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찍을까요?
검찰이 ‘이명박 무혐의’ BBK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던 그저께 저녁, 광화문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정치검찰 규탄대회’가 열렸다. 정동영 후보의 격렬한 연설이 고성능 스피커를 통해 광화문 일대에 울려 퍼졌고, 일부 청중들은 촛불을 들고 있었다. 5년 전 ‘미선·효선 추모’ 촛불집회를 연상시켰다. 갑자기 대선 국면이 ‘이명박 대 반이명박’으로 전환되는 듯하다. 자칫 막판 대선 국면이 아스팔트 투쟁의 장외 선거판으로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연말 이런 저런 자리에 가면, 도대체 누굴 찍어야 하나, 찍을 사람이 없다는 한탄 섞인 말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일반적으로 선거일에 다가갈수록 부동층의 숫자가 줄어드는 법인데, 요즘은 오히려 늘어나거나 거의 변화가 없다고 한다.
유력한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보아도 장점보다는 단점만 각인된 게 사실이다. 이명박 후보는 BBK사건 이외에도 자녀 위장취업 등 뭔가 도덕성에 구멍이 있어 보이고, 무소속 이회창 후보 역시 두 번 실패한 사람이 무슨 염치로 또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동영 후보도 노무현 정권과 어떻게 차별화된다는 것인지, 여당 대표였던 그의 변신 논리가 뭔지 알 수가 없다. 여론조사 결과 1,2,3위의 후보가 이러니 유권자들도 답답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방법을 쓰면 어떨까. 경영학에서 말하는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한 단계를 원용하는 것이다. 우선 유권자들 각자가 선호하는 정책 노선의 척도를 만들어 보자. 예를 들어 10cm의 자를 사용하여 5개의 선을 긋고, 각 선에 10개의 눈금을 표시하여 10분 척도를 만든다. 0을 가장 진보적인 혹은 좌파가 지향하는 정책, 10을 가장 보수적인 또는 우파가 추구하는 정책의 지표로 정한다.
각자가 향후 5년간 우리나라가 추진해야할 우선 과제를 5개 정도 정한다. 이를테면 ①경제 ②복지 ③교육 ④남북관계 ⑤환경을 선정한다고 하자. 첫 번째, 경제 척도에서는 큰 정부의 역할과 분배정책을 강조는 것이 좋다고 보면 0쪽으로 다가가고, 시장을 중시하고 성장을 강조한다면 10쪽으로 옮겨간다. 두 번째, 복지는 사회안전망 구축, 노령연금, 저소득층 지원 등 분야에 국가 예산을 현재보다 더 많이 늘려야 한다면 0쪽으로, 그 반대면 10쪽으로 간다. 세 번째, 교육 분야에선 고교평준화처럼 평등 지향과 그 반대로 대학의 신입생 선발권 확대 등 경쟁 요소의 중시를 각각 좌우로 나누고, 네 번째 남북관계는 지난 10월 노무현-김정일 남북정상회담의 합의 사항을 준수하고 남북교류를 확대하는 방향과 이를 전면 재조정하거나 남북 상호주의 원칙을 고수하는 입장으로 구분한다. 마지막으로 환경문제에 관해서는 국토 개발보다 생태 보존을 중시한다면 0쪽으로, 그 반대면 10쪽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하여 각자의 생각을 5개 척도에 눈금을 매기고, 각 눈금의 지표 숫자를 합산해 5로 나누면 자신이 추구하는 정책 노선의 지표가 산출된다. 다음은 12명의 대선 후보가운데 자신이 대통령 감으로 고려해볼 만한 4~5명 정도를 골라 이들이 그 동안 공표한 공약이나 정책 노선과 평소 언행들을 참고하여 10분 척도에다 그들의 지표를 매긴다. 그런 후에 자신이 산출한 값과 가장 근접한 후보에게 투표를 하면 된다.
각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위의 척도에다 부동산 정책, 세금정책, 일자리 창출, 인권문제 등을 더 설정해도 좋고, 다른 것과 대체해도 관계없다고 본다. 이렇게 하면 두 가지의 장점이 있다. 하나는 후보들의 개인적 자질은 일단 접어두고, 정책 색깔이나 이념적 성향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므로 인물 됨됨이에 매달려 고민할 필요가 없다. 다른 하나는 우리의 정치문화를 특정 인물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을 지양하고 정책 대결, 정당 대결의 선거문화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중앙일보가 당시 대선예상주자 11명의 정책 이념의 지표를 비슷한 방법으로 조사한 적이 있는데, 그 때의 지표를 보면 이명박 6.0, 정동영 4.3 권영길 0.2였고, 2002년도 조사에서는 이회창 6.2, 노무현 1.5였다. 현재 상황에서 보면 이회창 후보는 7~8 정도의 우익보수로 5년 전보다 더 오른 쪽으로 옮기고, 이명박 후보는 지난 5월보다 중도 쪽으로 약간 이동하여 5~6 정도의 실용적 보수로, 정동영 후보는 중도 진보로 4~5 정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기에서 반드시 고려할 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앞으로 후보 간 M&A(인수합병)가 있을 때에는 노선의 척도를 좌우로 약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정책들이 좌로 갔다가 우로 갔다가 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정책을 내세우는 후보에게는 감점을 주는 일이다. 찍을 사람이 없다고 기권하면 앞으로 5년이 유권자 자신에게 비참해질 수 있다. 한번 쯤 노선 척도 표를 만들어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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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명박 무혐의’ BBK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던 그저께 저녁, 광화문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정치검찰 규탄대회’가 열렸다. 정동영 후보의 격렬한 연설이 고성능 스피커를 통해 광화문 일대에 울려 퍼졌고, 일부 청중들은 촛불을 들고 있었다. 5년 전 ‘미선·효선 추모’ 촛불집회를 연상시켰다. 갑자기 대선 국면이 ‘이명박 대 반이명박’으로 전환되는 듯하다. 자칫 막판 대선 국면이 아스팔트 투쟁의 장외 선거판으로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연말 이런 저런 자리에 가면, 도대체 누굴 찍어야 하나, 찍을 사람이 없다는 한탄 섞인 말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일반적으로 선거일에 다가갈수록 부동층의 숫자가 줄어드는 법인데, 요즘은 오히려 늘어나거나 거의 변화가 없다고 한다.
