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균형의 참을 수 없는 결과(김국주)

지역내일 2008-01-23
금융불균형의 참을 수 없는 결과

미국 서브 프라임 사태를 계기로 금융불균형(financial imbalance)과 금융 증권화(securitization)의 문제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금년 1월 초 뉴 올리언스에서 개최된 미국경제협의회(American Economic Association) 총회에서 하버드 대학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세계2차대전 이후 경제 부국에서 발생했던 18번의 금융위기를 분석한 결과 위기발생 직전 4년 간의 공통점 네 가지, 즉 주택가격 상승, 주식가격 상승, 외국자본의 유입, 그리고 재정적자의 증가 등이 현재 미국의 경우에 딱 부합하고 그 강도로 말하자면 가장 고통이 심했던 ‘빅5’에 해당된다고 발표하였다.
미국의 주택가격은 다른 통계(S&P/Case-Shiller index)를 통해 보면 1997년부터 2006년까지 9년 동안 124% 상승하였다. 2001년을 제외하고 매년 10% 이상씩 오른 셈이다. 본래 시장의 수요공급 곡선에 따르면 상품 가격과 수요는 반비례하게 되어 있으나 부동산 시장의 경우는 예외다. 일단 가격 상승을 하나의 추세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가격이 오른 만큼 수요가 늘고 수요가 느는 만큼 가격이 다시 오르니 이 과정이 반복되어 쉽게 거품을 형성하는 속성을 갖는 것이다.

금융불균형이 자산가치 버블을 초래
미국의 서브 프라임 고객, 즉 신용등급이나 소득수준이 낮은 사람들까지 부동산 축제에 가담하게 된 것은 모기지 금리가 싼 데다 대출은행들도 주택을 담보로 취득하는 만큼 대출상환 걱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미국의 금리는 1998년 LTCM 사태 및 2001년 9·11 사태를 거치면서 꾸준히 하락, 2003년과 2004년에는 연방준비은행 기준금리가 1%에 불과했던 기간이 일년씩 지속되기도 하였다. 인플레이션 징후는 전혀 없었으므로 그 사이 자산가치 거품이 커지고 있는데도 대처를 못하고 지나간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의 경제학자 클라우디오 보리오는 인플레이션이 낮을 때의 금리 이완이 자칫 신용과 자산가격 버블을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인플레이션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이 이름하여 ‘금융불균형’임을 강조한 바 있다.
이번의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는 요인은 ‘증권화’이다. 모든 부동산 붐의 종말이 그렇듯이 거품은 깨지게 마련이고 거품이 깨지면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게 되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치자. 그런데 과거에는 주택 소유자 및 그 집을 잡고 돈을 빌려준 은행을 포함하여 특정 이해관계자들에게 그 피해가 국한되었으나 이제는 전세계의 불특정 다수의 금융기관과 기관투자가 및 일반인들에게 그 피해가 분산되었다.
소위 금융공학의 발달 덕분(?)으로 이제는 대출을 취급했던 은행이 만기일까지 그 대출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금융자산들을 그 성격 및 신용등급별로 분류, 합성하여 이를 근거자산(underlying asset)으로 하는 유가증권을 탄생시킨다. 주택저당 채권, 신용카드 채권, 심지어 상사채권까지도 이런 방법을 거쳐 증권시장에 상장되어 투자자들 사이에서 사고 팔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다 보니 주요 은행들과 증권사들까지도 거래 상대방이 얼마의 부실요인을 안고 있는지는 물론이고 자기 본사와 자회사의 부실 규모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였다. 그로 인한 불안감은 은행들 상호간에 주고 받는 자금의 금리에서 나타났는데 미 재무성 발행어음의 할인율과의 스프레드가 3개월 만기물의 경우 통상의 0.5% 이내에서 형성되던 것이 한때 2%포인트까지 벌어졌던 것이다. 금융증권화도 일종의 기술혁신이므로 이를 억지로 막을 수는 없다. 금융증권화는 앞으로도 금융위기 발생시 그 파급을 더 크고 넓게 만드는 요인으로 남을 것이다.

증권화로 문제가 더 심각
최근 메릴린치와 씨티그룹이 산유국과 아시아의 국부펀드로부터 210억 달러의 자본금 증자지원을 받은 예에서 보듯 미국은 IMF의 지원 대신 산유국과 개발도상국의 지원을 받아 유동성 위기를 넘기고 있다. 나아가 주목해야 할 것은 MBIA와 Ambac 등, 유가증권 보증을 하여 왔던 보험회사들이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요구받은 자본금 증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같은 업종의 ACA사의 신용등급은 작년 말에 이미 A-에서 투기등급(junk status)으로 떨어진 바 있다. 미국 서브 프라임 대출총액이 약 1조3000억 달러로 추정되는데 비해 이들과 같은 보험회사의 보증을 받아 거래되었던 유가증권의 잔액이 2조4000억 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이 보는 사람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용카드 대란을 거울삼아 일찍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의 과민할 정도의 억제가 있어왔다. LTV(담보주택의 시가 대비 대출금액)에 더하여 LTI(연간소득 대비 대출금액) 규제 시행은 부득이하였다. 다만 우리의 경우 부동산 정책의 시행착오로 인하여 주택가격 상승을 사전에 막지 못하였고 이에 뒤늦게 편승한 많은 사람들에게 대출규제 및 금리부담 상승이라는 괴로움을 주고 있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어쨌든 다시 서두에서 언급한 로고프 교수의 주장에 의하면 과거 금융위기의 경험에 비추어 이번 미국 금융위기는 경제성장률을 최소 2% 포인트 이상 축소시키고 경기회복에 2년에서 3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상대국인 중국의 최대 교역상대국이다. 이래저래 우리나라는 큰 영향을 받는다. 새 대통령과 새 시대를 맞는 이 시점에서 타산지석의 의미도 새롭게 새겨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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