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해도 가난’ 근로빈곤층 400만명] 4. 평생교육으로 인생업그레이드

지역내일 2008-01-22
[‘일해도 가난’ 근로빈곤층 400만명] 4. 평생교육으로 인생업그레이드
유흥주점 웨이터에서 중견그룹 회사원으로
직업교육 통해 정규직 취업 성공한 김영훈씨

“웨이터 시절에는 삶의 목표가 없었습니다. 술 한병이라도 더 팔아야 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죠. 하지만 이젠 분명한 목표를 찾았습니다. 공부도 더하고 싶구요.”
이수그룹 계열사인 이수앱지스(주) 품질관리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영훈(33·사진)씨는 일반적인 회사원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다.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학업을 지속할 수 없었던 20대, 그는 유흥주점 웨이터로 세상에 눈을 떴다.

◆불우한 환경이 20대 방황의 시작 =
90년대 초반까지 홀어머니가 운영하던 화장품 가게 수입으로 생계에 있어서만큼 김씨의 가정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화장품가게 한켠에 치킨코너를 설치하는 등 확장도 모색했고 누나도 직장을 그만두고 일을 도울 정도였다.
하지만 이게 화근이 됐다. 눈에 띄게 손님이 줄기 시작했고 결국 월세까지 밀릴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보증금 대부분을 날린 뒤에야 도망치듯 가게를 접었다. 60대를 눈앞에 둔 어머니에게 ‘재기’는 어려워만 보였다.
당시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이었던 김씨는 친구들처럼 대학에 입학하고 직장을 갖는 ‘평범한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가계의 주 수입원이었던 어머니의 가게가 실패하면서 김씨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경제 상황도 문제였지만 훨씬 복잡해진 가정사가 예민한 시기의 그를 자극했다. 절망을 봤던 것일까. (김씨는 더 자세한 내용이 지면을 통해 소개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400만~500만원까지 받아봤지만 대부분 까먹어 =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의무경찰로 국방의 의무를 다한 95~97년을 제외하고선 김씨의 직업란은 거의 유흥주점 웨이터로 채워졌다. 오후 8시쯤 출근해 다음날 아침 6~7시까지 일을 해야 하는 고된 일상의 반복이었다. 일정한 급여가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자신의 손님에게 양주를 얼마나 파느냐에 따른 인센티브가 수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직종의 특성. 김씨도 마찬가지였다. 한 달에 400~500만원까지 받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제때 급여를 받지 못하거나 일부 금액을 떼이는 경우도 많았다. 노동강도가 심한데다 업주들의 횡포가 심해 이직이 잦은 것도 문제가 됐다. 다른 업소를 구하기 위해 대기하는 기간 동안에는 모아 논 돈을 ‘까먹는’ 수밖에 없었다. <박스기사 참조="">
어렵게 일해 마련한 목돈을 친구의 가게에 투자한 것이 00년. 웨이터의 신분에서 동업자로, 말하자면 자영업자로 변신을 모색하는 순간이었지만 세상은 ‘신분 상승’에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때 아닌 수해로 지하실이었던 가게가 모두 물에 잠겨버린 것이었다. 모두 정리하고 나니 남은 돈은 800만원. 이건 아니다 싶었다.
김씨는 “몸뚱아리 하나로 세상과 부딪혔는데 남은 것은 절망뿐이었다”며 “제대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직장을 구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30대의 고졸 학력자에 변변한 기술도 없던 그를 받아주는 기업은 없었다. 더구나 전직이 유흥주점 웨이터. ‘불성실하다’는 사회적 편견은 취업의 또다른 장벽이 됐다. 아름아름 문을 두드려 봤지만 돌아온 것은 모두 손사래뿐이었다. 그렇다고 전직보다 급여가 적으면서도 전망이 불투명한 직장을 구할 수는 없었다.
김씨는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지려면 기술부터 배워야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폴리텍을 선택한 것은 오로지 취업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돌아갈 순 없다” 죽어라 공부 =
2006년 한국폴리텍대학의 바이오대학 배양공정과에 입학한 그는 죽어라 공부만 했다. 기숙사와 강의실, 실험실을 오가는 것이 일과의 전부였다. 성적이 우수한 편은 아니었지만 100명 중 8명만 선택된 실무능력인증제 B급에 포함될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
“공부가 힘들 때마다, 고된 실험에 몸이 피곤할 때마다 ‘다시 돌아갈 것이냐’라고 되묻곤 했습니다. 어머님 생각도 했구요. 반드시 성과를 얻어야 한다는 생각에 죽자고 공부에만 매달렸습니다.”
다행히 지도교수였던 정주영 교수가 그의 열정을 높이 샀다. 1학년 여름방학, 다른 학생들이 8주간의 현장연수를 떠난 사이 정 교수는 그를 공동연구 프로젝트에 포함시켰다. 브라질 일부 지역에서만 자생하는 나무인 타히보(Taheboo) 수액이 관절염에 어떤 효능이 있는지를 밝히는 연구였다. 결과는 대성공. 학회발표는 물론 특허도 출원했다. 정 교수와 함께 그의 이름도 공동출원자에 포함됐다.
현재의 직장인 이수앱지스는 2006년 겨울방학 동안 진행된 8주연수가 첫 인연이 됐다. 치료용 항체 개발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바이오기업인 이수앱지스에 김씨를 추천한 것 역시 정 교수였다.

