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문장을 남녀 사랑에 빗댄 연암 친필글 발견

지역내일 2008-01-13 (수정 2008-01-14 오전 6:56:49)
김문식 교수 ‘영재정집’ 발굴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대문호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1737~1805)이 남녀간 사랑에 견주어 문장의 유형을 나눈 친필 글과 그것이 포함된 필사본 문집이 발견됐다.
단국대 사학과 김문식 교수는 이 학교에 소장된 연민(淵民) 이가원(李家源·1917~2000) 선생의 기증도서인 ‘연민문고’에서 연암의 산문 23편을 선별해 편집한 ‘영대정집’(映帶亭集)이라는 문집을 찾아냈다고 13일 밝혔다.
김 교수는 이 영대정집이 건(乾), 곤(坤) 2책으로 연암 집안에서 소장했던 것임을 보여주는 ‘연암산방’(燕岩山房)이라는 도장 글씨가 찍혀 있는 ‘매우 희귀한 판본’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연암산방’ 필사본으로는 연암집(燕巖集) 1책과 연상각집(煙湘閣集) 1책, 운산만루당집(雲山萬疊堂集) 1책, 하풍죽로당집(荷風竹露堂集) 1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영대정집은 현재 가장 널리 알려진 연암집 판본인 1932년 박영철 편 ‘연암집’에도 수록돼 있다. 김 교수는 이와 관련, “연민문고에서 발견된 영대정집은 기존 판본과는 다른 데가 적지 않은 데다, 완성시기도 연암 생전이거나 직후로 판단돼 연암집을 교정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 서문은 처음 공개되는 연암 글인 데다 연암 친필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연암은 이 서문에서 서간체 형식을 빌려 남녀간 사랑에 세 가지 형식이 있듯이, 문장 또한 세 가지 유형이 있다고 주장했다. 즉, ‘고당부’(高唐賦)나 ‘낙신부’(洛神賦)와 같은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여인과 같은 절세미인을 만나 눈짓으로 나누는 사랑이 있으나 이런 사랑은 군자와 숙녀의 만남이라 할 수는 없다고 했고, 두 번째 사랑으로는 귤을 던져 남자를 희롱하고, 작약꽃을 주면서 남자와 장난을 치는 여인이 있으나 이런 여자를 보면 정숙한 사람은 토할 지경이 된다고 했다. 마지막 사랑으로 산골 마을에 사는 늙은 농부가 키운 처녀와 보리 열 가마를 수확하는 농부집 아들과의 사랑을 들었다. 이들은 사랑으로 잠 못 이루며 전전반측(輾轉反側)하는 일도 없고, 슬픔이나 즐거움이 극에 달하거나 하는 일이 없이 시골 사람다운 사랑을 나눈다는 것으로 문장의 유형 역시 이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성균관대 한문학과 안대회 교수는 “이 글은 누구도 흉내내기 힘든 연암의 독특한 문체가 느껴진다”면서 “문장을 남녀간 사랑에 비유한 내용이 매우 흥미롭거니와 결국, 자기 문장은 촌스런 남녀간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진실함이 있다는 생각을 표명하고자 했던 듯하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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