 1년도 안된 크리스토퍼 힐을 전격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로 승진 발탁한 것도 이 때 이후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 근무하던 정보요원(CIA 요원)을 한국담당으로 대폭 충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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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파’ 신뢰 불구, 역할 부풀려진 측면 많아
19~20일 국내 대다수 언론은 워싱턴 소식통을 인용, 차기 주한 미대사로 캐슬린 스티븐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지역 담당 정책 보좌관(사진)이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최초 여성 주한 미대사이고 수년간 한국에서 근무하는 등 인연을 맺었다는 점에서 뉴스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그녀의 성향과 역할에 대해서는 과장된 점이 적지 않다.
보도에 따르면 스티븐스 보좌관을 단독 추천한 인준안이 현재 미 상원에 올라가 있는 상태이며 내년 6월쯤 상원 인준을 통과하고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가가 내려지면 한국에 부임할 예정이다. 국내 언론들은 스티븐스 보좌관의 내정이 내년초 차관 승진설이 나돌고 있는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의 적극 추천으로 성사됐으며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힐 차관보처럼 대북 협상파에 속한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현재의 버시바우 주한미대사 역할을 보면 과연 스티븐스 보좌관이 부임해 온다고 해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판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지 여부는 미지수다.
버시바우 대사의 교체설은 올 여름부터 꾸준히 흘러나왔으며 그 배경으로는 ‘버시바우 대사가 힐 차관보나 라이스 장관과 달리 대북 강경파 시각을 포기하지 않고 있어 유기적인 업무협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 지적돼 왔다.
그렇지만 부시 행정부는 부임 2년이 넘도록 버시바우 대사를 교체하지 않았으며 3년 임기를 꼬박 채운 내년 중순 이후에나 교체하겠다는 점에서는 의문이 남는다. 정치적 임명(political appointee)이 전체 공관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 대사인사의 특성상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것 자체가 시급을 요하는 인사가 아님을 증명해준다는 것.
또 스티븐스 보좌관은 올초 한국을 방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따른 한미연합사 성격을 논의하고 평화체제 수립방안에 대해 ‘2+2 형태로 하기로 합의했다’는 얘기까지 있었으나 정부 핵심 당국자는 “그렇게 깊숙한 얘기까지 오간 자리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더구나 힐 차관보의 평양 방문과 부시 대통령 친서 전달, 김정일 면담 여부 등 핵심 정보에서 주한 미대사는 배제돼 왔다. 이는 역설적으로 지한파로 분류되는 스티븐스 보좌관이 대사로 오더라도 대북접촉과 협상진전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한국 외교부와 통일부 등 관련라인을 접촉하고 의사소통하는 과정이 보다 원활할 것으로 기대해볼 수는 있다.
외교부 핵심 당국자는 주재국 인사라는 점에서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내년 11월이면 미국정권이 교체되는 상황에서 스티븐스 대사가 부임해 온다 해도 얼마나 오래 자리를 지속할 수 있을지조차 모른다”고 말했다.
결국 한 인물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과대평가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다. 한국계가 요직을 맡는다고 해서 ‘친한(親韓)’정책을 쓰는 게 아니듯이 협상파가 ‘협상정책’으로의 전환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이 전체 외교 시스템에서 한국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가 거시적 차원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미국은 2002년 효순·미선양 미군 장갑차 사고로 인한 반미감정 폭발과 대선을 지켜보면서 ‘한국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판단 아래 한국계 직원을 대거 국무부로 발탁했다. 성 김 한국과장, 유리 김 북한팀장 등 한국계를 실무 책임자로 앉히는 한편 한국 대사로 부임한 지 1년도 안된 크리스토퍼 힐을 전격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로 승진 발탁한 것도 이 때 이후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 근무하던 정보요원(CIA 요원)을 한국담당으로 대폭 충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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