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어린이 실종3주, 치안 사각지대 경기도]‘살인의 추억’ 질긴 악몽 언제까지 되풀이되나
꼬리 무는 연쇄살인·성폭행·아동납치에 지역주민들 공포 … 도시화·광역교통망 등 범죄활개 토양제공
지역내일
2008-01-16
경기도 안양의 이혜진(11) 우예슬(9)양이 실종된 지 3주일이 넘었지만 사건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고 있다. 경기도는 최근 몇 년 동안 각종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아 아이들의 범죄피해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지금까지 경기도내에서 벌어진 강력범죄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경우가 많다. 이미 전국 최고의 범죄발생건수에 도달했지만 범인검거는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급속하게 팽창하는 경기도의 범죄 실태와 대책을 긴급 점검한다.
지난 1986년부터 91년까지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발생한 연쇄 강간·살인사건의 악몽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경기도 일원에서 발생한 강력범죄 가운데 연쇄살인이 상당수 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경찰은 수사본부 등을 구성해 범인검거에 나섰지만 초동수사 부실과 공조수사의 미진으로 사태를 키웠다.
전문가들은 경기도가 급속하게 도시화하는 과정에서 외지인의 유입이 늘어나고 교통망 등이 발달하면서 범인이 장소를 이동해 가며 후속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야산에 버려지는 여성과 아이들 = 강력범죄의 주 대상은 대부분 연약한 여성이거나 아동들이다. 2004년 1월 부천시 역곡동 한 야산에서 윤 모(당시 13세)군과 임 모(당시 12세)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범인은 아이들을 발가벗기고 두 손을 운동화 끈으로 묶은 채 살해하는 잔학성을 보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포천의 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인 엄 모(당시 15세)양도 실종된 지 90여일 만에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을 살해한 범인은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다.
성인 여성의 경우 금품탈취와 성폭행을 당한 후 살해당하기도 했다. 김 모(당시 26세)씨는 2006년 5월~7월 안양 군포 의왕 등지에서 3명의 20대 여성을 한 달 간격으로 납치해 금품을 빼앗고 살해한 후 사체를 야산 등지에 유기했다. 범인 김씨는 카드빚 1000여만원을 갚기 위해 여성들을 납치·살해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2004년 10월 화성에서는 수영장에 다녀오던 여대생 노 모(당시 21세)씨가 성폭행 당한후 살해된 채 야산에 버려졌다.
고기철 경기경찰청 공보계장은 “경기도는 신흥개발지역 인데다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높아 밤거리 범행대상이 되기 쉽다”며 “도농복합지역이어서 사체유기 등이 서울과 같은 대도시보다 용이하다”고 말했다.
◆발달한 도로인프라가 도주의 지름길 = 경기도는 서울을 중심으로 거미줄 같은 간선도로망을 갖추고 있다. 범인들은 1차 범행후 신속하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경찰의 초동수사에서 벗어나기가 쉽다.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해 12월 강화에서 발생한 총기탈취사건이다.
총기탈취범 조 모(36)씨는 지난해 12월 6일 범행 직후 서해안 고속도로와 평택-안성 고속도로, 국도 39번을 거쳐 밤 10시 40분쯤 화성시 장안면 풍무교 근처에서 자신이 몰았던 차량을 불태우고 사라졌다. 범행 후 불과 5시간만에 군경의 검문검색을 뚫고 사건현장에서 멀리 달아났을 뿐 아니라 수사당국의 수사망을 피해갔다.
2006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한 달 사이 화성과 수원지역에서 부녀자 4명이 연달아 실종됐다. 이 가운데 노래방 도우미를 하던 박 모(여·당시 37세)씨는 지난해 5월 안산시 상록구 한 야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박씨가 실종된 수원시 팔달구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발견됨에 따라 범인이 범행 후 자동차로 국도와 지방도를 이용해 야산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당일 주변도로의 CCTV에 대한 기록을 분석했지만 뚜렷한 혐의를 찾지 못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경기도내 각 도시는 교통이 발달하고 서울과 인접해 이동과 잠입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며 “경찰수사망이 범죄자들의 이동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고 말했다.
◆“공동체 붕괴와 익명성도 범죄의 사회적 여건” = 공동체의 붕괴와 익명성도 범죄에 한 몫 한다. 어린이 실종사고나 성폭행 사건 등의 경우 제보 등이 수사를 진전시키는데 중요하다. 하지만 경기도내 주요도시는 대체로 신도시의 확산과 기존도시의 전통붕괴 등으로 이웃을 잘 모르고 지낸다. 이번 안양 어린이 실종사건도 3주가 지났지만 실종당시 상황에 대한 유력한 제보가 사실상 없는 상태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급속한 도시화는 전통사회를 붕괴시키고 인간관계를 단절시킨다”며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범죄예방과 해결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번 안양 어린이 실종사건이후 지역주민들내에서 나타나는 현상도 현상도 이러한 것이다.
