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
성한표 (언론인 전 한겨레신문 논설주간)
이번 대선에는 “누구를 찍어야 하나?”라고 걱정하는 유권자들이 유난히 많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찍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답답해하는 소리들이다. 150개의 국회의석을 가진 대통합신당 정동영 후보는 억울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정 후보가 대안으로 부각되지 못한 것에는 그 자신 책임도 있다. 그는 유권자들의 절실한 관심사항을 잘못 짚었다. 그는 “부도덕한 부패세력에게 정권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하며 ‘BBK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에 모든 것을 거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그는 BBK 의혹을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시켰지만, 이것은 유권자들의 절실한 관심사항과는 거리가 멀다. 유권자들은 누가 더 도덕적이고, 더 청렴한가보다 누가 나의 생활을 지켜줄 수 있는 후보인가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긴 선거운동 기간 동안 이명박 후보가 부도덕하다고 공격하는데 몰두하느라 자신이 유권자들의 생활을 지켜 줄 후보임을 각인시키지 못했다.
‘대안’으로 각인되지 못한 후보
예를 들어 유권자들 중에는 “종합부동산세가 싫어 이명박 후보를 찍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에 노무현 정부에 의해 강화된 복지정책의 후퇴를 걱정하여 이 후보에게는 표를 주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정 후보는 종부세로 들어온 돈을 어떻게 쓰게 될 것인지를 강조함으로써 복지정책에 관심을 가진 유권자들의 마음을 붙들어야 했었다.
정 후보는 “이런 것은 이미 정책으로 내놓은 것”이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정책 자료집에 나열되어 있다는 것과 이 부분을 끊임없이 되풀이하여 제기함으로써 자신의 정책을 이 후보의 ‘경제’에 대한 대안으로 부각시키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유권자들은 각 후보의 정책을 면밀히 검토한 뒤 투표장으로 가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그의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모습을 보고 그에 대한 판단을 한다.
정 후보가 유권자들의 뇌리에 ‘내편이 될’ 믿음직한 후보의 모습이 아니라 상대후보를 격렬한 어조로 공격하는 ‘투사’의 모습으로 더 뚜렷하게 남아 있다면, 그것은 그가 자초한 일이다. 이와 같은 허점을 파고든 쪽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다. 문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경제대통령’ 공세에 대해 ‘진짜 경제’라는 맞불을 놓았다.
하지만 문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이 너무 짧아 자신의 가치를 유권자에게 충분히 알릴 시간이 없었다. 그 결과 그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한자리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후보단일화, 곧 이명박 후보에게 맞서고 있는 유력후보 중 정책이 크게 다른 권영길 후보는 참여하지 않더라도, 나머지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후보는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후보단일화의 의미와 전제조건들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무조건 합쳐야 한다는 식으로 밀고 나가면 단일화가 성사되기 어렵다. 우선 후보단일화의 의미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만일 세 후보가 힘을 합치면 이명박 후보를 이긴다는 전망이 서는가? 여론조사 지지율은 세 후보를 합쳐도 이명박 후보의 절반을 넘을까 말까 할 정도다. 여론조사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다고 해도 이 정도의 격차라면 무시하기가 어렵다.
정·문·이 세 후보 사이에 ‘반 이명박’이라는 점을 빼고 또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범여권’이라는 범주도 맞지 않고, ‘민주개혁세력’이라는 범주에 대해서도 선뜻 동의하는 유권자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합쳐서 이기기도 어렵고, 적극적인 공통점도 없다면 후보들에 대한 단일화의 압력은 왜 나오고 있는가?
