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복수국적 허용,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역내일 2007-11-20
복수국적 허용,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임지봉 (서강대 교수·헌법학)

얼마 전, 정부가 병역의무를 마친 한국인과 우수 외국 전문가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복수국적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동안 많은 논란이 되어왔던 복수국적의 허용이 정부에 의해 제한적 허용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듯하다. 선천적 국적취득에는 부모의 국적에 의해 자녀의 국적이 정해지는 속인주의와 부모의 국적에 관계없이 출생지에 따라 자녀의 국적이 결정되는 속지주의가 있다. ‘이중국적’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복수국적’은 우리나라와 같이 선천적 국적취득에 있어 속인주의를 취하는 국가의 국민이 미국처럼 속지주의를 취하는 국가에서 자녀를 출산한 경우 발생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선천적 복수국적 취득 이외에 후천적으로 두 개 이상의 국적을 취득하여 복수국적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 국민이 외국에 귀화하거나 외국인과 결혼해 외국국적을 취득하게 되는 경우 등이 그 예이다. 그런데 이러한 복수국적은 일정 연령 이상에서 우리 국적법에 의해 금지돼 있다. 국적법 제12조는 출생 후 만20세 이전에 우리 국적과 외국국적을 함께 가지게 된 자는 만 22세 전까지, 만20세 이후에 복수국적자가 된 자는 그 때부터 2년 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게끔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

얌체족의 의무회피수단
복수국적 금지의 가장 설득력 있는 근거는 일부 얌체족들에 의해 병역의무 등 각종 국민적 의무 회피 수단으로 복수국적이 악용될 수 있다는 데 있었다. 즉 성급한 복수국적의 허용은 병역의무 등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헌법적 의무는 외국국적 보유를 이유로 회피하면서 권리의 주장에서는 우리 국적 보유를 이유로 이를 향유하겠다는 얌체집단을 만들어낼 수 있어 문제였다. 복수국적자들이 많은 경우 외국여행이 가능한 사회부유층이라는 점에서 계층간 위화감 조성의 우려도 높았다. 몇 년전 한국인 원정출산자수가 한 해에 약 5천명에 이른다는 LA타임즈의 보도가 나오면서 일명 ‘원정출산’이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했다.
그런데 2005년에 병역의무 회피의 측면에서 이러한 복수국적 악용의 여지를 대폭 줄인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세인들의 폭발적 관심을 끈 일명 ‘홍준표 의원 법안’이 그것이다. 이 개정안에 의해 신설된 국적법 제12조 제3항은 직계존속이 외국에서 영주할 목적없이 체류한 상태에서 출생한 자는 병역의무를 이행하거나 면제받은 경우에 한해 국적이탈신고를 할 수 있게 하였다. 즉, 부모의 외국 단기체류 중 출생해 복수국적자가 된 자녀는 병역의무를 해결한 후에야 미국국적 등 외국국적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방의 의무와 납세의무가 실질적으로 중요한 국민의 2대 의무라 보았을 때 납세의무 회피를 위해 복수국적을 악용할 여지는 애초에 별로 없었다. 소득세가 납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봤을 때 소득세는 국적에 상관없이 소득발생지에서 부과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적어도 국민적 의무 회피 방지라는 복수국적 불허용의 근거는 많이 약화되었고 복수국적의 점진적 허용 쪽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가 어느 정도는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국적의 문제는 민족 정체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가벼이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세계인구 100명 중 한 명이 출생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살고 있다는 세계화·개방화의 시대에 이제 좀 더 유연한 정책적 전환을 모색할 필요는 없는 것일까.

국민정서에 배치되지 않아야
국적의 문제는 국민정서의 문제이기도 하다. 국민정서를 잘 감안해 복수국적의 적절한 허용 시기와 범위를 정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수 외국 전문가, 병역의무를 마친 한국인, 외국국적 동포 등으로 경우를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일단 국민정서상 거부감이 적은 우수 외국 전문가나 병역의무를 마친 한국인 등 제한된 범위에서 복수국적을 허용하고 진행과정에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점들을 제도적으로 보완해 가면서 점진적·단계적으로 복수국적의 허용범위를 서서히 확대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이 복수국적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정서에 배치되지 않으면서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