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3분의1이 학생 수 모자라
고급 학생 편의시설로 차별화
인구고령화에 따른 학생수 감소로 일본 대학들 간 경쟁이 고조되고 있다. 수업구성과 학생을 위한 편의복지 시설을 향상시키지 못하거나 외국학생들을 유치하지 못하는 대학들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상태다. 일부 학교는 온천시설이라는 특이한 시설을 내세워 학생 끌어들이기에 나서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프랑스 시사주간 ‘쿠리에엥떼르나시오날’(CI), 일본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스파 사진보고 바로 결정했다” = 21세의 야수노리 아와나가는 3년전 큐슈의 후쿠오카과학경제대학에 진학했다. 그가 대학을 선택한 것은 교과가 마음에 들어서도 아니었고 뛰어난 유도팀 때문도, 영국에서 학업 일부를 이수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도 아니었다. 야수노리의 선택에 결정적 영향으로 작용했던 것은 바로 학교 기숙사의 천연온천 시설. 야수노리는 수영복 차림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온천탕에 앉아 “학교소개 브로슈어에서 스파사진을 보고 바로 결정을 내렸다. 진정으로 학생을 유치하려는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후쿠오카과학경제대학의 새 학교 기숙사는 호텔을 방불케 한다. 가라오케 시설 뿐 아니라 장미로 가득한 영국식 정원에 수영장까지 있다. 일본 대학들은 이같이 온갖 새로운 방법을 동원해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자 한다. 수년간 출생률이 줄면서 젊은 층 인구 역시 급격히 감소해 갈수록 많은 대학들이 강의실을 채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8세 청소년의 수는 1992년 250만명으로 최고점에 달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올해엔 130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일본 청소년의 약 절반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고려하면 707개 국립 및 사립대학 중 약 3분의 1이 학생 수가 모자란다는 결론이 나온다.
취학인구 감소에도 대학 수가 느는 바람에 대학들의 어려움은 더 크다. 지난해 일본 내 대학은 755개로 집계됐다. 10년 전과 비교해 179개나 늘었다. 이 때문에 사립대학의 30% 이상이 적자 상태며 문을 닫는 대학 역시 늘고 있다.
◆창작분야 선호 신세대위해 ‘셀레브리티 비즈니스’ 학위 개설 = 후쿠오카대학은 1999년 700개의 개인실에 인터넷 시설을 갖춘 대형 기숙사 건설을 위해 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한해 등록금 역시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 59만엔(약590만원)으로 조정했다. 또 ‘셀레브리티(유명인) 비즈니스’란 학위를 만들었다. 예술 공연 연예 오락 관련 직업에 종사할 학생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학교 측은 많은 일본 젊은이들이 ‘부모세대처럼 샐러리맨이 되기보다 음악과 같은 창작 직업에 종사하고 싶어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 같은 학위를 만들었다.
1877년에 설립된 일본 최초의 현대식 대학인 도쿄대학을 비롯한 몇몇 명문대학들 역시 보다 많은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요구수준을 낮춰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높은 경쟁률에 어려운 시험으로 상위학생을 선발하고 이들 중 뛰어난 학생에게 기업이나 정부 책임직을 보장하는 시대는 사라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학간의 학생유치 경쟁이 대학 시스템 효율성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대학 행정자들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대학간의 경쟁 강화가 대학교육이 취업 전 4년간의 휴식처럼 여겨졌던 일본에서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길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추시 하마나 ‘간사이국제대학’ 학장은 “간사이대학은 이제 세계화된 경제 속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획득하기를 원하는 학생들의 열망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역설적이게도 대학들이 진정으로 학생들을 교육시켜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기 위해선 지금과 같은 위기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국제화 프로그램·취업사무국 운영으로 급성장 = 외국인 학생들이나 배움의 기쁨을 위해 공부하고자하는 은퇴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대학들의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3월 오사카대학은 71세의 전직 엔지니어에게 수학 박사 학위를 수여한바 있다. 또 미국 보다는 적지만 최근 몇년사이 외국인 학생 수가 크게 증가했다. 2000년 설립된 벳푸의 ‘리추메이칸아시아태평양대학’의 경우 5421명의 학생 중 절반이 외국인이다. 외국인 학생의 다수는 중국과 한국 학생들이다. 또 128명의 교수진 중 42%가 외국인 교수며 학장 역시 스리랑카 출신이다. 수업 역시 절반이 영어로 진행된다. 이 특이한 대학은 이 외에도 취업사무국을 두고 있어 학생들이 구직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이런 코스모폴리티즘과 견고한 학습 프로그램 덕분에 학교는 급속히 성장해 지난해 750명을 선발하는 신입생 모집에 3753명이 지원했다.
