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화되는 양당구조의 붕괴
임삼진(한양대 연구교수. 교통공학)
2년전쯤의 일이다. 오랜 친구인 중앙일보 전영기 기자와 정국 전망을 나눈 적이 있다. 당시 정치부 차장이던 그는 지금은 정치부장이 되었다. 강준만 교수가 ‘괜찮은 기자’라고 높게 평가한 몇 명 안 되는 기자 중의 하나인 그의 감각과 통찰력은 나를 놀라게 할 때가 많다. 그런데 그날은 내가 한 가지 예측으로 그를 놀라게 했다.
나는 당시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행태를 보면서 이런 심한 예측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잘한 업적도 있고, 과오도 있겠지만 임기를 마칠 때쯤 그의 가장 큰 과오는 한국 정치사상 최초로 양당구도를 붕괴시키는 일일 것이다. 5공시절에도 형식적으로나마 유지되던 양당체제가 붕괴되는 초유의 사태가 나타날 것이다. 그보다도 더 우려스러운 것은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단일정당 체제가 굳혀지고 호남에서만 군소정당 후보들이 당선되는 미증유의 정치상황이 도래하는 것이다.”
전영기 기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표정으로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야 되겠니, 설마….” 하며 말을 잇지 않았다. 꼭 그 예상이 틀렸다고 판단하기보다는 아무래도 우리의 정치가 거기까지 가서야 되겠느냐는 그런 의미로 느껴졌다.
원하든 원하지 아니하든 이런 상황은 이미 엄연한 현실로 다가왔다. 호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범여권은 현저한 격차로 지지율 3위를 달리고 있다. 이회창 후보를 대통령 선거판에 불러들인 것은 엄밀하게 따지면 양당구도를 붕괴시킨 범여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당구도의 붕괴가 명백한 상황에서 나름의 지지기반과 권력을 갖고자 하자들의 이합집산의 산물인 것이다.
굳이 그 이름들을 거론하지 않아도 될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펼쳐진 일련의 소신 인사, 거친 언어와 품격 없는 행동들, 행복도시로 상징되는 밀어붙이기 정책, 대통령과 더불어 권력을 구성한 권력 핵심 인사들의 확신에 찬 강한 어법은 대통령과 그들이 속한 정치집단을 지지하던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들과 부동층을 상당히 확고한 한나라당 지지로 변화시켰다. 이것은 상투어가 되어버린 ‘한나라당이 잘 해서라기보다는 여당의 실정에 대한 민심 이반의 결과’인 것이다.
며칠 전 어느 저녁 식사 자리에서 자영업을 하는 평범한 한 분이 범여권의 낮은 지지율과 관련하여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공포영화의 제목처럼 우리 국민들은 지난 5년간 너희들이 한 일을 다 알고 있는데, 정작 그 사람들은 아직도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여당 분들이 되새겨야 할 두려운 말이다.
김근태 의원의 ‘국민 노망’ 발언은 최근에 나온 몇몇 칼럼을 인용한다면 ‘아직도 정신 못 차렸음’을 보여주는 예다. 여당의 대통령 후보나 김근태 의원의 인터뷰를 곰곰이 분석해서 들어보면 여당 후보를 뽑아야만 위대한 국민이고 상대당 후보에 투표하면 어리석은 국민인 것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나를 찍으면 위대하고, 남을 찍으면 노망이라는 발상법은 근본적인 오류다. 또한 낮은 지지율의 원인을 자신들에게서가 아니라 국민들 속에서 찾는다면 대통령선거 이후에 더 심하게 지리멸렬의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다. 범여권의 정치 전략가들은 어설픈 선거전술 차원의 고민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양당구도 붕괴라는 엄청난 현실을 어떻게 보고 대처해나갈 것인가를 전략적 차원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그들이 야당, 그것도 거대여당에서 갑자기 군소여당이 되는 정치적 패닉 상황도 일어날 수 있음을 직시하고 대안을 모색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내 주문이 아니라 지지율을 통해 표현하는 국민들의 요구인 것이다.
야당은 승리예감에 도취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 범여권보다 더 겸손하게 깊은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당의 운영이나 체질을 보다 합리적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과 함께 국회의 바람직한 운영방안, 시민의 적절한 감시와 견제장치를 갖추기 위한 준비도 해야 할 것이다. 높은 지지율이 아니라 합리적인 정책과 정치로 국민을 감동시킬 준비를 하라는 얘기다.