◆1년차 연봉 2500만원의 회사원으로 새 출발 =
현재 그의 연봉은 각종 수당을 합해 2500만원 정도. 아침 8시30분에 출근해 저녁 6시30분이면 ‘칼퇴근’한다.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은 눈코뜰새 없이 바쁘지만 퇴근 이후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넉넉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주말과 휴일도 꼬박꼬박 챙긴다. 휴일도 없이 술에 찌들어 살던 유흥주점 웨이터 때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의료보험을 비롯한 4대보험 혜택도 당시와의 차이점 중 하나다.
가끔 연락이 닿는 당시 친구들 중에서는 회사원이 됐다고 사실을 아예 믿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개과천선’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유흥주점 웨이터와 중견그룹 계열사 정규직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물론 모든 것이 술술 풀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33세에 처음으로 얻은 직장인만큼 조직생활에 익숙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나이 적은 직장선배들과 어떻게 융화되어야 할지도 고민거리다.
김씨는 “일을 하고 싶지만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의 능력을 개발할 수 있고 이를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인 체계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김영훈씨 출신 한국폴리텍대학은
기능대·직업학교 합친 ‘종합기술전문학교’

한국폴리텍대학(이사장 박용웅 www.kopo.ac.kr)은 2년제 학위과정을 담당하던 기능대학과 1년제 기능사 양성이 주 업무였던 직업전문학교를 권역별로 통합해 2006년 3월 출범했다.
전국을 7개 권역(서울, 인천·경기, 강원·충청, 호남·제주,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으로 묶은 한국폴리텍 I~VII대학과 바이오, 항공, 섬유패션, 여성 등 4개의 특성화 대학으로 체제를 바꾼 것. ‘폴리텍대학(Polytechnic Colleges)’은 호주와 영국, 독일, 싱가포르 등지에서는 ‘종합기술전문학교’로 통용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의 주요 프로그램은 2년제 산업학사 학위 과정, 직업교육 훈련 과정, 기능장 과정 등을 갖추고 있으면서 실무능력인증제도, 소그룹지도제,1년 3학기제도(방학을 이용한 심층실습수업 제도) 등을 통해 취업경쟁력을 높이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주부를 비롯해 산업체 재직자, 비정규직 노동자, 군전역자, 새터민 등 입학 조건으로 나이와 학력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노동부가 정책적으로 운영하는 대학이어서 한 학기 수업료가 97만원 내외로 저렴한 편이라는 것도 강점 중의 하나.
특히 김영훈씨가 선택한 2년제 산업학사 과정 이외에도 자신의 시간과 능력에 맞추어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 직업교육 훈련과정도 마련돼 있다. 이 과정은 수시로 입학할 수 있으며 교육비, 실습재료비, 기숙사비, 식비, 장학금, 훈련수당 지급 등을 지급받고 국가 기술자격 필기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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