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103신문로칼럼(이정희)

지역내일 2008-01-03 (수정 2008-01-03 오전 6:54:17)
다시 ‘경세제민’을 생각한다.

이정희

2007년 대선은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렸다. 대선 결과의 배경으로 다수 언론들이 경제, 정확히는 경제성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들었다. 심화되는 양극화, 상시적 실업,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 사교육비 고통 등으로 국민들의 삶에 대한 피곤함과 불안감이 극에 달하였고, 민생경제의 어려움에 대한 사려 깊은 고민과 합리적 대안의 실천을 등한시한 현 정부에 탄핵성 심판을 내렸다는 것이 분석 요지이다.
공감이 가는 분석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대선 결과와 같은 중대한 정치사회적 사안의 의미를 살피는 데 있어 편협한 틀에 메여 있고, 그런 틀에 근거한 결론이 의도와는 무관하게 상징 조작의 결과를 낳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간단히 말해 현 경제 상황이 난국이고 민초들의 생활이 크게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이의 해결방안이 오로지 성장 지향적 경제 정책, 구체적으로 노동유연성의 제고, 기업의 조세부담 감소, 기업들의 투자 확대, 여타의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 완화 등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설령 가능하더라도 그것이 지속 가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필자는 본고를 통하여 정치의 요체가 경세제민이요, 경제는 이의 약칭으로 국민들의 삶의 안정이 관건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국민의 지지를 구하는 세력은 경제에 대한 관심과 식견, 이를 합리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의 선택 및 실행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이 때의 ‘경제’는 흔히 이야기하는 의미의 경제, 즉 경기가 좋고, 돈이 잘 돌고, 경제성장률이 목표 수준을 초과 달성하는 등 협의의 경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지속 가능한 성장 체제의 구축과 이의 합리적 관리 문제, 성장의 과실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합리적으로 분배되어 사회적 신뢰와 안정을 이룰 수 있는 방안, 한미FTA 등 양자적 통상 체제와 함께 중국, 러시아 등 급부상하고 있는 세계 경제의 새로운 축들과 유효한 협력자적 관계를 구축하여 신시장을 개척하고 필요 자원을 효율적으로 확보하는 문제, 북핵 문제의 합리적 해소를 통한 남북경협의 진전과 통일 경제의 비전을 만드는 문제 등이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 운영 과정에서 순차적 또는 동시적으로 검토, 추진되어야 할 과제들이다. 이러한 과업은 협의의 경제뿐 아니라 외교, 안보, 노동 및 교육 등 제반 사회 영역을 포괄하는 것으로 이에 관한 사회적 신뢰와 합의의 구축이 중장기적 경제 발전의 요체가 될 것이다.
대선을 통하여 국민들이 말하고자 했던 바도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세계적 흐름에 관한 주도 면밀한 관찰과 분석 위에서 시기별로 전략적 정책 요소들의 우선 순위를 판단하고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의거하여 이를 합리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지속적인 경(세)제(민)의 발전을 이루어내는 것이 진정 민의에 답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일각의 경제만이 문제요, 경제 문제만 해결되면 된다는 식의 경제 제일주의적 접근은 적절치 않다. 불가에 不二, 非一 이라는 말이 있다. 둘이 아니며 또한 하나도 아니라는 말이다. 모순된 듯 하지만 인간 사회의 운영 원리를 사려 깊게 표현한 말이다. 사회 영역을 인위적으로 쪼개 나가는 분석적 논리의 허점과 불합리성을 비판하는 동시에 대충 보아서는 사안을 정확히 이해하고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을 아울러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금번 경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협의의 경제 개념을 넘어 경세제민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경제제일주의적 가치를 넘어서 노동과 복지, 교육 및 환경과 평화 등 경세제민에 필수적인 사회적 가치에 대한 합리적 수준의 정치사회적 투자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보고 싶다. 한 사회의 성취와 국민의 성공은 단기적으로 완성될 수 없는 것이며 긴 역사의 도정에서 이루어져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순진한 생각이라고 탓하실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일차원적 분석 논리에 의거한 경제 위주의 사고를 극복하고 종합적이고 인문학적인 안목을 갖자는 뜻에서 하는 말이니 지나친 타박은 말아 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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