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서 나오는 새 정부 서민생활대책

지역내일 2008-01-21


“지난 3개월 동안 번 돈은 모두 60만원이 안됩니다. 정말 일다운 일을 하고 싶어요. 아이들이 교통비 급식비 달랠 때 고개를 당당하게 들고 척척 주고 싶습니다.” 내일신문의 근로빈곤층에 대한 17일자 기획기사에 실린 노점상 권 율씨의 절규다. 3년전 100만원으로 낮아진 권씨의 월소득은 지난해부터 50만~60만원으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빈손인 처지로 전락했다.
이명박 정부가 권씨와 같은 서민들의 등을 따뜻하게 하는 생활안정대책을 내놓고 있어 다행이다. 구들장만 덥히고 윗목은 냉골인 양극화 경제로 인해 고통받는 서민들은 새 정부의 경제 살리기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권씨처럼 ‘일해도 가난’한 근로빈곤층 400여만명은 생활비 30% 인하와 같은 공약의 실현이 누구보다도 절실하다.

‘지분형 주택분양제’ 청산시점에 누가 투자하겠나
새 정부는 ‘실용정부’라는 이름에 걸맞게 서민의 피부에 와닿는 생활안정대책 몇가지를 내놓았다. 당장 생활비를 절감시킬 수 있는 이동전화요금 20%와 유류세 10%를 내리겠다고 했다. 금융소외자 700만명에게는 신용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 최근에는 서민들이 반의 반값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를 제시했다. 하나 하나가 서민들 가려운데를 긁어줄 수 있는 실용적인 방안이어서 이명박 정부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줄만하다.
그러나 좀더 세심하게 뜯어보면 탁상에서 짜낸 정책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우선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통신비 20% 인하가 흐지부지되고 있다. 시장경제 논리와 충돌한다는 업계의 반발에 부딪쳐 후퇴하다가, 대안으로 내놓은 누진요금제와 쌍방향요금제마저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통신비로 생계 압박을 받아온 서민들 기대만 잔뜩 부풀게 해놓고 대통령직 인수위가 갈피를 못잡고 있다.
금융소외자 700여만명에게 채무를 탕감하고 신용불량자를 사면하겠다는 방침도 용두사미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채무탕감은 도덕적 해이를 부른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이자만 조정하겠다는 취지로 후퇴했다. 이자는 물론 원금의 1/3까지 탕감해서 신불자를 지원하는 신용회복프로그램이 이미 시행되고 있는 마당에 앞으로 어떤 획기적인 방안이 나올지 의문스럽다. 공적 자금까지 투입하겠다는 과욕이 정책혼선만 가중시키고 있다.
지분형 주택분양제는 정책의 윤곽이 모두 드러나지 않아 최종적인 판단을 하기에는 아직 섣부른 시점이다. 다만 시세보다 30% 정도 싸게 분양한다면 최초의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는 있다. 문제는 분양가와 시세 차익이 사라져버린 다음이다. 주거권과 매각권이 없고 임대수익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양도차익만 보고 누가 49%의 지분을 사들이겠느냐는 것이다. 펀드를 만들어 지분 매각을 자유롭게 하더라도 청산 시점에 가면 누가 새 투자자로 나서겠느냐 하는 의문에 인수위는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서민을 정책의 실험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돼
권 율씨와 같이 일해도 가난한 빈곤층은 이명박 정부의 서민 생활안정대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동전화요금조차 내지못해 금융소외자로 전락하고, 내 집 마련은 먼 훗날의 꿈이 되어버린 현실을 누구보다 탈출하고 싶다. 몇 년 동안 꿈쩍하지 않던 대불공단의 전봇대가 5일만에 뽑혀나가듯 이제 희망이 샘솟는 날들을 소망하고 있다.
새 정부는 서민들의 소박한 기대와 꿈에 제대로 부응해야 한다. 설익은 서민생활대책으로 헛손질만 한다면 그것은 이제껏 외쳤던 ‘현장과 실용’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를 비판했던, 또다른 류의 탁상행정이다. “일다운 일을 하고싶다”고 절규하는 서민들을 정책의 실험대상으로 삼는 일이다.
이명박 당선인 주변을 보면 서민들 삶을 아는 사람이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연이은 서민대책 헛손질이 이유없이 나온 게 아니라는 판단이다. 기업의 가려운데를 긁어주는 친기업정책이 상대적으로 무리가 없어 보이는 것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 당선인의 주변이 친기업적 인물들로 편중돼 있다면 ‘섬기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 서민들이야말로 실험대상이 아니라 섬겨야 할 주인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서민들의 삶과 애환으로 가까이 다가가기를 충심으로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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