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차기정부 교육정책과 시장반응

지역내일 2008-01-22
차기정부 교육정책과 시장반응
이종구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

한국이 1997년 연말에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시장’이라는 말이 키워드로 등장했다. 모든 복잡한 일의 판단 기준은 시장의 반응이었다. 개혁의 실질적 의미는 시장의 경쟁 원리가 적용되는 영역을 확대시키는 정책을 의미하게 되었다.
시장의 반응은 모든 정책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다. 민주개혁 세력은 이명박 정부가 피도 눈물도 없는 경쟁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난리를 치고 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열렬하게 지지했던 논객들도 정경유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관료의 규제 권한을 축소하고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었다. 냉정하게 살펴보면 차기 정부의 정책 기조가 보수 논객들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아우성치는 민주개혁 세력의 정책과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는 여지는 크지 않다.
민주화나 통일과 같은 거대 담론이 더 이상 논점으로 부각되지 않는 시대적 환경에서 치러진 지난 대선에서 교육정책은 뜨거운 쟁점이 될 뻔 했다. 여야 후보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교육 정책을 내놓았다. 신당 후보가 기존 입시제도를 폐지한다고 나섰지만 이러한 사실 자체가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정도로 네거티브에 치중한 선거 전략은 자충수였다.
한나라당의 승리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인 1995년에 교육개혁위원회가 발표한 5·31 개혁안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 실행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구상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정책으로 집행되었으며 경쟁과 수월성을 강조하는 한나라당 교육 공약의 원형을 이루고 있다. 즉, 교육 정책에서는 실질적인 단절이 없다.

대선입시 다음날 학원 마케팅
그러나 정권이 교체되어 제도가 달라진다는 소문을 들은 학부모들은 신경이 날카롭게 되었다. 사교육 업체들은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마케팅에 활용했다. 대선 다음날인 12월20일에 학원이 밀집한 일산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을 보면 시장의 반응을 실감할 수 있다.
입시 학원들은 일제히 고교 3학년으로 올라가는 예비 수험생 부모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는 “선거 결과를 확인해야 돼서 오늘로 날짜를 잡았다. 수능 9등급제가 폐지되고 점수제나 15등급제가 실시 된다. 본고사도 부활될 것이다. 성적 좋은 학생이 재수하려 들 것이니 내년 입시는 더욱 치열하다. 빨리 좋은 학원을 선택해야 한다”며 겁을 주었다. 학원 강사들의 예언은 정권 인수위가 가동되면서 실제로 벌어진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사례는 이재에 밝은 학원 경영자들이 이명박 정부를 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정황 증거로서 충분하다.
사교육 시장의 확대는 가정의 교육비 지출이 증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시절부터 고교와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정부의 개입과 규제를 축소하면 공교육이 정상화되고 사교육비가 줄어든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이다.
가난한 학생은 노력해도 소용이 없는 현대판 신분제 사회가 만들어지면 총체적인 국가 경쟁력이 올라갈 수 없으며 시민은 민주적 질서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되므로 사회통합 수준이 저하된다. 인종과 문화가 동질적이며 능력주의를 신봉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모두에게 경쟁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지 않으면 분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고등교육 정책 공공성 중요
진정한 교육개혁을 추진하려면 정치권이나 관료만이 아니라 정책의 수요자인 시민들부터 입시제도 변경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전공을 불문하고 명문대를 들어 가느라고 소동을 벌일 필요가 없는 사회를 만드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 즉, 브랜드가 아니라 내실이 중요한 의미를 갖도록 대학을 구조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지향하기 위해 필요한 고등교육 정책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차기 정부에는 결여되어 있다. 현 정치세력 가운데 공공성에 입각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집단은 사실상 없다. 정권을 잃었다고 집단 우울증에 빠져 있는 민주개혁 세력이 견제기능을 제대로 하려면 정책적 차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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