그것은 우선 이번 대선에서 생활안정이라는 유권자들의 소망을 바탕으로 하는 쟁점을 분명히 세움으로써 유권자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대중들에게 대선에 대한 희망과 관심을 심어준다는 데 있다. 만일 단일화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내년 봄 총선에서 대선의 쟁점을 다시 살려, 확실한 견제세력을 구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세력의 통합이 아니라 정책의 통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통합으로 나가야
그런 점에서 문국현 후보에게 무조건 깃발을 접으라고만 요구하는 현재의 단일화 압력은 방향을 잘 못 잡은 것이다. 압력은 반대로 정 후보 쪽에 가해져야 한다. 지금 형국을 보면 세력은 정 후보가 강하고, 정책은 문 후보 쪽이 흡인력이 더 있다. 따라서 정 후보는 문 후보의 정책을 전적으로 자신의 정책으로 받아들이면서 그의 지원을 요구하는 결단을 내려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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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표 (언론인 전 한겨레신문 논설주간)
이번 대선에는 “누구를 찍어야 하나?”라고 걱정하는 유권자들이 유난히 많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찍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답답해하는 소리들이다. 150개의 국회의석을 가진 대통합신당 정동영 후보는 억울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정 후보가 대안으로 부각되지 못한 것에는 그 자신 책임도 있다. 그는 유권자들의 절실한 관심사항을 잘못 짚었다. 그는 “부도덕한 부패세력에게 정권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하며 ‘BBK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에 모든 것을 거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그는 BBK 의혹을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부각시켰지만, 이것은 유권자들의 절실한 관심사항과는 거리가 멀다. 유권자들은 누가 더 도덕적이고, 더 청렴한가보다 누가 나의 생활을 지켜줄 수 있는 후보인가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긴 선거운동 기간 동안 이명박 후보가 부도덕하다고 공격하는데 몰두하느라 자신이 유권자들의 생활을 지켜 줄 후보임을 각인시키지 못했다.
‘대안’으로 각인되지 못한 후보
예를 들어 유권자들 중에는 “종합부동산세가 싫어 이명박 후보를 찍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에 노무현 정부에 의해 강화된 복지정책의 후퇴를 걱정하여 이 후보에게는 표를 주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정 후보는 종부세로 들어온 돈을 어떻게 쓰게 될 것인지를 강조함으로써 복지정책에 관심을 가진 유권자들의 마음을 붙들어야 했었다.
정 후보는 “이런 것은 이미 정책으로 내놓은 것”이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정책 자료집에 나열되어 있다는 것과 이 부분을 끊임없이 되풀이하여 제기함으로써 자신의 정책을 이 후보의 ‘경제’에 대한 대안으로 부각시키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유권자들은 각 후보의 정책을 면밀히 검토한 뒤 투표장으로 가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그의 이름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모습을 보고 그에 대한 판단을 한다.
정 후보가 유권자들의 뇌리에 ‘내편이 될’ 믿음직한 후보의 모습이 아니라 상대후보를 격렬한 어조로 공격하는 ‘투사’의 모습으로 더 뚜렷하게 남아 있다면, 그것은 그가 자초한 일이다. 이와 같은 허점을 파고든 쪽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다. 문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경제대통령’ 공세에 대해 ‘진짜 경제’라는 맞불을 놓았다.
하지만 문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이 너무 짧아 자신의 가치를 유권자에게 충분히 알릴 시간이 없었다. 그 결과 그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한자리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후보단일화, 곧 이명박 후보에게 맞서고 있는 유력후보 중 정책이 크게 다른 권영길 후보는 참여하지 않더라도, 나머지 정동영, 문국현, 이인제 후보는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후보단일화의 의미와 전제조건들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무조건 합쳐야 한다는 식으로 밀고 나가면 단일화가 성사되기 어렵다. 우선 후보단일화의 의미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만일 세 후보가 힘을 합치면 이명박 후보를 이긴다는 전망이 서는가? 여론조사 지지율은 세 후보를 합쳐도 이명박 후보의 절반을 넘을까 말까 할 정도다. 여론조사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다고 해도 이 정도의 격차라면 무시하기가 어렵다.
정·문·이 세 후보 사이에 ‘반 이명박’이라는 점을 빼고 또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범여권’이라는 범주도 맞지 않고, ‘민주개혁세력’이라는 범주에 대해서도 선뜻 동의하는 유권자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합쳐서 이기기도 어렵고, 적극적인 공통점도 없다면 후보들에 대한 단일화의 압력은 왜 나오고 있는가?
그것은 우선 이번 대선에서 생활안정이라는 유권자들의 소망을 바탕으로 하는 쟁점을 분명히 세움으로써 유권자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대중들에게 대선에 대한 희망과 관심을 심어준다는 데 있다. 만일 단일화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내년 봄 총선에서 대선의 쟁점을 다시 살려, 확실한 견제세력을 구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세력의 통합이 아니라 정책의 통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통합으로 나가야
그런 점에서 문국현 후보에게 무조건 깃발을 접으라고만 요구하는 현재의 단일화 압력은 방향을 잘 못 잡은 것이다. 압력은 반대로 정 후보 쪽에 가해져야 한다. 지금 형국을 보면 세력은 정 후보가 강하고, 정책은 문 후보 쪽이 흡인력이 더 있다. 따라서 정 후보는 문 후보의 정책을 전적으로 자신의 정책으로 받아들이면서 그의 지원을 요구하는 결단을 내려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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