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농에서 귀농으로, 농촌이 변하고 있다] ③ 주형로 홍성환경농업마을 대표

“교육이 죽인 농촌, 교육이 되살려야”

지역내일 2007-12-21
겨울이 깊어갈 때 봄의 씨앗이 자라듯, 과밀화된 도시가 삶의 질을 위협할 때 농촌으로 향하는 욕구가 성장했다. 그리고 선구자들이 이 욕구를 조직해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100년 계획 세워 환경농업마을 건설중 … 매년 2만명 배우러 와

국민이 부자가 되게 해주겠다는 이명박 당선자는 ‘돈 버는 농어업, 살맛나는 농어촌’을 만들어 국민 20%가 농어촌에 거주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역대 정부의 정책을 한편으로 계승하고 한편으로 더욱 강력히 실천하겠다는 의지도 밝히고 있다.
이 당선자의 농업·농촌 정책도 싹이 틀 곳에 집중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도움이 있기 전에 스스로 활로를 찾아 온 농촌지도자들이 보여준 성공사례는 정책의 귀중한 바탕이 될 수 있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서 주형로씨와 마을 주민들이 일구고 있는 지속가능한 농촌도 예외는 아니다.

◆대안학교가 배출한 준비된 일꾼 = 충남 홍성군 홍동면 문당리는 90여 가구 250여명이 사는 작은 농촌마을이다. 그러나 1년에 2만명이 넘는 손님들이 문당리를 찾아온다. 이들은 환경학교에서 강의를 듣거나 오리농업을 직접 하면서 농업과 농촌을 배우고 체험한다. 물론 돈과 시간을 대가로 지불한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농업과 농촌을 구매하게 한 사람은 주형로(49)씨다. 홍성환경농업마을 대표와 홍동면 문당권역개발추진위원장 등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 2000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과 녹색연합에 의뢰해 ‘21세기 문당리 발전 백년 계획’을 만들었다.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농촌 구현’을 목표로 한 계획은 총 202쪽 분량의 보고서로 외화됐다. 홍성환경마을 주민 96명도 연구진으로 참여했다. 마을의 성인 70%가 지혜를 보탠 것이다.
양병이 서울대 교수는 보고서 서문에 “어떤 국가든, 지역이든, 마을이든, 100년 이후를 목표로 해 몇 세대에 걸친 발전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계획수립의 정교성과 성공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서문에 밝혔다.
100년 계획은 밀레니엄 축제의 열기에 들떠 유행처럼 나온 게 아니다. 주 대표는 “1993년부터 시작한 새로운 농업방식(유기농업)의 결과 땅과 공동체적 생활방식이 조금씩 회복된 데 바탕을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리농법으로 대표되는 유기농법은 1977년 주 대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쓴 논문에서 이미 싹이 트고 있었다. 주 대표는 고교 2학년 때 20ha(600평)의 논에 벼를 재배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파인효소에 의한 벼 무농약 재배’라는 논문을 썼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김성훈 당시 농림부 장관은 홍성환경마을 100년 발전계획안을 정부 사업으로 채택해 지원했다.
문당리의 작은 실험은 이웃으로 확산되고 있다. 농림부는 지난 2004년 새롭게 시작한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권역에 화신리 금평리를 포함한 ‘문당권역’을 선정해 5개년동안 7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주 대표는 “준비된 곳에 주어진 종합선물”이라고 말했다.

◆문화와 정신교육으로 공동체 회복 = 주형로 대표를 키운 것은 마을에 있는 풀무학교다. 지금은 대표적인 대안학교로 알려져 있지만 이곳은 민족학교로 유명한 오산학교에 뿌리를 둔 작은학교다. 풀무학교는 홍순명(71)이라는 교육자가 일궜다.
주 대표는 “홍 선생님은 내가 농업에 관심이 많으니까 국내·외를 다니시면서 농업관련 자료를 구하면 모두 내게 주셨다”며 “오리농법도 일본에서 보고 내게 해보라고 권하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지난 30여년 환경농업에 매진하면서 일군 성과는 적지 않다. 스스로 논 2ha와 밭 0.6ha 그리고 소 50마리를 키우는 그는 온갖 마을일에 정열을 쏟으면서도 연간 6000만~7000만원의 순소득을 올리고 있다. 마을은 풀무생활협동조합을 만들어 800ha의 논에서 유기농재배를 하고 미곡종합처리장 두 곳과 전통생활체험관 환경농업역사관 풀무농업기술전문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이 수확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생협은 지난해 1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그는 유기농업으로 계약재배를 해 마을주민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하고, 문화와 정신교육을 함께 해 무너진 마을공동체를 회복하고 있다. 이창용 문당권역개발추진위원회 사무장은 “스위스에서 문당리와 관련된 논문을 쓰기 위해 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주형로 대표는 지속가능한 작은 마을, 작은 학교를 꿈꾼다. 대규모 농업경영체는 유기농법을 실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주 대표는 “외국은 교육에서 농업을 버리지 않았는데 우리는 버렸다”며 “여기서 해결하지 않으면 수박 겉핥기다”고 주장했다. 농업에 대한 바른 철학이 없으면 119조원이든 123조원이든 돈을 쏟아 넣을수록 농촌에는 시기와 질투만 생긴다고 강조했다.
홍성 =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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