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장 “동네일에 적극적” … 올 겨울 가족과 고향 방문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가 있는 강원도 평창군은 필리핀에서 온 리컵 엘리사(35)씨가 뿌리를 내리고 사는 제2의 고향이다.
엘리사는 지난 1999년 결혼을 위해 필리핀으로 찾아온 남편 김도겸(46)씨를 따라 2000년 2월 한국으로 왔다. 그해 3월 1일 결혼한 이후 엘리사는 이곳 평창에서 악착같이 살고 있다.
◆마을 일에 빠지지 않는 일꾼 = 엘리사가 살고 있는 평창군 대화면 대화4리는 논이 없다. 주로 약초와 고추 농사를 하며 지낸다. 엘리사와 김씨 부부도 당귀 등 약초를 재배하며 산다. 김씨는 일거리를 찾아 지방으로 건축일을 찾아 나서기도 하고, 엘리사는 농사를 배우며 함께 일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열심히 지내는 사이 어느덧 결혼한지 7년이 지났다. 얼마전엔 셋째 아이의 100일이 지났다.
엘리사는 마을 일에도 열심이다. 마을 이장 손준식(50)씨는 “다른 농촌들처럼 우리 마을에도 젊은이들이 거의 없는데 엘리사는 면민 체육대회든 어버이날 행사든 마을에 일이 있으면 언제나 참석해 일을 도운다”며 “우리 마을 부녀회장 후보로 내가 점찍어 뒀다”고 말했다.
머나먼 이국땅에 시집와서 열심히 생활하는 엘리사를 돕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다.
김춘자(52) 한국여성농업인중앙회 평창군 회장은 지난해 엘리사를 의붓딸로 맞이했다. 김 회장은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에서 가족맺기 사업을 하는데, 결혼하고 한 번도 친정이 있는 필리핀에 가지 못한 엘리사의 친정 엄마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화농협은 주1회 찾아가는 한글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한글교육 뿐 아니다. 한달에 두 번은 다문화교육을 통해 음식 등 생활에 필요한 실용 교육을 진행한다. 엘리사의 한글 선생 역할을 하고 있는 박은실(42)씨는 얼마전 엘리사가 셋째 아이를 낳았을 때 출산도우미 역할도 했다.
◆엘리사를 돕는 사람들 = 엘리사는 처음엔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달라 많은 게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며느리와 다를 바 없다. 김 회장은 “얼마 전엔 청국장을 만들었다며 먹어보라더라”며 “요즘 한국의 젊은이들도 청국장을 담가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기특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이들도 언어생활에 문제가 없다.
엘리사가 차기 부녀회장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마을에 잘 뿌리내리게 되기까지는 주변의 도움도 많았다. 농림부와 여성가족부에서 진행하는 결혼이민자 조기정착을 위한 도우미활동, 농협 등에서 추진하는 사업 등이 다양하다. 농협 관계자는 “평창군에서도 이민자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농협문화재단에서 진행한 ‘농촌여성결혼이민자 모국방문’ 지원 사업에 뽑힌 엘리사는 오는 12월에 가족과 함께 고향 필리핀에 다녀올 예정이다. 한국에 오면서 사진 한 장 가져오지 못해 내내 안타까웠지만 아이들에게 고향 구경을 시켜줄 수 있다는 생각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엘리사와 김씨 부부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큰 아이가 걱정이다. 요즘 대부분 아이들이 선행학습을 통해 한글은 물론 수리공부도 하고 입학하지만 이들 부부에게는 여의치 않은 일이다.
한글도우미 박씨는 “결혼이민자 가정의 자녀들이 학교에 입학하면서 이들이 겪는 학습장애가 심각한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며 “선행학습을 하지 못한 이들 가정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학습부진아로 놀림을 당하면서 상처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부는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농촌지역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의 하나로 결혼이민자 14명과 가족들에게 선진 농업과 한국문화를 배우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서울 코엑스 아쿠아리움과 친환경 채소만 재배하는 ‘다라물농원’ 등을 방문하는 이번 행사 기간에 참석하는 가족 중 절반 이상은 서울 방문이 처음이다.
