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블랙홀
미국 대통령은 4년에 한번 심판을 받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혹독한 심판을 받는다는 글을 미국 신문에서 본적이 있다. 유권자가 평가하기 전에 바로 월가의 다우존스지수가 그 심판을 내린다는 얘기이다.
검찰의 김경준 전 BBK대표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전 국민의 이목을 모았던 이 명박 후보의 주가조작 및 BBK 실소유주 의혹 등에 대해 ‘무혐의’처분을 내렸다. 수사발표 직후 인터넷에 흥미로운 기사가 뜬 것을 보았다. 이 명박 후보 관련주식 값이 상한가를 쳤고, 이 회창 후보 관련 주가는 폭락했다고 한다. 과연 증시 같은 반응이다.
이명박 후보를 제외한 주요 후보들이 이 같은 검찰의 수사발표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몇 가지 의문점은 남아 있으나 이제 ‘한방’의 위력은 사라졌고 정치적 공세로 밖에 영향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발표 대로라면 국민이 올 한해를 온통 허상에서 놀아났다는 얘기가 된다. “베이징에서 한 마리 나방의 날갯짓이 며칠 후 뉴욕에서 폭풍우로 변할 수 있다”는 ‘나비효과’가 있다. 8년전 이 명박 후보, LA의 변호사 에리카 김, 그리고 그의 남동생 김경준 등 세 사람의 만남이 오늘날 이렇게 황당한 대선정국의 소용돌이 발단이 된 셈이다.
BBK 의혹은 올해 대선 과정을 지배한 이슈였다. BBK가 대선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올해 초 전초전이 시작된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였다. 선두주자인 이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박근혜 의원 측의 재산형성과정을 둘러싼 이 후보의 도덕성 문제를 제기했고 그 중심 논쟁으로 BBK문제를 꺼내들었다. 8월 후보경선을 앞두고 BBK진위 공방은 한나라당을 분열위기로까지 몰아갔으나, 박의원의 경선결과 승복으로 당내 논쟁은 일단락됐다. 그러다가 김경준 송환이 이뤄지면서 BBK는 본선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BBK는 마치 블랙홀과 같았다. 다양한 후보자질 검증과 정책검증의 기회를 모두 암흑 속으로 빨아드리며 무력화 시켰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본선에 이르기까지 선거 캠페인은 정책대결은 온 데 간 데 없이 BBK논쟁속에 휘말려 들었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선에서 이성적인 후보자질 검증과 정책대결이 제대로 되어 이뤄져 본 적은 드무나 올해처럼 이렇게 매몰된 경우도 없다.
BBK 의혹 규명도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이 걸려있는 문제인 만큼 후보검증의 차원에서 철저히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지만, 대통령후보에 대한 검증은 종합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은 많은 부분에서 판단의 정보를 놓치고 있다.
아직도 선거일까지는 13일이 남아 있다. 남은 기간 동안 유권자는 후보의 정치철학과 자질과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 공약의 실현가능성 여부도 따져야 한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바로는 아직도 찍을 후보를 정하지 않는 부동층이 많다. 더구나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대부분 15~25%밖에 안 된다. 이를 토대로 지지율을 산출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 판단에 혼란을 겪고 있는 유권자들이 이외로 많을 수 있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경제문제’ 해결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안보문제는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물러났다. 양극화, 실업문제, 사교육비문제 등 우리 가정을 조여 오는 현실문제가 모두 경제문제로 종합되어 서민의 삶을 압박하고 있다. 이는 곧 오늘보다 내일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잃어가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음을 뜻한다. 이것은 참여정부가 상당부분 책임을 통감해야 할 부분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지만, 사람들은 현재의 문제를 현 정권의 탓으로 돌린다. 그래서 경제가 좋지 않을 때는 야당의 정권교체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마련이다. 정책에 실패한 집권당이 선거에서 정책을 내놓으며 표를 달라는 것은 정말 어색한 일이다. 그래서 더욱 네거티브 전략에 의존하려 한다.
이번 대선에서 대선후보들의 경제문제해결 능력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을 풀어가려면 후보자의 도덕성도 중요하다. 도덕성은 대통령의 권력행사에서 중요한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정치지도자는 어느 종목 하나만 잘 하는 올림픽선수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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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은 4년에 한번 심판을 받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혹독한 심판을 받는다는 글을 미국 신문에서 본적이 있다. 유권자가 평가하기 전에 바로 월가의 다우존스지수가 그 심판을 내린다는 얘기이다.
