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루앙 시장 반환결정 뒤엎고 반출 금지시켜
지방 박물관에 설명없이 방치돼…뉴질랜드인들 분노
프랑스 정부가 북부 루앙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마오리전사 머리를 돌려주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뉴질랜드 내 반프랑스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뉴질랜드인들은 ‘투아모코’는 예술품이기 이전에 한 인간의 유해라며 분노하고 있다. 프랑스는 약탈해간 문화재를 실제 소유자들에게 돌려줘야할 때라고 뉴질랜드 일간 ‘뉴질랜드헤럴드’와 프랑스 시사주간 ‘쿠리에엥떼르나시오날’이 7일 보도했다.
◆“마오리전사 머리 미라는 프랑스 국가문화제” = 프랑스 노르망디 루앙의 피에르 알베르티니 시장은 최근 시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문신한 마오리 전사의 머리 미라’를 본국에 반환하기로 결정했다. 결정은 시의회와 박물관측의 합의로 이뤄졌다. 그는 “마오리전사 머리의 본국 송환은 유화적 제스처이자 식민시대에 행해진 인간유해 거래를 규탄하는 뜻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1992년 뉴질랜드 정부가 공식적으로 문화제 반환을 신청한 이래 전 세계 30여개 기관이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했다. 지난해 스코틀랜드 애버딘 대학은 9개의 문신을 한 마오리족 미라 머리를 반환한바있다.
하지만 루앙 시장의 의식있는 행동은 프랑스 정부에 의해 좌절되게 됐다. 정부가 루앙시의 마오리 전사의 머리 반환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중단하고 나선 것. 이어 프랑스 문화부는 지난달 27일 루앙 행정 재판소의 결정을 근거로 모든 투아모코’(toi moko, 문신한 머리란 뜻)의 반환을 전면 금지시켰다. 투아모코는 1875년 한 프랑스 소장가가 노르망디자연사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애초 쟁점은 단순한 절차상의 문제에 한정된 것처럼 보였다. 프랑스 문화부는 루앙시 책임자들이 법에 따라 프랑스과학위원회에 사전 자문을 구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과학위원회는 국가 소장품에 속하는 모든 물품의 반출에 대한 결정을 담당한다. 문화부는 “해당 유물이 이제 프랑스 국가 문화제에 속한다”고 못 박기까지 했다.
뉴질랜드 일간은 이에 대해 “명분 없을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라고 비난했다. 또 프랑스 정부의 결정은 “인간 유해 거래에 대한 마오리족의 항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간유해 거래는 1831년이 돼서야 영국 정부에 의해 금지됐다.
◆“우리가 보관하면 범세계적, 반환하면 단순국가 유물” =
보다 심각한 문제는 프랑스 정부가 외국 유물 반환을 거부하는 박물관들을 암묵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대영박물관이다. 영국박물관은 수차례 반환요청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리스에 ‘파르테논 마블스’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파르테논 신전은 오트만제국의 점령 이후 크게 손상됐으며 아크로폴리스 장식조각들은 1867년 터키의 공격으로 외국으로 유출됐다. 이 중 파르테논 마블스는 17세기 터키군의 그리스 점령이후 1810년 터키 주재 영국 대사 엘긴 경이 약탈해 갔으며 1941년부터 대영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다.
지난 몇년간 그리스는 독일과 스웨덴으로 부터 여러점의 파르테논 약탈문화재를 반환 받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그리스에서 신전 소벽은 ‘단순히’ 국가유물일지 모르지만 대영박물관은 세계 인류문명 박물관”이라 주장하며 요지부동이다.
프랑스는 영국정부가 펼치는 범세계적 전시라는 논거를 펼칠 자격조차 없다. 마오리 전사의 머리는 수십년간 아무런 설명도 없이 지방의 한 박물관에 방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1996년 박물관이 문을 닫은 후에는 더더욱 암흑 속에 묻혔다. 지난해 2월 박물관 재개관을 맞아 여러 조사를 거친 후에야 박물관 관련자는 마오리전사 머리임을 확인했다.
박물관 소유자인 루앙 시의회는 즉시 유물의 반환을 결정했으며 프랑스연구부의 지원을 받았다. 바로 이때 프랑스 정부가 반환 절차를 중단하고 나섰다. 프랑스 정부로서는 여러 국가로 부터 국가문화유산에 대한 반환요청이 쇄도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프랑스 박물관들은 식민지시적 약탈해온 유물들로 넘쳐흐른다. 오벨리스크를 비롯한 수많은 이집트 유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전 유물들이 그것이다. 병인양요(1866년) 때 약탈해 간 우리나라 외규장각 도서 297책도 있다.
뉴질랜드 일간은 “여러 구실을 내세워 약탈문화재 반환을 거부하는 국가들은 점점 더 고립되고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런 추세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마오리족 머리 반환을 거부한데 대해 수치스러워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아모코는 프랑스의 소유가 아니며 앞으로도 그럴 수 없다. “프랑스는 약탈해간 문화재를 실제 소유자들에게 돌려줘야할 때”라고 신문은 강조했다.