평창=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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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가 있는 강원도 평창군은 필리핀에서 온 리컵 엘리사(35)씨가 뿌리를 내리고 사는 제2의 고향이다.
엘리사는 지난 1999년 결혼을 위해 필리핀으로 찾아온 남편 김도겸(46)씨를 따라 2000년 2월 한국으로 왔다. 그해 3월 1일 결혼한 이후 엘리사는 이곳 평창에서 악착같이 살고 있다.
◆마을 일에 빠지지 않는 일꾼 = 엘리사가 살고 있는 평창군 대화면 대화4리는 논이 없다. 주로 약초와 고추 농사를 하며 지낸다. 엘리사와 김씨 부부도 당귀 등 약초를 재배하며 산다. 김씨는 일거리를 찾아 지방으로 건축일을 찾아 나서기도 하고, 엘리사는 농사를 배우며 함께 일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열심히 지내는 사이 어느덧 결혼한지 7년이 지났다. 얼마전엔 셋째 아이의 100일이 지났다.
엘리사는 마을 일에도 열심이다. 마을 이장 손준식(50)씨는 “다른 농촌들처럼 우리 마을에도 젊은이들이 거의 없는데 엘리사는 면민 체육대회든 어버이날 행사든 마을에 일이 있으면 언제나 참석해 일을 도운다”며 “우리 마을 부녀회장 후보로 내가 점찍어 뒀다”고 말했다.
머나먼 이국땅에 시집와서 열심히 생활하는 엘리사를 돕는 사람들도 많이 생겼다.
김춘자(52) 한국여성농업인중앙회 평창군 회장은 지난해 엘리사를 의붓딸로 맞이했다. 김 회장은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에서 가족맺기 사업을 하는데, 결혼하고 한 번도 친정이 있는 필리핀에 가지 못한 엘리사의 친정 엄마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화농협은 주1회 찾아가는 한글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한글교육 뿐 아니다. 한달에 두 번은 다문화교육을 통해 음식 등 생활에 필요한 실용 교육을 진행한다. 엘리사의 한글 선생 역할을 하고 있는 박은실(42)씨는 얼마전 엘리사가 셋째 아이를 낳았을 때 출산도우미 역할도 했다.
◆엘리사를 돕는 사람들 = 엘리사는 처음엔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도 달라 많은 게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며느리와 다를 바 없다. 김 회장은 “얼마 전엔 청국장을 만들었다며 먹어보라더라”며 “요즘 한국의 젊은이들도 청국장을 담가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기특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이들도 언어생활에 문제가 없다.
엘리사가 차기 부녀회장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마을에 잘 뿌리내리게 되기까지는 주변의 도움도 많았다. 농림부와 여성가족부에서 진행하는 결혼이민자 조기정착을 위한 도우미활동, 농협 등에서 추진하는 사업 등이 다양하다. 농협 관계자는 “평창군에서도 이민자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농협문화재단에서 진행한 ‘농촌여성결혼이민자 모국방문’ 지원 사업에 뽑힌 엘리사는 오는 12월에 가족과 함께 고향 필리핀에 다녀올 예정이다. 한국에 오면서 사진 한 장 가져오지 못해 내내 안타까웠지만 아이들에게 고향 구경을 시켜줄 수 있다는 생각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엘리사와 김씨 부부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큰 아이가 걱정이다. 요즘 대부분 아이들이 선행학습을 통해 한글은 물론 수리공부도 하고 입학하지만 이들 부부에게는 여의치 않은 일이다.
한글도우미 박씨는 “결혼이민자 가정의 자녀들이 학교에 입학하면서 이들이 겪는 학습장애가 심각한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며 “선행학습을 하지 못한 이들 가정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학습부진아로 놀림을 당하면서 상처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부는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농촌지역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의 하나로 결혼이민자 14명과 가족들에게 선진 농업과 한국문화를 배우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서울 코엑스 아쿠아리움과 친환경 채소만 재배하는 ‘다라물농원’ 등을 방문하는 이번 행사 기간에 참석하는 가족 중 절반 이상은 서울 방문이 처음이다.
평창=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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