캐나다 장 크레티앙 총리의 말대로 “성공적인 정치인은 대중의 분위기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대중을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는 기술을 지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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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삼진(한양대 연구교수. 교통공학)
2년전쯤의 일이다. 오랜 친구인 중앙일보 전영기 기자와 정국 전망을 나눈 적이 있다. 당시 정치부 차장이던 그는 지금은 정치부장이 되었다. 강준만 교수가 ‘괜찮은 기자’라고 높게 평가한 몇 명 안 되는 기자 중의 하나인 그의 감각과 통찰력은 나를 놀라게 할 때가 많다. 그런데 그날은 내가 한 가지 예측으로 그를 놀라게 했다.
나는 당시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행태를 보면서 이런 심한 예측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잘한 업적도 있고, 과오도 있겠지만 임기를 마칠 때쯤 그의 가장 큰 과오는 한국 정치사상 최초로 양당구도를 붕괴시키는 일일 것이다. 5공시절에도 형식적으로나마 유지되던 양당체제가 붕괴되는 초유의 사태가 나타날 것이다. 그보다도 더 우려스러운 것은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단일정당 체제가 굳혀지고 호남에서만 군소정당 후보들이 당선되는 미증유의 정치상황이 도래하는 것이다.”
전영기 기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표정으로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야 되겠니, 설마….” 하며 말을 잇지 않았다. 꼭 그 예상이 틀렸다고 판단하기보다는 아무래도 우리의 정치가 거기까지 가서야 되겠느냐는 그런 의미로 느껴졌다.
원하든 원하지 아니하든 이런 상황은 이미 엄연한 현실로 다가왔다. 호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범여권은 현저한 격차로 지지율 3위를 달리고 있다. 이회창 후보를 대통령 선거판에 불러들인 것은 엄밀하게 따지면 양당구도를 붕괴시킨 범여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당구도의 붕괴가 명백한 상황에서 나름의 지지기반과 권력을 갖고자 하자들의 이합집산의 산물인 것이다.
굳이 그 이름들을 거론하지 않아도 될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펼쳐진 일련의 소신 인사, 거친 언어와 품격 없는 행동들, 행복도시로 상징되는 밀어붙이기 정책, 대통령과 더불어 권력을 구성한 권력 핵심 인사들의 확신에 찬 강한 어법은 대통령과 그들이 속한 정치집단을 지지하던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들과 부동층을 상당히 확고한 한나라당 지지로 변화시켰다. 이것은 상투어가 되어버린 ‘한나라당이 잘 해서라기보다는 여당의 실정에 대한 민심 이반의 결과’인 것이다.
며칠 전 어느 저녁 식사 자리에서 자영업을 하는 평범한 한 분이 범여권의 낮은 지지율과 관련하여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공포영화의 제목처럼 우리 국민들은 지난 5년간 너희들이 한 일을 다 알고 있는데, 정작 그 사람들은 아직도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여당 분들이 되새겨야 할 두려운 말이다.
김근태 의원의 ‘국민 노망’ 발언은 최근에 나온 몇몇 칼럼을 인용한다면 ‘아직도 정신 못 차렸음’을 보여주는 예다. 여당의 대통령 후보나 김근태 의원의 인터뷰를 곰곰이 분석해서 들어보면 여당 후보를 뽑아야만 위대한 국민이고 상대당 후보에 투표하면 어리석은 국민인 것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나를 찍으면 위대하고, 남을 찍으면 노망이라는 발상법은 근본적인 오류다. 또한 낮은 지지율의 원인을 자신들에게서가 아니라 국민들 속에서 찾는다면 대통령선거 이후에 더 심하게 지리멸렬의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다. 범여권의 정치 전략가들은 어설픈 선거전술 차원의 고민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양당구도 붕괴라는 엄청난 현실을 어떻게 보고 대처해나갈 것인가를 전략적 차원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그들이 야당, 그것도 거대여당에서 갑자기 군소여당이 되는 정치적 패닉 상황도 일어날 수 있음을 직시하고 대안을 모색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내 주문이 아니라 지지율을 통해 표현하는 국민들의 요구인 것이다.
야당은 승리예감에 도취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 범여권보다 더 겸손하게 깊은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당의 운영이나 체질을 보다 합리적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과 함께 국회의 바람직한 운영방안, 시민의 적절한 감시와 견제장치를 갖추기 위한 준비도 해야 할 것이다. 높은 지지율이 아니라 합리적인 정책과 정치로 국민을 감동시킬 준비를 하라는 얘기다.
캐나다 장 크레티앙 총리의 말대로 “성공적인 정치인은 대중의 분위기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대중을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는 기술을 지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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