검찰의 김경준 전 BBK대표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전 국민의 이목을 모았던 이 명박 후보의 주가조작 및 BBK 실소유주 의혹 등에 대해 ‘무혐의’처분을 내렸다. 수사발표 직후 인터넷에 흥미로운 기사가 뜬 것을 보았다. 이 명박 후보 관련주식 값이 상한가를 쳤고, 이 회창 후보 관련 주가는 폭락했다고 한다. 과연 증시 같은 반응이다.
이명박 후보를 제외한 주요 후보들이 이 같은 검찰의 수사발표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몇 가지 의문점은 남아 있으나 이제 ‘한방’의 위력은 사라졌고 정치적 공세로 밖에 영향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발표 대로라면 국민이 올 한해를 온통 허상에서 놀아났다는 얘기가 된다. “베이징에서 한 마리 나방의 날갯짓이 며칠 후 뉴욕에서 폭풍우로 변할 수 있다”는 ‘나비효과’가 있다. 8년전 이 명박 후보, LA의 변호사 에리카 김, 그리고 그의 남동생 김경준 등 세 사람의 만남이 오늘날 이렇게 황당한 대선정국의 소용돌이 발단이 된 셈이다.
BBK 의혹은 올해 대선 과정을 지배한 이슈였다. BBK가 대선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올해 초 전초전이 시작된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였다. 선두주자인 이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박근혜 의원 측의 재산형성과정을 둘러싼 이 후보의 도덕성 문제를 제기했고 그 중심 논쟁으로 BBK문제를 꺼내들었다. 8월 후보경선을 앞두고 BBK진위 공방은 한나라당을 분열위기로까지 몰아갔으나, 박의원의 경선결과 승복으로 당내 논쟁은 일단락됐다. 그러다가 김경준 송환이 이뤄지면서 BBK는 본선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BBK는 마치 블랙홀과 같았다. 다양한 후보자질 검증과 정책검증의 기회를 모두 암흑 속으로 빨아드리며 무력화 시켰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본선에 이르기까지 선거 캠페인은 정책대결은 온 데 간 데 없이 BBK논쟁속에 휘말려 들었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선에서 이성적인 후보자질 검증과 정책대결이 제대로 되어 이뤄져 본 적은 드무나 올해처럼 이렇게 매몰된 경우도 없다.
BBK 의혹 규명도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이 걸려있는 문제인 만큼 후보검증의 차원에서 철저히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지만, 대통령후보에 대한 검증은 종합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유권자들은 많은 부분에서 판단의 정보를 놓치고 있다.
아직도 선거일까지는 13일이 남아 있다. 남은 기간 동안 유권자는 후보의 정치철학과 자질과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 공약의 실현가능성 여부도 따져야 한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바로는 아직도 찍을 후보를 정하지 않는 부동층이 많다. 더구나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대부분 15~25%밖에 안 된다. 이를 토대로 지지율을 산출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 판단에 혼란을 겪고 있는 유권자들이 이외로 많을 수 있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경제문제’ 해결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안보문제는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물러났다. 양극화, 실업문제, 사교육비문제 등 우리 가정을 조여 오는 현실문제가 모두 경제문제로 종합되어 서민의 삶을 압박하고 있다. 이는 곧 오늘보다 내일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잃어가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음을 뜻한다. 이것은 참여정부가 상당부분 책임을 통감해야 할 부분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지만, 사람들은 현재의 문제를 현 정권의 탓으로 돌린다. 그래서 경제가 좋지 않을 때는 야당의 정권교체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마련이다. 정책에 실패한 집권당이 선거에서 정책을 내놓으며 표를 달라는 것은 정말 어색한 일이다. 그래서 더욱 네거티브 전략에 의존하려 한다.
이번 대선에서 대선후보들의 경제문제해결 능력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우리 사회의 갈등을 풀어가려면 후보자의 도덕성도 중요하다. 도덕성은 대통령의 권력행사에서 중요한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정치지도자는 어느 종목 하나만 잘 하는 올림픽선수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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