유력한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보아도 장점보다는 단점만 각인된 게 사실이다. 이명박 후보는 BBK사건 이외에도 자녀 위장취업 등 뭔가 도덕성에 구멍이 있어 보이고, 무소속 이회창 후보 역시 두 번 실패한 사람이 무슨 염치로 또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동영 후보도 노무현 정권과 어떻게 차별화된다는 것인지, 여당 대표였던 그의 변신 논리가 뭔지 알 수가 없다. 여론조사 결과 1,2,3위의 후보가 이러니 유권자들도 답답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방법을 쓰면 어떨까. 경영학에서 말하는 의사결정 프로세스의 한 단계를 원용하는 것이다. 우선 유권자들 각자가 선호하는 정책 노선의 척도를 만들어 보자. 예를 들어 10cm의 자를 사용하여 5개의 선을 긋고, 각 선에 10개의 눈금을 표시하여 10분 척도를 만든다. 0을 가장 진보적인 혹은 좌파가 지향하는 정책, 10을 가장 보수적인 또는 우파가 추구하는 정책의 지표로 정한다.
각자가 향후 5년간 우리나라가 추진해야할 우선 과제를 5개 정도 정한다. 이를테면 ①경제 ②복지 ③교육 ④남북관계 ⑤환경을 선정한다고 하자. 첫 번째, 경제 척도에서는 큰 정부의 역할과 분배정책을 강조는 것이 좋다고 보면 0쪽으로 다가가고, 시장을 중시하고 성장을 강조한다면 10쪽으로 옮겨간다. 두 번째, 복지는 사회안전망 구축, 노령연금, 저소득층 지원 등 분야에 국가 예산을 현재보다 더 많이 늘려야 한다면 0쪽으로, 그 반대면 10쪽으로 간다. 세 번째, 교육 분야에선 고교평준화처럼 평등 지향과 그 반대로 대학의 신입생 선발권 확대 등 경쟁 요소의 중시를 각각 좌우로 나누고, 네 번째 남북관계는 지난 10월 노무현-김정일 남북정상회담의 합의 사항을 준수하고 남북교류를 확대하는 방향과 이를 전면 재조정하거나 남북 상호주의 원칙을 고수하는 입장으로 구분한다. 마지막으로 환경문제에 관해서는 국토 개발보다 생태 보존을 중시한다면 0쪽으로, 그 반대면 10쪽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하여 각자의 생각을 5개 척도에 눈금을 매기고, 각 눈금의 지표 숫자를 합산해 5로 나누면 자신이 추구하는 정책 노선의 지표가 산출된다. 다음은 12명의 대선 후보가운데 자신이 대통령 감으로 고려해볼 만한 4~5명 정도를 골라 이들이 그 동안 공표한 공약이나 정책 노선과 평소 언행들을 참고하여 10분 척도에다 그들의 지표를 매긴다. 그런 후에 자신이 산출한 값과 가장 근접한 후보에게 투표를 하면 된다.
각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위의 척도에다 부동산 정책, 세금정책, 일자리 창출, 인권문제 등을 더 설정해도 좋고, 다른 것과 대체해도 관계없다고 본다. 이렇게 하면 두 가지의 장점이 있다. 하나는 후보들의 개인적 자질은 일단 접어두고, 정책 색깔이나 이념적 성향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므로 인물 됨됨이에 매달려 고민할 필요가 없다. 다른 하나는 우리의 정치문화를 특정 인물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을 지양하고 정책 대결, 정당 대결의 선거문화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중앙일보가 당시 대선예상주자 11명의 정책 이념의 지표를 비슷한 방법으로 조사한 적이 있는데, 그 때의 지표를 보면 이명박 6.0, 정동영 4.3 권영길 0.2였고, 2002년도 조사에서는 이회창 6.2, 노무현 1.5였다. 현재 상황에서 보면 이회창 후보는 7~8 정도의 우익보수로 5년 전보다 더 오른 쪽으로 옮기고, 이명박 후보는 지난 5월보다 중도 쪽으로 약간 이동하여 5~6 정도의 실용적 보수로, 정동영 후보는 중도 진보로 4~5 정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기에서 반드시 고려할 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앞으로 후보 간 M&A(인수합병)가 있을 때에는 노선의 척도를 좌우로 약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정책들이 좌로 갔다가 우로 갔다가 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정책을 내세우는 후보에게는 감점을 주는 일이다. 찍을 사람이 없다고 기권하면 앞으로 5년이 유권자 자신에게 비참해질 수 있다. 한번 쯤 노선 척도 표를 만들어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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