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사회단체 반발 확산 … “국가 임무는 억울한 국민 없게 하는 것”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6일 각종 과거사위원회를 조기에 폐지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억울한 죽음과 누명을 벗겨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한 유가족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가 모든 것을 경제논리로 정부조직 개편을 주도하면서 역사의식을 상실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부분 위원회 진실규명 처리 미진 = 인수위는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에서 ‘진실화해위원회’ ‘친일반민족진상규명위원회’ ‘친일반민족재산조사위원회’ 등 5개 각종 과거사위원회의 법적기간이 만료되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기간이 만료되면 폐지하겠다는 인수위 방침이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이들 위원회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과거사 진실규명의 조사경과와 산적한 과제를 고려하면 사실상 위원회 활동을 조기에 마감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컨대 진실화해위원회는 현재 접수된 1만 860건 가운데 지난해 말까지 1010건에 대해서만 진실규명 또는 불능결정을 내렸다. 나머지 90%를 2010년 4월까지 처리해야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위원회 내부의 판단이다.
진실화해위원회 관계자는 “2012년까지 2년 더 연장할 수 있지만 어쨌든 2010년에 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활동이 마무리 된다”며 “때가 되면 종료되는데 왜 폐지 운운하는지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일제강제동원피해규명위는 22만건의 피해접수 가운데 지난 4년 동안 30%만 처리했다. 2009년 3월까지 나머지 70%를 처리해야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위원회 관계자의 말이다.
친일진상규명위원회 등 다른 과거사위원회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제 막 진실규명을 위한 활동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마당에 기간 만료시 폐지를 못 박아 법적으로 정해진 활동시한 연장도 봉쇄하는 셈이 됐다.
◆과거사위는 우정사업본부와 함께 구조조정 대상? = 인수위는 과거사위원회 기간만료와 함께 위원회를 폐지하는 효과로 우정사업본부 공사화와 함께 막대한 인원감축과 재정절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5개 과거사위원회의 인력조정은 512명에 불과하다. 우정사업본부의 3만 1653명과는 비교도 안된다. 재정절감효과 2조 7000억원도 우정사업본부를 제외하면 거의 미미하다.
한 과거사위원회 관계자는 “인수위가 무리하게 인력조정과 예산절감을 고집하다보니 우정사업본부와 과거사위를 한 묶음으로 처리했다”며 “조직의 성격과 규모가 전혀 다른 데 전형적인 성과중심 보여주기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관련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한국전쟁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국민위원회’(상임대표 이이화) 하상수 운영위원장은 “이제 성과가 나오려고 하는 시기인데 폐지하려고 하니 안타깝다”며 “국회에서 법률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의결을 거쳐야한다”고 말했다.
◆명예보상 제대로 될까 =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006년 11월 민족일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고 법원에 재심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지금까지 지난해 9월 ‘진보당 조봉암 사건’에 대한 법원의 재심 권고 등 모두 11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이 가운데 법원은 17일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밖에도 한국전쟁 당시 ‘국민보도연맹사건’에 대해서도 군경의 학살을 인정하고 국가기관의 사과와 명예회복조치를 권고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말 관련부처와 과거사위원회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방부 등 관련부처가 과거사진실규명과 명예회복에 적극 대처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인수위 결정이 이러한 명예회복조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련부처가 새정부의 과거사 진실규명 의지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조사나 명예회복조치에 불성실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부처에서 일하는 한 한국현대사 전문가는 “인수위가 과거사위원회의 활동시한 등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며 “국가는 억울한 국민의 아픈 곳을 보듬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백만호 이상선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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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6일 각종 과거사위원회를 조기에 폐지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억울한 죽음과 누명을 벗겨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한 유가족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가 모든 것을 경제논리로 정부조직 개편을 주도하면서 역사의식을 상실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부분 위원회 진실규명 처리 미진 = 인수위는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에서 ‘진실화해위원회’ ‘친일반민족진상규명위원회’ ‘친일반민족재산조사위원회’ 등 5개 각종 과거사위원회의 법적기간이 만료되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기간이 만료되면 폐지하겠다는 인수위 방침이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이들 위원회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과거사 진실규명의 조사경과와 산적한 과제를 고려하면 사실상 위원회 활동을 조기에 마감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컨대 진실화해위원회는 현재 접수된 1만 860건 가운데 지난해 말까지 1010건에 대해서만 진실규명 또는 불능결정을 내렸다. 나머지 90%를 2010년 4월까지 처리해야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위원회 내부의 판단이다.
진실화해위원회 관계자는 “2012년까지 2년 더 연장할 수 있지만 어쨌든 2010년에 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활동이 마무리 된다”며 “때가 되면 종료되는데 왜 폐지 운운하는지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일제강제동원피해규명위는 22만건의 피해접수 가운데 지난 4년 동안 30%만 처리했다. 2009년 3월까지 나머지 70%를 처리해야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위원회 관계자의 말이다.
친일진상규명위원회 등 다른 과거사위원회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제 막 진실규명을 위한 활동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마당에 기간 만료시 폐지를 못 박아 법적으로 정해진 활동시한 연장도 봉쇄하는 셈이 됐다.
◆과거사위는 우정사업본부와 함께 구조조정 대상? = 인수위는 과거사위원회 기간만료와 함께 위원회를 폐지하는 효과로 우정사업본부 공사화와 함께 막대한 인원감축과 재정절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5개 과거사위원회의 인력조정은 512명에 불과하다. 우정사업본부의 3만 1653명과는 비교도 안된다. 재정절감효과 2조 7000억원도 우정사업본부를 제외하면 거의 미미하다.
한 과거사위원회 관계자는 “인수위가 무리하게 인력조정과 예산절감을 고집하다보니 우정사업본부와 과거사위를 한 묶음으로 처리했다”며 “조직의 성격과 규모가 전혀 다른 데 전형적인 성과중심 보여주기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관련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한국전쟁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국민위원회’(상임대표 이이화) 하상수 운영위원장은 “이제 성과가 나오려고 하는 시기인데 폐지하려고 하니 안타깝다”며 “국회에서 법률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의결을 거쳐야한다”고 말했다.
◆명예보상 제대로 될까 =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006년 11월 민족일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고 법원에 재심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지금까지 지난해 9월 ‘진보당 조봉암 사건’에 대한 법원의 재심 권고 등 모두 11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이 가운데 법원은 17일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밖에도 한국전쟁 당시 ‘국민보도연맹사건’에 대해서도 군경의 학살을 인정하고 국가기관의 사과와 명예회복조치를 권고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말 관련부처와 과거사위원회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방부 등 관련부처가 과거사진실규명과 명예회복에 적극 대처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인수위 결정이 이러한 명예회복조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련부처가 새정부의 과거사 진실규명 의지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조사나 명예회복조치에 불성실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부처에서 일하는 한 한국현대사 전문가는 “인수위가 과거사위원회의 활동시한 등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며 “국가는 억울한 국민의 아픈 곳을 보듬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백만호 이상선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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