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복잡해지는 형사사건과 재판을 정확히 수사하고 판결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의 조언을 참고할 수 있는 제도가 이달 중순 시행된다. 대법원과 법무부는 지난달 21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라 이달 22일 형사 재판과 사건수사에 전문심리위원제와 전문수사자문위원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첨단산업 지적재산권 국제금융 등 사건의 경우 판·검사가 외부인으로 구성된 전문 심리위원 및 전문 수사자문위원을 재판이나 수사에 동참시킬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도가 제대로 활용된다면 검사와 판사가 정확한 판단을 내려 사건·재판 당사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제도의 시행과 더불어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해 중순 민사재판에서 이 제도를 시행했지만 전국적으로 활용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절차가 까다롭고 증거자료로 쓰일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민간전문가 풀도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판·검사 전문성 보강 =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시행될 전문심리위원·수사자문위원제는 경제사회의 전문화 추세에 따라 사건과 분쟁도 날로 복잡화·전문화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건축과 토목, 의료, 지적재산권, 과학기술, 환경, 경제·기업, 부동산 등의 전문가를 수사와 재판에 참여시켜 검사와 법관의 판단에 전문성을 보강하자는 데 입법취지가 있다.
제도에 따라 검사는 공소제기 여부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직권이나 피의자 또는 변호인의 신청에 의하여 전문수사자문위원을 지정하여 수사절차에 참여시켜 자문을 들을 수 있다.
전문수사자문위원은 전문적인 지식에 의한 설명 또는 의견을 기재한 서면을 제출하거나 전문적인 지식에 의하여 설명이나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자문위원의 의견·진술에 대해 피의자나 변호인은 구술 또는 서면에 의한 의견진술의 기회를 갖게 된다.
법무부 박균택 형사법제과장은 “제도 시행 전 전문수사자문위원의 지정과 취소, 이의제기 절차 및 방법, 수당지급,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법무부령으로 마련할 방침”이라며 “수사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민사재판에서 전문심리위원제를 시작한 법원도 형사재판에서 이 제도를 활용하게 된다. 법원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거나 소송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직권으로 또는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신청에 의해 전문심리위원을 지정, 공판준비 및 공판기일 등 소송절차에 참여하게 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 최기영 공보판사는 “재판에 해당 사안의 전문가가 참여함에 따라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법정 위증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문수사자문위원과 전문심리위원 모두 법무부령과 대법원규칙에 따라 수당과 여비, 일당 및 숙박료를 지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직무수행 중에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판·검사 적극 활용해야 = 이 제도는 재판·수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법률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신뢰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일선 재판부나 소송관계인들이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개정 민사소송법에 따라 전문가 980명을 풀로 한 전문심리위원 명단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시행된 제도의 활용도를 고려하면 입법취지의 퇴색도 우려된다. 전국적으로 이 제도를 활용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지난해 11월초 한 차례 전문심리위원을 활용한 것 외에는 사례가 거의 없다”며 “이 제도는 전문가를 재판에 직접 참여시키거나 서면으로 받도록 해 시일이 걸리는 단점이 있어 판사들이 개인적으로 아는 지인 등을 통해 전화로 궁금한 사항을 직접 확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 풀 제도의 협소함도 지적사항이다. 의료 소송과 관련해 법원 일부 재판부에서 이 제도를 시범적으로 운영했지만 변호인이나 재판 당사자들의 호응은 낮았다. 전문위원들이 병원측 의견을 주로 대변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컸기 때문이다.
박 모 변호사는 “의료소송의 경우 외부기관에 감정을 의뢰하면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며 “하지만 전문심리위원들이 의견을 내놓더라도 단순 참고만 가능하기 때문에 외부기관의 감정결과를 기다리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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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도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첨단산업 지적재산권 국제금융 등 사건의 경우 판·검사가 외부인으로 구성된 전문 심리위원 및 전문 수사자문위원을 재판이나 수사에 동참시킬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도가 제대로 활용된다면 검사와 판사가 정확한 판단을 내려 사건·재판 당사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제도의 시행과 더불어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원은 지난해 중순 민사재판에서 이 제도를 시행했지만 전국적으로 활용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절차가 까다롭고 증거자료로 쓰일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민간전문가 풀도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판·검사 전문성 보강 =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시행될 전문심리위원·수사자문위원제는 경제사회의 전문화 추세에 따라 사건과 분쟁도 날로 복잡화·전문화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건축과 토목, 의료, 지적재산권, 과학기술, 환경, 경제·기업, 부동산 등의 전문가를 수사와 재판에 참여시켜 검사와 법관의 판단에 전문성을 보강하자는 데 입법취지가 있다.
제도에 따라 검사는 공소제기 여부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직권이나 피의자 또는 변호인의 신청에 의하여 전문수사자문위원을 지정하여 수사절차에 참여시켜 자문을 들을 수 있다.
전문수사자문위원은 전문적인 지식에 의한 설명 또는 의견을 기재한 서면을 제출하거나 전문적인 지식에 의하여 설명이나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자문위원의 의견·진술에 대해 피의자나 변호인은 구술 또는 서면에 의한 의견진술의 기회를 갖게 된다.
법무부 박균택 형사법제과장은 “제도 시행 전 전문수사자문위원의 지정과 취소, 이의제기 절차 및 방법, 수당지급,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법무부령으로 마련할 방침”이라며 “수사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민사재판에서 전문심리위원제를 시작한 법원도 형사재판에서 이 제도를 활용하게 된다. 법원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거나 소송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직권으로 또는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신청에 의해 전문심리위원을 지정, 공판준비 및 공판기일 등 소송절차에 참여하게 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법 최기영 공보판사는 “재판에 해당 사안의 전문가가 참여함에 따라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법정 위증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문수사자문위원과 전문심리위원 모두 법무부령과 대법원규칙에 따라 수당과 여비, 일당 및 숙박료를 지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직무수행 중에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판·검사 적극 활용해야 = 이 제도는 재판·수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법률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신뢰 증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일선 재판부나 소송관계인들이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개정 민사소송법에 따라 전문가 980명을 풀로 한 전문심리위원 명단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시행된 제도의 활용도를 고려하면 입법취지의 퇴색도 우려된다. 전국적으로 이 제도를 활용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지난해 11월초 한 차례 전문심리위원을 활용한 것 외에는 사례가 거의 없다”며 “이 제도는 전문가를 재판에 직접 참여시키거나 서면으로 받도록 해 시일이 걸리는 단점이 있어 판사들이 개인적으로 아는 지인 등을 통해 전화로 궁금한 사항을 직접 확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 풀 제도의 협소함도 지적사항이다. 의료 소송과 관련해 법원 일부 재판부에서 이 제도를 시범적으로 운영했지만 변호인이나 재판 당사자들의 호응은 낮았다. 전문위원들이 병원측 의견을 주로 대변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컸기 때문이다.
박 모 변호사는 “의료소송의 경우 외부기관에 감정을 의뢰하면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며 “하지만 전문심리위원들이 의견을 내놓더라도 단순 참고만 가능하기 때문에 외부기관의 감정결과를 기다리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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