이지혜 리포터 2ma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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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박물관에 설명없이 방치돼…뉴질랜드인들 분노
프랑스 정부가 북부 루앙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마오리전사 머리를 돌려주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뉴질랜드 내 반프랑스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뉴질랜드인들은 ‘투아모코’는 예술품이기 이전에 한 인간의 유해라며 분노하고 있다. 프랑스는 약탈해간 문화재를 실제 소유자들에게 돌려줘야할 때라고 뉴질랜드 일간 ‘뉴질랜드헤럴드’와 프랑스 시사주간 ‘쿠리에엥떼르나시오날’이 7일 보도했다.
◆“마오리전사 머리 미라는 프랑스 국가문화제” = 프랑스 노르망디 루앙의 피에르 알베르티니 시장은 최근 시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문신한 마오리 전사의 머리 미라’를 본국에 반환하기로 결정했다. 결정은 시의회와 박물관측의 합의로 이뤄졌다. 그는 “마오리전사 머리의 본국 송환은 유화적 제스처이자 식민시대에 행해진 인간유해 거래를 규탄하는 뜻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1992년 뉴질랜드 정부가 공식적으로 문화제 반환을 신청한 이래 전 세계 30여개 기관이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했다. 지난해 스코틀랜드 애버딘 대학은 9개의 문신을 한 마오리족 미라 머리를 반환한바있다.
하지만 루앙 시장의 의식있는 행동은 프랑스 정부에 의해 좌절되게 됐다. 정부가 루앙시의 마오리 전사의 머리 반환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중단하고 나선 것. 이어 프랑스 문화부는 지난달 27일 루앙 행정 재판소의 결정을 근거로 모든 투아모코’(toi moko, 문신한 머리란 뜻)의 반환을 전면 금지시켰다. 투아모코는 1875년 한 프랑스 소장가가 노르망디자연사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애초 쟁점은 단순한 절차상의 문제에 한정된 것처럼 보였다. 프랑스 문화부는 루앙시 책임자들이 법에 따라 프랑스과학위원회에 사전 자문을 구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과학위원회는 국가 소장품에 속하는 모든 물품의 반출에 대한 결정을 담당한다. 문화부는 “해당 유물이 이제 프랑스 국가 문화제에 속한다”고 못 박기까지 했다.
뉴질랜드 일간은 이에 대해 “명분 없을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라고 비난했다. 또 프랑스 정부의 결정은 “인간 유해 거래에 대한 마오리족의 항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간유해 거래는 1831년이 돼서야 영국 정부에 의해 금지됐다.
◆“우리가 보관하면 범세계적, 반환하면 단순국가 유물” =
보다 심각한 문제는 프랑스 정부가 외국 유물 반환을 거부하는 박물관들을 암묵적으로 지지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대영박물관이다. 영국박물관은 수차례 반환요청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리스에 ‘파르테논 마블스’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파르테논 신전은 오트만제국의 점령 이후 크게 손상됐으며 아크로폴리스 장식조각들은 1867년 터키의 공격으로 외국으로 유출됐다. 이 중 파르테논 마블스는 17세기 터키군의 그리스 점령이후 1810년 터키 주재 영국 대사 엘긴 경이 약탈해 갔으며 1941년부터 대영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다.
지난 몇년간 그리스는 독일과 스웨덴으로 부터 여러점의 파르테논 약탈문화재를 반환 받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그리스에서 신전 소벽은 ‘단순히’ 국가유물일지 모르지만 대영박물관은 세계 인류문명 박물관”이라 주장하며 요지부동이다.
프랑스는 영국정부가 펼치는 범세계적 전시라는 논거를 펼칠 자격조차 없다. 마오리 전사의 머리는 수십년간 아무런 설명도 없이 지방의 한 박물관에 방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1996년 박물관이 문을 닫은 후에는 더더욱 암흑 속에 묻혔다. 지난해 2월 박물관 재개관을 맞아 여러 조사를 거친 후에야 박물관 관련자는 마오리전사 머리임을 확인했다.
박물관 소유자인 루앙 시의회는 즉시 유물의 반환을 결정했으며 프랑스연구부의 지원을 받았다. 바로 이때 프랑스 정부가 반환 절차를 중단하고 나섰다. 프랑스 정부로서는 여러 국가로 부터 국가문화유산에 대한 반환요청이 쇄도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프랑스 박물관들은 식민지시적 약탈해온 유물들로 넘쳐흐른다. 오벨리스크를 비롯한 수많은 이집트 유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전 유물들이 그것이다. 병인양요(1866년) 때 약탈해 간 우리나라 외규장각 도서 297책도 있다.
뉴질랜드 일간은 “여러 구실을 내세워 약탈문화재 반환을 거부하는 국가들은 점점 더 고립되고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런 추세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마오리족 머리 반환을 거부한데 대해 수치스러워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아모코는 프랑스의 소유가 아니며 앞으로도 그럴 수 없다. “프랑스는 약탈해간 문화재를 실제 소유자들에게 돌려줘야할 때”라고 신문은 강조했다.
이지혜 리포터 2ma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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