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44・남양주시 진전읍)씨는 기계류부품 제조업체인 ㅂ사로부터 지난해 5월까지 일한 6개월치 임금 1400만원과 퇴직금 350여만원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당시 자금난을 겪던 회사가 임금을 주지 않자, 이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몇 번이고 회사를 찾아가 밀린 임금을 달라고 했으나,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 그는 아직 새 일자리를 얻지 못했고,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 노동청으로부터 체불임금확인원을 발급받아 법률구조공단에서 민사절차를 밟고 있으나 아무래도 설 전엔 받기 어려울 모양이다.
서울 동대문의 한 의류업체에 근무해온 김 모(41・서울 중계동)씨는 지난해 4월 회사가 자금난으로 도산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형편이 어려운 김씨는 퇴직 전 밀린 석달치 임금 510만원을 받기 위해 함께 일하던 동료 50여명과 이리저리 뛰어다녔으나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그는 최근 서울지방노동청에 체당금을 신청했다. ‘체당금’은 기업 도산으로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에게 정부가 일정액을 사용자 대신 미리 지급하는 제도다. 김씨는 만일 설 전에 체당금을 받지 못하면 지난 추석처럼 우울한 명절을 보내야 할 판이다.
설 명절을 앞두고 체불임금 노동자들의 시름이 깊다.
18일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현재 전국에서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해 발을 구르는 노동자는 8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체불임금은 4000억원. 하지만 이 수치는 전국 노동관서에 접수된 체불임금 사건만 집계한 것으로,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노동자들이 체불임금에 시달린 채 명절을 맞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체불임금은 노동자들이 마땅히 받아야 하는 일한 대가를 회사 형편 때문에 못받는 돈이다. 일부 악덕 사업주들은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폐업신고를 내거나, 임금 산정방식을 속이는 사례도 자주 생기고 있다. 부천노동상담소 관계자는 “최근 일용직의 임금체불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며 “일터를 자주 옮겨야 하기 때문에 늘 임금체불에 시달리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한해 노동부 지방관서에 신고된 체불임금은 9만여개 사업장에서 8403억원(19만5000명) 규모로 나타났다. 노동부는 이중 3627억원(10만6000명)을 해결하고, 도산기업에서 퇴직한 근로자 4만2000명에게 체당금 1499억원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노동부 장의성 근로기준국장은 “임금체불이 발생한 경우 신속하게 가까운 지방노동관서를 찾아 권리구제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임금체불 문의 1350번)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 체불임금 이렇게 해결하라
노동자가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하면, 먼저 지방노동관서에 신고하는 게 중요하다.
노동부는 이미 발생한 체불임금에 대해 체당금을 지급하거나, 민사절차를 통해 권리를 구제받도록 조치를 취한다.
만일 체불임금 노동자가 체당금을 신청하면, 퇴직 전 최종 3월분의 임금과 최종 3년간의 퇴직금을 최대 1560만원까지 지급받을 수 있다.
노동자는 민사소송으로 권리를 구제받을 수도 있다. 거주지와 가까운 지방노동관서에서 체불금품확인원을 발급받아 대한법률구조공단 지부에 법률구조를 신청하면 무료로 소송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일시적 자금난으로 임금체불이 발생한 사업장한 경우엔 ‘생계비 대부제도’를 이용할 수도 있다. 근로복지공단 지역지사에 신청하면 보증이나 담보 없이 밀린 임금의 범위 내에서 ‘연리 3.4%, 1년 거치 3년 분할상환’의 조건으로 1인당 500만원까지 빌려준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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