안양시 평촌동에 사는 주부 이 모(35)씨는 “예전에는 아이들을 마음대로 나가 놀게 했지만 어린이 실종사고 이후 아파트 놀이터에서도 못 놀게 한다”며 “누군가가 길을 묻거나 엄마나 아빠를 안다고 해도 모른척하라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백만호 이상선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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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6년부터 91년까지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발생한 연쇄 강간·살인사건의 악몽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경기도 일원에서 발생한 강력범죄 가운데 연쇄살인이 상당수 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경찰은 수사본부 등을 구성해 범인검거에 나섰지만 초동수사 부실과 공조수사의 미진으로 사태를 키웠다.
전문가들은 경기도가 급속하게 도시화하는 과정에서 외지인의 유입이 늘어나고 교통망 등이 발달하면서 범인이 장소를 이동해 가며 후속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야산에 버려지는 여성과 아이들 = 강력범죄의 주 대상은 대부분 연약한 여성이거나 아동들이다. 2004년 1월 부천시 역곡동 한 야산에서 윤 모(당시 13세)군과 임 모(당시 12세)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범인은 아이들을 발가벗기고 두 손을 운동화 끈으로 묶은 채 살해하는 잔학성을 보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포천의 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인 엄 모(당시 15세)양도 실종된 지 90여일 만에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을 살해한 범인은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다.
성인 여성의 경우 금품탈취와 성폭행을 당한 후 살해당하기도 했다. 김 모(당시 26세)씨는 2006년 5월~7월 안양 군포 의왕 등지에서 3명의 20대 여성을 한 달 간격으로 납치해 금품을 빼앗고 살해한 후 사체를 야산 등지에 유기했다. 범인 김씨는 카드빚 1000여만원을 갚기 위해 여성들을 납치·살해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2004년 10월 화성에서는 수영장에 다녀오던 여대생 노 모(당시 21세)씨가 성폭행 당한후 살해된 채 야산에 버려졌다.
고기철 경기경찰청 공보계장은 “경기도는 신흥개발지역 인데다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높아 밤거리 범행대상이 되기 쉽다”며 “도농복합지역이어서 사체유기 등이 서울과 같은 대도시보다 용이하다”고 말했다.
◆발달한 도로인프라가 도주의 지름길 = 경기도는 서울을 중심으로 거미줄 같은 간선도로망을 갖추고 있다. 범인들은 1차 범행후 신속하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경찰의 초동수사에서 벗어나기가 쉽다.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해 12월 강화에서 발생한 총기탈취사건이다.
총기탈취범 조 모(36)씨는 지난해 12월 6일 범행 직후 서해안 고속도로와 평택-안성 고속도로, 국도 39번을 거쳐 밤 10시 40분쯤 화성시 장안면 풍무교 근처에서 자신이 몰았던 차량을 불태우고 사라졌다. 범행 후 불과 5시간만에 군경의 검문검색을 뚫고 사건현장에서 멀리 달아났을 뿐 아니라 수사당국의 수사망을 피해갔다.
2006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한 달 사이 화성과 수원지역에서 부녀자 4명이 연달아 실종됐다. 이 가운데 노래방 도우미를 하던 박 모(여·당시 37세)씨는 지난해 5월 안산시 상록구 한 야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박씨가 실종된 수원시 팔달구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발견됨에 따라 범인이 범행 후 자동차로 국도와 지방도를 이용해 야산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당일 주변도로의 CCTV에 대한 기록을 분석했지만 뚜렷한 혐의를 찾지 못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경기도내 각 도시는 교통이 발달하고 서울과 인접해 이동과 잠입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며 “경찰수사망이 범죄자들의 이동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고 말했다.
◆“공동체 붕괴와 익명성도 범죄의 사회적 여건” = 공동체의 붕괴와 익명성도 범죄에 한 몫 한다. 어린이 실종사고나 성폭행 사건 등의 경우 제보 등이 수사를 진전시키는데 중요하다. 하지만 경기도내 주요도시는 대체로 신도시의 확산과 기존도시의 전통붕괴 등으로 이웃을 잘 모르고 지낸다. 이번 안양 어린이 실종사건도 3주가 지났지만 실종당시 상황에 대한 유력한 제보가 사실상 없는 상태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급속한 도시화는 전통사회를 붕괴시키고 인간관계를 단절시킨다”며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범죄예방과 해결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번 안양 어린이 실종사건이후 지역주민들내에서 나타나는 현상도 현상도 이러한 것이다.
안양시 평촌동에 사는 주부 이 모(35)씨는 “예전에는 아이들을 마음대로 나가 놀게 했지만 어린이 실종사고 이후 아파트 놀이터에서도 못 놀게 한다”며 “누군가가 길을 묻거나 엄마나 아빠를 안다고 해도 모른척하라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백만호 이상선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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