변화없는 대학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일본사립학교지원국의 경영컨설팅 팀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대입선발시험을 치는 18세 일본 청소년들의 수는 연 12만명으로 비교적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후부터는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관측돼 문을 닫는 대학들의 수는 앞으로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혜 리포터 2ma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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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학생 편의시설로 차별화
인구고령화에 따른 학생수 감소로 일본 대학들 간 경쟁이 고조되고 있다. 수업구성과 학생을 위한 편의복지 시설을 향상시키지 못하거나 외국학생들을 유치하지 못하는 대학들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상태다. 일부 학교는 온천시설이라는 특이한 시설을 내세워 학생 끌어들이기에 나서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프랑스 시사주간 ‘쿠리에엥떼르나시오날’(CI), 일본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스파 사진보고 바로 결정했다” = 21세의 야수노리 아와나가는 3년전 큐슈의 후쿠오카과학경제대학에 진학했다. 그가 대학을 선택한 것은 교과가 마음에 들어서도 아니었고 뛰어난 유도팀 때문도, 영국에서 학업 일부를 이수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도 아니었다. 야수노리의 선택에 결정적 영향으로 작용했던 것은 바로 학교 기숙사의 천연온천 시설. 야수노리는 수영복 차림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온천탕에 앉아 “학교소개 브로슈어에서 스파사진을 보고 바로 결정을 내렸다. 진정으로 학생을 유치하려는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후쿠오카과학경제대학의 새 학교 기숙사는 호텔을 방불케 한다. 가라오케 시설 뿐 아니라 장미로 가득한 영국식 정원에 수영장까지 있다. 일본 대학들은 이같이 온갖 새로운 방법을 동원해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자 한다. 수년간 출생률이 줄면서 젊은 층 인구 역시 급격히 감소해 갈수록 많은 대학들이 강의실을 채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8세 청소년의 수는 1992년 250만명으로 최고점에 달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올해엔 130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일본 청소년의 약 절반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고려하면 707개 국립 및 사립대학 중 약 3분의 1이 학생 수가 모자란다는 결론이 나온다.
취학인구 감소에도 대학 수가 느는 바람에 대학들의 어려움은 더 크다. 지난해 일본 내 대학은 755개로 집계됐다. 10년 전과 비교해 179개나 늘었다. 이 때문에 사립대학의 30% 이상이 적자 상태며 문을 닫는 대학 역시 늘고 있다.
◆창작분야 선호 신세대위해 ‘셀레브리티 비즈니스’ 학위 개설 = 후쿠오카대학은 1999년 700개의 개인실에 인터넷 시설을 갖춘 대형 기숙사 건설을 위해 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한해 등록금 역시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낮춰 59만엔(약590만원)으로 조정했다. 또 ‘셀레브리티(유명인) 비즈니스’란 학위를 만들었다. 예술 공연 연예 오락 관련 직업에 종사할 학생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학교 측은 많은 일본 젊은이들이 ‘부모세대처럼 샐러리맨이 되기보다 음악과 같은 창작 직업에 종사하고 싶어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 같은 학위를 만들었다.
1877년에 설립된 일본 최초의 현대식 대학인 도쿄대학을 비롯한 몇몇 명문대학들 역시 보다 많은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요구수준을 낮춰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높은 경쟁률에 어려운 시험으로 상위학생을 선발하고 이들 중 뛰어난 학생에게 기업이나 정부 책임직을 보장하는 시대는 사라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학간의 학생유치 경쟁이 대학 시스템 효율성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상당수의 대학 행정자들은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대학간의 경쟁 강화가 대학교육이 취업 전 4년간의 휴식처럼 여겨졌던 일본에서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길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추시 하마나 ‘간사이국제대학’ 학장은 “간사이대학은 이제 세계화된 경제 속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획득하기를 원하는 학생들의 열망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역설적이게도 대학들이 진정으로 학생들을 교육시켜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기 위해선 지금과 같은 위기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국제화 프로그램·취업사무국 운영으로 급성장 = 외국인 학생들이나 배움의 기쁨을 위해 공부하고자하는 은퇴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대학들의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3월 오사카대학은 71세의 전직 엔지니어에게 수학 박사 학위를 수여한바 있다. 또 미국 보다는 적지만 최근 몇년사이 외국인 학생 수가 크게 증가했다. 2000년 설립된 벳푸의 ‘리추메이칸아시아태평양대학’의 경우 5421명의 학생 중 절반이 외국인이다. 외국인 학생의 다수는 중국과 한국 학생들이다. 또 128명의 교수진 중 42%가 외국인 교수며 학장 역시 스리랑카 출신이다. 수업 역시 절반이 영어로 진행된다. 이 특이한 대학은 이 외에도 취업사무국을 두고 있어 학생들이 구직을 적극적으로 돕는다. 이런 코스모폴리티즘과 견고한 학습 프로그램 덕분에 학교는 급속히 성장해 지난해 750명을 선발하는 신입생 모집에 3753명이 지원했다.
변화없는 대학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일본사립학교지원국의 경영컨설팅 팀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대입선발시험을 치는 18세 일본 청소년들의 수는 연 12만명으로 비교적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후부터는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관측돼 문을 닫는 대학들의 수는 앞으로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혜 리포터 2ma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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