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규 칼럼]‘대운하’ 김칫국부터 마셔서야

지역내일 2008-01-17
‘대운하’ 김칫국부터 마셔서야
박영규 (언론인 전 연합뉴스 논설위원)

대운하 사업에 몰두하는 건설업계를 보니 ‘떡 줄 사람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말이 생각난다. 엄밀히 말하면 떡 시루를 앉히지도 않았는데 김칫국을 마시려는 게 아닌가 싶다. 국내 굴지의 5개 건설회사는 최근 한반도대운하사업에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다고 밝혔다. 대림 대우 삼성 현대 GS건설 등 건설사는 컨소시엄 구성 협약을 곧 체결하고 타당성 검토에 착수키로 했다. 컨소시엄은 대운하 인근지역의 개발과 터미널 부지 활용 방안, 관광레저 사업 관련 용역도 의뢰할 계획이다. 아직 대운하사업 추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졌다는 소식은 없는데 사업 추진이 확정된 듯한 인상을 준다.
대운하사업은 이명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그러나 아직 검증되지 않은 미완의 계획이다. 이 당선인도 이를 알기에 서두르지 말고 충분히 국민을 설득시킨 후 진행하라고 했다. 그런데 당선인 측근에서 서두는 모습을 풍긴다. 인수위 관련 인사들은 민의수렴보다는 홍보에 치중하는 듯하다. 공석뿐 아니라 사석에서도 의견 청취보다 선전을 앞세운다.

의견 청취보다 선전 앞세워
대운하 사업의 영향과 효과는 무엇을 중요한 가치로 삼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관점에서 타당성 검토를 거쳐야 한다. 얼마 전 공영방송에서 대운하사업 관련 찬반 토론회를 보았다. 토론자 중 준비된 자료에 의존해 비슷한 주장만 되풀이하는 이가 있었다. 이 사업의 필요성을 주장한 핵심 간판 학자 중 한 명이었다. 그의 논리는 편협했으며 상대방 의견에 대해 걸핏하면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면박했다.
차트를 통해 제시한 근거는 거의 외국 사례. 우리 국토 조건과는 사뭇 다른 나라들이 많았다. 타국의 예를 공학적 측면 등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대운하 사업 타당성 검토는 우리 국토의 인문지리 및 환경, 경제성 등을 우선 고려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 나라는 저렇고 저 나라는 이렇고를 잣대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이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면 오산이다. 공개 토론회가 많아야 하지만 심도와 수준을 높여야 한다.
대운하사업 계획 내용은 공표 후 몇 차례 수정됐다. 처음에는 물류 효과에 치중하다가 물류 이점이 약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관광지니 내륙지역 개발 등에 무게를 실었다. 낙동강 수계의 물 부족 해소 방안으로도 제기됐다.
내륙 지역의 개발 부진이나 낙동강 유역의 물 부족 현상은 사실이다. 일리 없는 주장은 아니다. 그러나 국토의 허리를 뚫어 뱃길을 내야만 이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두 강을 연결해 뱃길을 내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적 폐해나 고비용에 따른 경제적 효율도 고려해야 한다.
낙동강의 물 부족은 낙동강 유역의 준설 및 보 건설 등과 경우에 따라 한강 물을 흘릴 통수(通水) 관로 건설로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동량이 큰 경인지역에서 운하가 경제성 등 면에서 유리하다면 경인운하를 재검토할 수 있다. 환경폐해 우려가 상대적으로 덜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안들도 물론 사회적 공감을 전제로 한다.
한반도대운하 건설이 환경 및 수자원 관리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도 중요 관심사다. 우리 국민의 절반인 2000만명이 한강 물을 식수원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사회적 효과 외에 환경 측면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정소요가 큰 대형 국책사업도 여기저기 펼쳐져 있는데 당장 착수해야 할 긴급한 사업인가도 따져봐야 한다.
새 정부는 한반도대운하 사업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운하 말고 한강과 낙동강 유역의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낙동강 개발계획’ 등 대안으로 영남지역 물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경제적 효율성 고려해야
자연 조건을 바꾸는 국토개조 사업을 확신 없이 추진해서는 안 된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는 안 된다. 시행착오는 금물이다. 복원에 오랜 세월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사업에 확신을 갖는 정치인이나 학자, 기술자들은 훗날 역사 기록에 이름을 걸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역사적 평가를 위해 사업 추진자들의 이름을 실명화한 사업 백서도 필요할 것이다.
훗날 평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중단하는 것이 옳다. 공약사업이라도 타당성이 없으면 과감하게 포기하거나 변경해야 한다. 그런 지혜와 융통성을 새 정부는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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